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를 쳐야 된다” VS “역풍만 분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대응전략 고심 중…정무수석 VS 국정기획 의견 충돌
정무-사정정국 카드, 국정기획-정책위주 위기탈출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박근혜 정부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김용준 전 총리 내정자를 비롯해 7명이 낙마하는 등 인사 참사가 끊이지 않았고, 국정수행 지지율도 44%까지 떨어졌다. 여기에다 초호화 별장 성접대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국정주도권을 사실상 놓칠 위기에 놓여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여야에서는 민정수석 책임론을 제시했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친이계를 중심으로 ‘박근혜 대통령 책임론’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청와대에서는 국정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뾰족한 수를 못 내고 있다. 대응전략을 놓고 청와대 내에서 이정현 정무수석(강경파)과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온건파)으로 나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응전략도 중요하지만 박 대통령이 변하지 않으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길을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위기에 놓여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상식’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 간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치인들이 과연 상식적인 정치를 보여주었는지를 되짚어 보면 박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은 그 적절성 여부를 떠나 ‘그도 똑같은 정치인이구나’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여, 박통 불만 표출
“이대론 안된다”

임기초 박 대통령은 인사로 인해 좌충우돌식 사고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점을 면밀히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 주변에서도 ‘무엇이 문제인가'와 ‘위기를 돌파할 카드는 없는가'에 대해서 고심중이다. 일단 청와대 내에서는 국정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놓고 다양한 안들을 내놓고 있다.

이런 고심은 사실 예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수위원회가 출범했을 때만 해도 이런저런 인사 잡음이 일었지만 여당 내 분위기는 일단 ‘지켜보자’는 정도였다. 박 대통령에 대한 불만조차 공론화하는 것도 좀처럼 볼 수 없었다. 더구나 국정장악을 위해서는 당내 인사들이 좌지우지하는 것보다는 가만히 있는 게 더 도와주는 것이라는 반응들이 많았다.

이런 분위기는 지금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정권 초반 당이 박근혜 정부를 흔들면 국정장악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박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게 되면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현 정무수석을 임명한 케이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정무수석으로서의 함량이 약할 뿐 아니라 독단적인 스타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공개적으로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한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실제 박 대통령의 밀실인선으로 인해 김용준 전 국무총리 내정자,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내정자 등이 중도 사퇴하는 과정에서 정무수석의 역할도 미진했다는 평이다. 역대 정부에서는 청와대 정무수석이나 비서관이 청문회 통과 협조를 해왔던 게 관행이다. 그러나 정무수석실은 물론 정무수석들마저 국회에 동의를 구하기보다는 ‘알아서 통과시켜 달라’, ‘야당 어느 의원이 강성이니 잘 설득해라’는 식으로 부탁하고 갔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의 이러한 행보가 눈엣 가시였던 여당 의원들은 그래도 ‘한 번 더…’라며 불만을 삭였다. 공개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사석에서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러나 결국 여당도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형국이다. 초호화 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지면서 참았던 불만을 토로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민정수석 등의 무능함은 물론 인사에 참여한 정무수석 교체론이 제기됐다. 친박계 핵심 서병수 사무총장은 “(인사) 제도 개선이 물론 필요하다면 관계자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도 있어야 할 것”이라며 관계자 문책론을 띄웠다.

여기에 비박계를 중심으로 박근혜 책임론까지 불거졌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은 “검증팀 무능이냐, 참모들의 문제냐를 떠나 일단 대통령이 인사하는 방식을 바꿔주는 것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아닌가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직접 인사를 하고 그것을 위에서 내려주는 방식이라면 검증팀의 무능은 둘째 문제가 될 것”이라며 “위에서 내리는 시스템이라면 (청와대) 인사위원회와 국무총리의 인사권이 제대로 작동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3~4월 국정주도권을 잡아야 할 시점에 여당 내에서조차 ‘박근혜 비토론’이 불거져 국정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급격히 형성되고 있다. 비박계의 이러한 움직임과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44%를 기록한 데도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결과물인 셈이다.

사정 vs 정책으로 돌파
대응전략 놓고 갑론을박

그래서일까. 청와대 내에서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적잖은 마찰을 빚고 있다. 정무수석실의 핵심인 이정현 수석과 국정기획실의 핵심인 유민봉 수석간의 의견차가 있는 것.

일단 정무수석실은 어떠한 대응전략을 내놨는지부터 살펴보자. 정무수석실은 강경파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은 사정을 통해 국정주도권을 회복하자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구여권 실세에 대한 수사를 펼치는 동시에 구여권 최대사업인 4대강 사업 비리를 추적해 구여권과 선을 그으면서 박근혜 정부의 선명성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

실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그 대상에 올라있다. 검찰이 원 전 원장을 출국금지했다. 지난해 대선 기간 인터넷 여론 조작을 지시하고 종북·좌파단체 척결 공작을 했으며 4대강 등 국책사업 여론 조작 등을 지시한 혐의로 시민단체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의해 고소·고발당했다. 대선 직전 불거진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에도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구나 일각에서는 국가 최고 정보기관 수장이 퇴임 후 출금금지 된 것을 봤을 때 또 다른 비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4대강 비리 수사, 대기업 사정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 정부에 대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림과 동시에 국정주도권을 회복하자는 얘기다. 정치 전문가들 대부분 “박 대통령이 임기 초 사정을 통해 국정주도권을 장악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예측했다.

반면, 국정기획실에서는 정무수석실 안을 반대하는 분위기다.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 정면돌파를 꾀하다 오히려 꼼수라는 비판과 함께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정기획에서는 ‘장기적 대응전략’을 구상중이다. 정책행보에 매진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 박 대통령이 약속한 140개 국정과제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이면 반전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선 기간 제시했던 각종 정책 공약사항 점검과 세부 추진계획 및 재원 조달 방안 마련 등을 포함한 ‘국정 로드맵’ 작성과 이를 구현할 정부 조직 개편작업을 주도해 온 만큼 이를 좀 더 부각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투트랙 전략
강경파+온건파 믹스

어찌됐든 박 대통령은 당내 인사들의 책임론이 불거짐에 따라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책임론이 일고 있는 곽상도 민정수석 임명을 강행해 ‘문책’을 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윤창중 대변인은 “(문책은) 없다”고 이미 못 막았다.

때문에 박 대통령은 국정운영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박 대통령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검찰이 박근혜 정부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내부적으로 고강도 사정정국 조성에 힘을 쓰고 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강경파와 거리를 두면서 온건파의 손을 들어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스타일상 임기응변식 대책보다는 원칙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여권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주가조작 근절로 주식거래 제도화 및 투명화’를 주문한 이후 검찰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검찰 내부에서도 기업 수사 등을 통해 실적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는 만큼 박 대통령과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검찰이 사정정국을 주도해나갈 것”이라면서도 “박 대통령은 정권 초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며 임기 초 직면한 위기를 돌파해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7122love@ilyoseoul.co.kr

朴정권 인사책임론 ‘곽상도 민정수석’ 정조준

지난달 25일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자진 사퇴했다. 해외에서 수십억 원대의 비자금 계좌를 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의 낙마로 박근혜 대통령이 인선한 고위 공직자 가운데 낙마한 사람만 무려 7명이다. 김용준 전 국무총리 내정자부터 시작해 김병관 전 국방부 장관 내정자 등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인사 참사’의 늪에 빠진 셈이다.

여야에서는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의 문책을 요구했다. 여당이 정부 출범 초기부터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것도 이러한 문제 때문이다. ‘곽상도 민정수석’을 주 타깃으로 삼고 있다.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은 “제도 개선은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관계자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도 있어야 한다”며 문책론을 제기했다. 이상일 대변인도 “청와대는 반성해야 한다”며 “부실 검증의 책임이 있는 관계자는 문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인사에 대한 당내 불만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당내 한 인사는 “2주 전부터 당에서 ‘몇몇 후보자는 문제가 있다’고 알렸는데도 청와대는 근거를 묻지도, 해명을 하지도 않은 채 깜깜무소식”이라며 말했다. 오히려 ‘알아서 통과시켜 달라’는 분위기다.

더구나 한 전 내정자에 대한 문제는 국세청 자료로 확인되는 만큼 당연히 검증되어야 되는데 민정수석실에 이를 잡아내지 못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여권 내에서는 “민정수석실이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황”이며 “‘허수아비 민정수석’이라는 지적이 당내에 이미 팽배하다. 일부에서는 민정수석을 교체하지 않으면 인사사고가 계속 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박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했더라도 곽 수석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여전히 잔재하고 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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