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봐주기…하나금융 눈총

▲ 왼쪽부터 송영길 인천시장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이 지난 1일 협약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 부재로 인한 불안감 해소 차원 //  ‘보여주기식 이벤트’ 협약…사업 좌초 우려

하나금융그룹(회장 김정태)과 인천시가 지난 1일 맺은 ‘하나금융타운 사업추진 협약 체결식’이 뒷말을 낳고 있다. 하나금융이 외국계 은행과 합작법인을 만들어 청라국제도시에 금융타운 사업을 추진했지만 최근 이 은행이 이탈 움직임을 보이면서 사업 추진에 비상이 걸렸다. 외국계 은행이 이탈할 경우 외국계투자기업 자격이 박탈되기 때문에 하나금융은 현재 이를 막으려고 새 외국계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협약식을 거행한 건 인천시의 특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2016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하나금융타운은 인천국제공항철도 청라역 건설 예정 부지 인근 33만㎡에 단계별로 조성된다. 총 사업비는 1조 원에 달한다.
이곳은 하나금융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해온 프로젝트로 본부, 금융연구소, 금융전문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연수시설, IT 센터, 업무지원시설 등 핵심 전략 기반시설을 올해부터 4년여 동안 단계별로 조성한다.
인천시는 청라국제도시 베어즈 베스트 골프클럽에서 하나금융그룹과 청라국제도시에 하나드림타운 조성사업의 추진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나금융과 손잡았던 외국계 은행이 국내 시장 철수의사를 보이고 있어 하나금융이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추진 중인 청라하나금융타운 사업에 난항이 우려된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에 따르면 2008년 하나금융지주와 합작 생명보험사를 만든 외국계 금융업체가 최근 국내 보헙업에서 철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와 H업체는 이 보험사의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갖고 있다.

부지 구입을 위한 투자기업 ‘미달’
하나금융이 H업체와 결별수순을 밟으면서 하나금융이 추진 중인 청라국제도시 금융타운 조성사업에도 영향이 미치게 됐다.
하나금융은 H업체와의 합작법인이 외국인투자기업이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촉진법에 따라 LH와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H업체가 하나금융에서 철수하게 되면 하나금융은 외국인투자기업이라는 자격이 사라져 새로운 외국투자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현재 하나금융은 새로운 외국기업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달 상반기 중으로 예정된 하나금융과 LH와의 토지거래 계약도 당분간 미뤄지게 됐다.

이날 협약식의 최대 관심사 역시 대체 외국계 투자자에 쏠릴 수밖에 없었지만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하나금융이 토지매매계약 체결 전 사업수행에 대한 투자절차 이행과 사업추진에 대한 의지를 확약하는 차원에서 열렸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쏟아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외국인투자자 부재로 인한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마련된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한 인천시가 이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협약식을 진행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이 지난달 12일 서구청에서 열린 주민과의 대화에서 “LH와 땅값은 거의 확정됐는데 (외국인투자법인 문제로) 아직 발표를 못하고 있다”며 “LH로부터 땅을 싸게 사는 조건은 외국인투자법인 자격인데 H업체가 빠지게 됐으니 하나금융이 외국인투자자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아직 자격을 갖추지 못한 기업과 매매 계약에 준하는 협약을 맺은 것이 된다. 협약식이 보여주기 행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나금융 측은 “현재 대체 투자자는 정해졌고 오는 6월까지 외투 법인과 관련 절차를 마치겠다”며 “글로벌 금융으로 거듭나기 위한 하나금융은 청라 개발 사업을 전혀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skycros@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