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납치사건으로 강남이 떨고 있다. 지난달 28일과 29일 새벽 사이 40대 여성이 교통사고로 위장한 일당에게 납치됐고, 60대 남성은 H 아파트 주차장에서 납치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사건 모두 피해자들이 무사히 탈출에 성공해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강남 일대에 납치공포를 몰고 왔다. 특히 잇단 납치사건에 등장하고 있는 강남 H 아파트는 비상이 걸렸다.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유모(67)씨가 지난달 29일 오전 1시께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던 도중 갑자기 나타난 괴한 3명에게 납치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 범인들은 유씨의 손을 줄로 묶고 유씨의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1억원을 송금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유씨는 납치된 지 2시간30분만에 중부고속도로 충북 진천 부근에서 범인들이 차를 세우고 자리를 비운 사이 묶은 줄을 끊고 탈출했다. 사건 발생이후 H 아파트 경비원들은 최근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순찰을 돌고 있다. 40대 경비원은 “예방차원에서 순찰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계는 있다”며 “돈 많은 사람들이 많이 산다는 소문 때문에 납치범들이 이곳을 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낮임에도 주변을 순찰하고 있던 한 경비원도 “많지 않은 경비원들이 아파트 모든 곳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면서 “구청,경찰서와 함께 사건 예방을 위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주민들 역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40대 가정주부 김모씨는 “지난 6월경 여대생이 납치돼 살해당하는 사건을 포함해 잇단 납치사건으로 불안에 떨었다”며“또다시 이 근방에서 납치사건이 발생해 맘놓고 외출하기도 무섭다”고 전했다.

여대생 이모씨도 “여대생 납치사건이후 귀가시간이 늦을 경우에는 집에 전화를 해 부모님이 마중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흥가도 아닌 곳에서 자꾸 이런 일이 터지고 있어 두려운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납치 공포는 비단 H 아파트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청담동, 논현동 등 강남의 인근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달 28일 오후 7시30분께 강남구 청담동 주택가 골목에서 귀가하던 이모(48)씨가 교통사고를 위장한 20대 남자의 승용차에 납치돼 손발이 묶인 채 돈을 뺏기고 2시간 여동안 끌려다니다 다행히 행인들에게 발견돼 탈출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씨는 흉기에 목을 찔리고 신용카드와 현금 5만원을 빼앗겼다. 이처럼 잇따라 주택가 골목과 아파트 단지내에서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현재 촉각을 곤두세우며 용의자 검거에 전력을 쏟고 있다. 특히 용의자들을 공개수배하며 1천만원이라는 거액의 현상금까지 내걸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불안심리는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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