누가 계열사 펀드 밀어주고 쪽박 찼나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금융당국이 이르면 다음 달부터 계열사 펀드 판매비중 50% 제한 조치를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형 펀드 판매사들은 오히려 제한이 걸리기 전에 계열사 펀드를 하나라도 더 팔아보겠다는 대조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화재와 미래에셋생명은 계열사 펀드 판매비중이 90%를 넘기면서 지나친 밀어주기의 대표 사례로 꼽히고 있다. 향후 한국형 펀드슈퍼마켓의 도입이 예고되는 시점에서 펀드 밀어주기의 현황을 들여다봤다.

삼성미래에셋, 몰아주고 쪽박 찼다운용사의 배신
투자자 위한 펀드슈퍼마켓 도입도그룹사들 울상

금융당국이 계열사 펀드 판매비중을 50%로 제한하는 이른바 ‘50%을 도입하게 된 배경은 은행증권보험 등 펀드 판매사들이 계열사인 자산운용사에서 만든 상품을 지나치게 밀어준 데 따른 것이다. 예를 들면 KB국민은행은 KB자산운용 상품 위주로 펀드를 판매하고, 신한은행은 신한BNPP자산운용의 상품을 주로 권유하는 식이다.

삼성미래에셋 등 대형사 몰아주기 90% 넘겨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계열운용사 펀드 판매비중이 50%를 웃도는 판매사는 NH농협선물, PCA생명보험, 교보생명, 국민은행, 농협은행, 미래에셋생명, 미래에셋증권,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화재해상, 신한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등 총 13곳이다.

특히 삼성화재의 삼성자산운용 펀드 판매비중은 95.54%에 달했고 삼성생명은 70.67%, 삼성증권은 56.01%에 이르렀다. 미래에셋생명의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 판매비중 역시 91.31%를 찍었고 미래에셋증권은 75.24%를 기록했다.

또한 신한은행의 신한BNPP자산운용 펀드 판매비중은 69.11%, KB국민은행의 KB자산운용 펀드 판매비중은 56.05%, 하나은행의 하나UBS자산운용 펀드 판매비중은 53.28%를 나타냈다.

결국 삼성 금융계열사와 미래에셋 금융계열사간 펀드 몰아주기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4대 금융그룹 중 3곳인 신한KB하나금융에서도 여전히 펀드 몰아주기가 횡행하고 있는 셈이다.

생보사, 죽어라 몰아주고 수익률은 마이너스

재미있는 점은 생명보험사가 계열 자산운용사에 맡긴 자산의 수익률이 오히려 비계열사의 수익률을 밑돈다는 것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전체 15개 생보사 중 계열 자산운용사의 최근 1년 수익률이 비계열사의 수익률보다 낮은 곳은 10곳에 달한다.

특히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일임한 자산 수익률은 -6.97%로 비계열사 수익률인 0%보다 훨씬 낮았다. 삼성생명 역시 삼성자산운용에 위탁한 자산 수익률이 0.9%로 비계열사 수익률인 1.41%보다 떨어졌다.

한화생명도 한화자산운용에 맡긴 자산 수익률이 0%를 기록한 데 반해 비계열사 수익률은 1.3%였다. 신한생명과 KB생명 역시 신한BNPP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에 맡긴 펀드 수익률이 비계열사의 수익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산운용사들은 집중적으로 팔아주는 계열사 덕을 본 반면 열심히 펀드 밀어주기를 했던 생보사들은 노력을 보상받지 못하고 자산운용사에 배신을 당한 셈이다.

50%의 압박, 대형사 울고 중소형사 웃을까

이처럼 펀드 판매사들이 계열사인 자산운용사에서 만든 상품을 지나치게 밀어주는 것을 조절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부터 계열사 펀드 판매비중 50% 제한 조치를 논의해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실시할 계획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9월 금융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 관행이 여전하다며 이에 대한 규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10월에는 자본시장연구원이 금융위 주최로 금융계열사를 통한 거래 규제 도입을 중심으로 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안은 펀드, 변액보험, 퇴직연금 등의 계열사 판매나 위탁 비중을 50% 이하로 규제하는 ‘50%의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실태조사를 마치고 의결을 앞두고 있으며 위반 시 강도 높은 제재수단이 등장할 전망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자산운용사 수탁고가 수익률보다 계열판매 여부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면서 자산운용사들이 계열사 펀드 중심으로 펀드를 판매하면 투자자의 선택권이 제한될 뿐 아니라 금융시장의 경쟁제한과 경제력 집중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명 펀드슈퍼마켓도입도 계속해서 논의되고 있다. 펀드슈퍼마켓이란 모든 운용사의 펀드가 참여하는 온라인 개방형 펀드판매채널을 일컫는다. 이를 이용하면 투자자들은 대형마트 진열대에서 상품을 고르듯 다양한 운용사의 펀드를 판매수수료 없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이미 금융당국은 한국형 펀드슈퍼마켓을 구축하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표명했으며 운용사판매사정책금융기관 등이 공동출자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는 ‘50%과 맞물려 대형사들의 계열사 펀드 판매비중을 한층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역차별이냐 능력 싸움이냐 논란도

이에 대한 금융사들의 반응은 대형 그룹사와 중소형 독립사 위주로 갈리고 있다.

대형 그룹사들은 계열사 상품 판매와 자산 위탁 비중을 당장 낮춰야하는 규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더라도 계열사라는 이유 때문에 판매가 줄어드는 부작용도 예견된다며 성토 중이다.

반면 중소형 독립사들은 운용사들의 능력만으로 승패가 갈릴 것이라며 새로운 조치를 반기고 있다. 한편으로는 ‘50%이 신규 펀드에만 한정되며 머니마켓펀드(MMF)도 제외됐기 때문에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규제가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약일지 독일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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