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박원순-안철수’ 대권경쟁 조기점화

1단계…안철수 입당 통해 ‘외연 확대’ 방점
2단계…‘문재인-박원순-안철수’ 3두마차론
제3지대 신당 창당, ‘친노 마이웨이’ 구상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친노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국회 입성 이후 행보에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패배론 등으로 인해 비노 진영으로부터 ‘정계은퇴론’까지 요구받고 있는 상황에 놓인 친노는 안철수발 정계개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 [일요서울]은 친노 인사들이 안 의원 국회입성 이후의 행보에 대한 논의를 해왔고,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만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 정점에는 당을 살리겠다는 명분이 깔려 있다. 비주류 대표격인 김한길 의원이 당권 장악 후 민주통합당을 안 의원에게 갖다 바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한몫하고 있다. 시나리오를 보면 친노에선 2단계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이른바 ‘친노=민주통합당 회생 전략’은 문재인 의원을 통한 주도권 잡기를 최상의 전략으로 보고 있다. 만약 여의치 않을 시 민주당 분당까지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국회 입성으로 민주당은 상당히 중요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안 의원의 대선 불출마 후 4월 재보선 출마 지역을 놓고 이견이 많았다. 안 의원이 ‘대리인’을 내세워 ‘측근 정치’를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지만 본인이 직접 출마했다. 특히 부산 영도 출마가 아닌 서울 노원병을 선택했다. 새 정치를 하겠다는 안 의원의 행보에 적잖은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대신 권력 의지를 드러냈고, 신당 창당 등 안철수발 정계개편의 막이 올랐다는 평가도 받았다.

반면, 친노에게 안의 등장은 큰 고민거리를 던져줬다. 재보궐 선거에서 부산 영도, 경기 가평 등에 친노 핵심인사들이 전면에 나섰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비주류로부터 ‘2선 후퇴론’은 물론 비노에서 당 대 당 통합을 추진하더라도 친노는 철저히 배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친노 측으로선 최대 위기를 맞는 시점이기도 하다. 더구나 안철수발 정계개편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될 처지다.

친노, 안철수 입당론 긍정
“민주당 몰락 안된다”

그렇다고 두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처지가 친노 주류다. 안 의원 국회 입성 이후에 대한 ‘친노 회생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친노에서는 ‘김한길 의원이 민주통합당을 안 의원에게 바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전략적으로 고심하고 있다. 486 인사들이 당의 주축이 되길 바라고 있지만 이들의 행보는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친노계 한 인사는 “대선 패배 이후 486 인사들이 당을 장악, 대선패배로 침체되어 있는 당을 살려야 하는 위치에 놓였지만 하나같이 적극 나서지 않았다”면서 “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당을 이끌어나갈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은 친노로선 ‘486 대안론’ 대신 ‘당 지킴이’를 자청, 당을 살리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1단계-안철수 입당론’ 전략이 친노 물밑에서도 급부상하고 있다. 친노 인사들도 안 의원의 민주통합당 입당에 긍정적이다. 비노-친노 대결 구도를 깨고 ‘대권 후보’들을 키워 정권교체는 물론 당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친노계 한 인사는 이에 대해 “대선 패배 이후 ‘친노 2선 후퇴론’이 불거지면서 운신의 폭이 줄어들었다. 그 대안으로 486 인사들이 주도적으로 당을 움직였어야 했는데 이마저도 마땅치 않다. 김 의원이 당대표로 유력하지만 안 의원과의 관계를 봤을 때 순수하게 당 대 당 통합을 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통합당을 안 의원에게 바칠 수 있다. 결국 민주통합당을 분열시키려고 할 것”이라며 “이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 김 의원이 당권을 장악한 후 안철수 신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을 통한 제3지대 신당 창당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당창당이 아닌 민주통합당을 지켜야 한다. 때문에 안 의원이 새 정치를 하는데 있어 친노가 어느 정도 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야만 더 이상 민주당이 몰락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당 분열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안철수 신당이 탄생했을 때 친노 인사들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안 의원 측에서 신당창당을 하면 친노는 빼고, 비리전력 없는 인사들만 받겠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친노로선 ‘안철수 입당론’을 통해 당을 구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더구나 안 의원과 가까운 박 시장도 ‘안철수 입당론’에 긍정적인 편이다. 박 시장은 “안 의원이 내세우는 새 정치도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철학, 원칙은 앞으로 제가 가는 정치적 행보에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신당’이 아닌 민주통합당 울타리 안에서 ‘공조’를 원하고 있다. 유보적 입장을 취하는 안 의원에게 박 시장이 ‘안철수 입당론’을 강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기 대권경쟁 점화
외연확대+정권교체

친노 측의 2단계 전략은 문재인-박원순-안철수 조기 대권 경쟁을 하자는 시나리오다. 이른바 친노 측은 문재인-안철수-박원순 3두마차론. 대선 패배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문 의원을 대권 경쟁 후보에 넣은 배경에는 당내 상징성과 지난 대선에서 1200만표를 얻은 만큼 여전히 대권 후보로 살아있는 카드다.

친노 한 관계자는 “안 의원이 입당한 이후 민주통합당의 상징성인 문재인 의원과 잠재적 대권 후보인 박원순 서울시장, 그리고 안 의원이 조기 대권 경쟁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시너지 효과’가 난다. 당도 살고, 정권 교체할 수 있는 밑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당에서 가장 잘나가는 박 시장과 새 정치를 하겠다는 안 의원이 과거 서울시장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줬던 모습에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아, 야권 중심으로 이슈를 끌고 갈 수밖에 없다.  3두마차론을 통해 외연확대와 정권교체를 이루자는 셈이다. 

더구나 대권 과정에서 ‘박원순-안철수 대권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대권 후보에 대한 자체 검증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민주통합당 내에서는 벌써부터 ‘민주통합당-박원순 불협화음’, ‘안철수-박원순 공조 막기’를 위한 음모론이 나돌고 있다.

민주통합당 소속 전문위원을 박 시장이 빼가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고, 안 의원과 박 시장 모두 서로 ‘대권 욕심’이 있는 만큼 두 사람이 함께 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이래저래 대권 후보인 안 의원과 박 시장이 서로 견제하거나 불편한 관계로 만든다면 친노에선 불리할 게 없다. 이런 점에서 친노에선 ‘회생 프로젝트’로 재차 문 의원을 차기 대권 후보로 띄울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대권 후보 한 명을 ‘친노 대리인’으로 내세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비주류 측에서는 ‘문재인-박원순-안철수 3두마차론’을 두고 문 의원을 또 다시 차기 대권 후보로 키우려는 전략이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박 시장을 키워 안 의원을 죽이려는 전략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지금까지 보여줬던 ‘도랑 치고 가재 잡는’ 효과를 보려고 한다는 것. 비주류 측은 이를 음모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친노가 이대로 죽지는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라는 입장이다.

그 동안 친노는 ‘문재인-이해찬’, ‘이해찬-박지원 담함론’을 통해 살아남아 온 동시에,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대리인을 내세워 절대 강자로 군림해왔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명숙 의원을 내세웠고,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김부겸 전 의원을 내세우기 위한 전략을 짜내기도 했다.

때문에 반대진영에서는 ‘그리 호락호락 의도한 바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문 의원은 이미 실패한 카드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길 수 있는 환경 속에서 대선 패배라는 결과물을 가져 온 만큼 2선 후퇴를 해야 마땅하다는 것. 오히려 전면에 나서 당을 좌지우지 할 경우 친노-비노 갈등만 더 유발시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비주류 측에서는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전면에 나서는 것은 불쾌할 뿐 아니라 안 의원과의 관계설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측면도 있다.

비주류 측 한 관계자는 “3두마차론에 문 의원이 포함된다는 것 자체가 친노가 다시 전면에 나서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며 “안 의원의 경우 대선 당시 단일화를 추진할 때 친노를 겨냥해 왔고, 이들과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는 민주통합당 권력을 절대 비노 측에 주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귀띔했다.

이어 “더 나아가 문 의원에 대한 반발이 심할 경우 대리인을 내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시장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 안 의원 측에서는 친노에 대한 반감이 많아 이들과 함께 할 수 없는 만큼 박 시장 카드가 제격이다. 특히 대권욕심을 박 시장이 드러낸 이상 안 의원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박 시장의 정체성은 확실한 진보, 안 의원은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정체성을 갖고 있는 만큼 박 시장을 통해 안 의원의 대권 행보에 재를 뿌릴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한편, 친노에서는 ‘안철수 입당→3두마차론’이 현실화되지 못할 경우 ‘마이웨이’ 행보를 취할 각오까지 하고 있다. 안 의원의 입당이 불발되면서 당권을 장악하게 될 김 의원이 지방선거 이후 안 의원과 당 대 당 통합을 통해 제3지대 신당 창당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친노계 한 인사는 “장하성 교수의 광주시장 출마설이 지역 내에서 파다하다. 안 의원은 신당 창당을 위해 호남에 공을 들이고, 원내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기 위해 민주통합당 당 대 당 통합을 제3지대 신당창당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 경우 안 의원은 친노를 배척할 것이고, 결국 마이웨이를 걸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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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회입성’ 여야 핵분열 전전긍긍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정치권의 핵폭풍으로 떠올랐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현상’이 재점화 될 분위기다. 안철수 세력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두 자리수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선전한다면 2016년 20대 총선은 말 그대로 ‘판갈이 선거’가 될 수도 있다. 이는 대대적인 정계 개편의 불씨가 될 공산이 크다. 

안철수발 정계개편이 이뤄진다면 새누리당은 향후 당권을 놓고 원박-신박 간의 내부격돌이 필연적이다. 대선과정에서 양 진영의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져 원박-신박 대결 2회전은 조용히 끝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2회전은 탈당, 분당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번질수도 있다.

야권도 마찬가지. 정계개편이 안철수 중심으로 짜여지느냐, 이분화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지만 분열한다면 범야권 또한 각자의 노선에 따라 천 갈래 만 갈래로 분화될 것이다. 따라서 2014년 지방선거는 유례없이 복잡한 구도 속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정치권의 분화와 재편과정에서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중보적 교섭단체’가 등장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정계개편 과정에서 안철수 세력이 교섭단체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면 보수 양 당 중심의 한국 정치 질서는 근본적인 변화의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안철수 신당은 향후 한국 정치의 지각변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며 2013년 4월 24일 이후 시작된 한국 정치의 지형 변화는 그 종착점을 향해 치닫게 될 것이다. 따라서 안철수 개인의 힘으로 중도정치가 정치무대의 중심에 서게 될 날도 이제 머지않다.

다만 안 의원이 정치판을 흔들기 위해선 ‘새 정치’의 윤곽이 드러나야 한다. 안 의원이 추진하고자 하는 새로운 정치의 알맹이가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다반수다. 그가 정치판을 뒤 흔들 수 있는 정치개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궁금증만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그에 대한 구체성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기성 정치인과 다를 바 없다는 몰매를 맞을 공산이 크다.<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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