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4대강 저격수 김성순 전 위원장

▲ <뉴시스>
보가 설치되면 구불구불한 원래의 하천모습이 직강화되고 하천구간이 모두 보로 연결된 저수지로 변하게 된다. 예컨대 낙동강에만 수심 6m 안팎의 저수지 10개가 생기는 셈이다. 저수지의 오염은 과량의 영양물질이 유입되어 조류나 식물성 플랑크톤이 성장하며 부영양화 현상을 나타나게 한다. 부영양화가 진행되면 투명도가 떨어지고, 심수층의 용존산소를 감소시켜 오염물질 분해 속도가 떨어지며 수중생물에 유독가스를 발생시켜 악취를 유발하며 수중 생태계를 파괴하게 된다.

보설치가 수질오염? 모의실험 결과 보고
따라서 보를 설치하면 수질관리를 하천형에서 저수지형으로 그 방법을 바꿔야 한다. 하천형에서는 유기물질 감소를 위한 BOD의 제거가 중요하지만, 저수지형에서는 BOD 제거뿐만 아니라 부영양화의 요인이 되는 질소와 인까지도 제거해야 된다. 오염원의 형태에 있어 하천에서는 고농도이며 집중된 점오염원이 문제이지만, 저수지에서는 비점 오염원의 저농도 대량 유출이 문제가 된다. 축산분뇨와 비료, 도시유출수 등의 비점오염원이 대표적인데 이에 대한 철저한 대책이 없으면 댐과 보의 설치가 수질을 개선하기는 커녕 더욱 악화시키게 된다.

그래서 윤성규 환경부장관도 지난 2월 27일 인사청문회에서 “낙동강 같은 곳은 녹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강이지만 시각적으로 보면 호소화 돼 있다, 수질개선이 쉽지 않다”고 털어 놨고, 심지어는 ‘원상복구’ 방법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이는 처음부터 예견하고 수없이 문제를 제기해 온 사항이다. 2009년 4월 15일 환경부에서는 ‘보를 쌓으면 수질이 악화될 것’이라는 모의실험 결과 보고회가 있었는데,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총리실 공직기강팀에서 당시 보고회에 참석했던 45명에 대해 조사하는 촌극까지 벌였다.

또 국립 환경과학원에서 2009년 8월 ‘보 및 준설 후 4대강 수질변화 시뮬레이션 결과보고’가 있었는데, “38개 대표지점중 60.5%인 23개 지점에서 4대강 사업을 하고 나면 2008년 보다 수질이 더 악화될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7월 26일 경기개발연구원에서도 “남한강에 설치할 3개의 보가 오히려 수질을 악화 시킬것”이라고 발표했다. 환경평가연구원이 같은 해 5월 1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생태계를 위해서는 보와 같은 하천흐름을 차단하는 시설물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심지어 같은해 7월 10일 한나라당이 주최한 ‘아름다운 국토가꾸기 대토론회’에서도 4대강 마스터플랜이 목표로 하고 있는 수질개선이 어렵다고 보았으며, 20개의 보가 필요한지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보에 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나는 토론회에 참석하여 보로 인한 수질악화의 문제점을 들자 4대강추진본부장은 “물을 순환시켜주면 된다”고 간단히 대답했다.

어떻게 순환시키며, 시뮬레이션은 해 보았느냐고 물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같은 해 6월 이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잠실과 김포에 보를 세우고 수량을 늘리고 오염원을 차단하고…… 한강이 깨끗해졌다”고 보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는 처음 보를 만들 당시인 1980년대에는 보로 인해 오히려 한강의 수질이 나빴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 서울시의 강 생태계 보전과 수질개선을 위한 특단의 노력으로 개선되었다. 보 때문에 좋아진 것이 아니었다. 중랑하수처리장, 탄천, 양재천, 성내천 등을 정화하고 분류하수관 등 다각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잠실 수중보는 1984년 착공 전 서울시에서 7개월간의 수리모형시험을 했다. 그러나 4대강사업에서는 정부에서 4대강 사업 업자에게 “수리모형실험은 필요한 경우에 실시하라”고 했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생돈 들여가며 할 업자가 어디 있겠는가.

준설도 수질악화‘주범이다’
보를 설치하면 물이 정체돼 수질이 나빠진다고 수없이 발표 해 오던 국립환경과학원도 드디어 그동안의 주장을 접고 2009년 11월 9일 “보가 건설되면 수량이 많아져 수질이 개선된다”고 보고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6월 8일 4대강 마스터플랜이 확정되기 전인 5월에 수질변화 예측결과를 환경부에 보고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수질이 나빠질 것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지만 ‘통치권적 결단’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물그릇을 키우기 위해 강바닥을 파내겠다는 것인데 이는 수량확보 방법이나 수질측면에서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생태계를 크게 교란시키고 수질을 악화시키는 문제가 있다. 또 준설을 한다고 해도, 퇴적토로 하상이 높아져 꼭 필요한 곳만 부분적으로 준설하면 충분한 것이다. 과다한 준설은 수질을 악화시키는 점이 큰 문제이며 이는 그동안의 많은 조사 연구결과에도 나타난 바 있다.

이미 2007년 한국 수자원학회에서도 “준설하면 오히려 수질오염을 일으킨다”고 했고,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생명의 강 연구단, 경북대 등에서 같은 결과를 조사 보고한 바 있다. 대규모 하상 준설은 하상침식, 수위저하, 제방의 안전성 훼손, 지류건천화,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따라서 물의 자연스런 흐름을 막는 정도의 퇴적토를 파내는 수준에서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상 1990년대 중반부터 지자체에서 매년 낙동강에서만 200만톤 가량의 준설을 해 왔다. 따라서 특별한 곳을 빼고는 하상에 큰 문제가 없었다. 그동안 국토부와 감사원 등의 각종 보고서에서 보면 지난 수십년간 4대강 전역에 걸쳐 퇴적 보다 세굴이 더 많이 이루어져 하천바닥의 높이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보고해 왔다. 물의 확보를 위해서는 물그릇을 늘리는 것 보다 현재 흘려버리는 물을 확보하는 방법과 고도하수처리 시설로 물을 활용하고 빗물활용과 특히 새나가는 물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하늘에서 주는 물을 잘 이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연간 빗물 총량은 1,240억 톤이다. 이중 571억 톤은 증발 등으로 자연손실되고 나머지 723억 톤은 하천으로 유출된다. 이중 386억 톤은 다시 바다로 흘러가고 우리가 이용하는 물은 337억 톤 뿐이다. 곧 하천 수자원 중 절반 이상이 낭비되는 셈이다. 국토의 70%가 산지이고 보니 물흐름의 속도가 빠르고 유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를 어떻게 지혜롭게 가둬서 이용하느냐가 물확보 정책의 핵심이다.

수자원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해야
여기에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수자원화, 빗물 이용 등이 중요하다. 준설하고 물을 가두는 일은 급한 일도 효율적인 일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정부는 4대강을 파내는 잘못된 방법을 택한 것이다. 물문제의 핵심은 절대량 부족 보다 있는 물에 대한 효율적인 이용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고도 모자라면 더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장래에 대비하여 정부에서 물을 더 확보하는 것에 반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순서가 바뀐 것이 문제였다. 물부족은 4대강이 아니라 주로 지류 유역에서 발생한다.

가뭄이 자주 발생하는 곳은 본류에서 멀리 떨어진 강원도 태백 등 산간고지대와 섬지역이다. 상류지역에 소규모 댐 등으로 이곳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본류의 하천정비는 물부족 해소에 큰 도움이 안된다. 본류 중심의 공급위주 정책 보다는 수자원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배분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계속>

<정리=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