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오를까 내릴까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유로존 키프로스 사태에 등락하는 금값이 언제쯤 안정세를 보일지에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에는 달러와 반대로 움직이던 금값이 동반 상승하는 이례적인 모습도 나타났다. 현재 금값이 장기적으로 오를지 내릴지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다만 금값이 단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불황일수록 금테크…큰손 동향에 주목
시퍼래진 금시세…단기 하락으로 기울어

현재 금값은 2011년 9월 온스당 19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이후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4월물 금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8.80달러(0.6%) 낮아진 1595.70달러에 마감됐다. 1년 반 만에 고점대비 16%가량 떨어져 1600달러 아래를 맴도는 것이다.

금값 오르는 본질적 이유

금의 인기가 치솟는 대표적인 경우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덮칠 때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를 파산시킨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2011년부터 이어진 유로존 재정불안 등이 좋은 예다.

경제가 불안해지면 사람들은 앞다퉈 금을 사기 시작한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 때문이다. 이는 가장 든든한 실물자산인 금에 대한 믿음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기본적으로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지면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금값도 하늘 높이 올라간다.

하지만 경제가 불안한 가운데 금값이 떨어지는 역설적인 상황도 있다. 금처럼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 가치가 높아질 때다.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달러가 강세를 띠면 금은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금의 가치는 화폐로 표시되는데 이 화폐는 기축통화인 달러다.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금을 비롯한 모든 자산은 상대적으로 하락하는 셈이다.

소로스ㆍETF 팔고 중앙은행은 매수

당장 금값이 불안정하자 세계적인 투자가들이 금을 외면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특히 글로벌 투자의 대가인 조지 소로스가 그 선두에 섰다.

미국 증권거래감독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소로스 펀드매니지먼트는 지난해 4분기 세계 최대 금 펀드인 ‘SPDR 골드트러스트’ 보유지분을 130만주에서 60만주로 전분기 대비 절반 이상 줄였다. SPDR 골드트러스트는 1323톤의 금괴를 보유한 세계 최대 금 펀드다.

또 소로스는 보유 중이던 1800만 달러어치의 킨로스 골드 주식도 매각했다. 앞서 소로스는 2011년에도 다양한 금 관련 자산 8억 달러어치를 처분한 바 있다.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들 역시 지난 1월 초부터 약 140톤의 금을 매도했으며 지난 2월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금을 팔아치웠다. 전 세계 ETF가 보유한 금은 약 2491톤으로 미국과 독일을 제외한 세계 어느 중앙은행보다도 많은 양이다. 지금까지 ETF들은 금값이 내릴 때마다 금을 매수해왔으나 이번에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반면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지난해 사들인 금은 5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세계금위원회(WGC)의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중앙은행들이 매입한 금의 양은 534.6톤으로 전 세계 금 매입량의 12%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지난해 세계 금 판매량은 4405.5톤으로 2011년 4582.3톤보다 4%가량 줄었다. 금 연간 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10여 년 만에 떨어지는 금값, 과연 어디로

이에 골드만삭스는 지난 2월 보고서에서 금 가격 1년 예상치를 온스당 1800달러에서 1550달러로 크게 하향했다. 6개월과 3개월 예상치도 각각 1805달러에서 1600달러로, 1825달러에서 1615달러로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금값 사이클의 변화는 이미 진행형으로 금값 하락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예상이 맞는 것으로 증명된다면 금값은 훨씬 가파르게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 역시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조치가 올해 안에 종료될 것”이라며 “그동안 양적완화로 수혜를 입었던 금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BNP파리바도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경기 회복에 따라 금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이 경제성장률 개선에 따른 부양 조치들의 철회를 기대하면서 금에 대한 기본여건은 점진적으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단기 하락에 장기 상승… 국내 투자자 주의해야

반면 HSBC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올해와 내년 금값 전망치를 낮췄으나 결과적으로는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SBC는 올해 금값 전망치를 온스당 1760달러에서 1700달러로 하향 조정하고 내년 전망치 역시 온스당 1775달러에서 1720달러로 낮췄다. 그러면서도 “올해 후반에도 각국의 양적완화정책이 계속되는 가운데 통화전쟁, 정치적 긴장 등의 고조로 금값이 온스당 1800달러까지 올라갈 것”이며 “물가상승 기대감도 금값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LG경제연구원도 같은 달 보고서를 통해 “위기요인들의 근본적 해소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금값이 떨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는 증여세 및 소득세가 면제되는 실물 골드바(금괴) 상품이 다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면서 “일반 투자자들은 글로벌 금시세의 흐름을 파악해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