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신경전 언제 끝나나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금융소비자 보호가 필요한 시점에서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중심으로 이러한 기능을 더욱 강화하겠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 개편에 대해 언급한 내용의 골자다. 50여 일이 흐른 현재 금감원은 대규모의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으나 아직 중요한 숙제가 남아 있다. 현 정부가 들어설 때부터 예견된 대대적인 금융감독체제 개편 및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 분리 여부다.
 

건전성 감독·소비자 보호… 쌍봉제 모델 논란
상반기 중 개편 로드맵 나온다… 긴장한 금융권

금융감독원이 새 정부 하에 조직을 정비하고 다수 인사를 교체하는 발걸음을 뗐다. 표면적으로는 서민금융과 중소기업 지원에 기치를 두고 금융소비자보호처의 덩치를 키웠다. 인사에 있어서는 부서장의 70%를 교체하는 대담함도 보였다.

금감원은 지난 3일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역량 강화를 위해 조직개편 및 부서장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취임할 때부터 강조했던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소처에는 민원조사팀을 증설하고 금융교육개발팀을 신설했다. 또한 대부업이나 보험영업에 대한 검사를 늘리고 소비자보호ㆍ서민지원ㆍ기업금융부문 국장들에게는 선임국장 직위를 추가로 부여해 해당 부문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금감원 “분리는 싫어… 금소처 꽉 쥐자”

일각에서는 최 원장이 금융소비자보호에 무게를 둔 것은 금소처 분리에 대한 반대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부터 급속도로 논의된 금소처 분리 문제가 현실화되면 금감원은 사실상 쪼개지게 된다. 현행 감독체계는 금융위가 국내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갖고 있으며 금감원이 실제 금융감독을 집행과 금융소비자보호를 담당하고 있다.

새 정부가 금융감독체제 개편을 올해 안으로 마무리 짓겠다고 천명함에 따라 금감원은 어떤 방향으로의 변화든 피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정작 다음 달까지 금융감독체제 개편 방안을 마련해야 할 태스크포스(TF)는 아직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신경전은 물론 정관계와 학계까지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박근혜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대선시즌부터 각 진영에서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논쟁이 가열된 바 있다. 각 후보들은 모두 통합형 금융감독보다는 분리ㆍ이원형으로의 개편을 주장했는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금융위에 힘을 실어주는지와 아닌지로 갈렸다.

당시 박 후보는 금융위에 힘을 실어주고 금감원을 쪼개는 쪽을 택했다. 금융위의 국내금융정책에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정책을 합해 금융부를 신설하고, 금감원은 금융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로 이원화하는 ‘쌍봉제(twin peaks)’ 모델 도입을 언급한 것이다. 이 안에 따르면 금융위의 권한은 더욱 강화되면서 금감원은 둘로 쪼개져 분리된다.

따라서 현 정부가 원래의 기조대로 금융위와 금감원을 개편할 것인지를 두고 정관계와 학계의 입장이 분분한 상태다. 당사자인 해당 기구들의 신경전도 모자라 여야의 대립과 학자들의 의견까지 더해져 혼조세를 띠는 양상인 것이다.


금융소비자 보호 뜨거운 감자 왜

두 수장이 쌍봉제를 두고 벌이는 신경전은 날카롭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내정 직후 “소비자보호기구를 설립하고 금융소비자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겠다”면서 금소처를 별도 분리할 것을 시사했다.

하지만 최 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이번 개편에 이르기까지 “현재 있는 금소처를 중심으로 제대로 된 소비자보호에 힘쓸 것이며 금융감독 업무 전반을 강화하겠다”면서 금소처 분리가 아닌 현행 유지에 손을 들었다.

금감원 노조도 “금감원이 무너지기 직전”이라며 여전히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반발하는 입장을 내보였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달 성명서를 통해 “각 부처마다 통합된 금융감독의 효율성을 이야기하면서도 금감원을 뜯어가 자기 권한 확대하기에 바쁘다”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미명 아래 낙하산 자리를 늘리려고 사실을 왜곡하는 금융위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앞서 수장이었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전 금감원장도 각자의 밥그릇 챙기기에 나선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재임 시절 “금융감독은 전형적인 공권력적 행정이며 헌법은 공권력적 행정에 대해 행정부가 직접 수행토록 하고 있다”면서 금융위 축소론을 부정하고 나섰다. 또한 “금융행정기능을 독립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위기대응에 가장 이상적”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독립적 금융행정기구인 금융위원회가 있어 좀 더 신속하고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같은 시기 권 전 원장은 “금융회사를 제대로 감독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한 때에 감독체계 개편에 일일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시간 낭비”라며 금감원 분리설에 대한 불만을 확고히 드러냈다. 이어 쌍봉제 논란을 두고는 “호주와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만 선택한 제도로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기관들 사이의 알력과 비협조, 중복감독 등으로 업무의 비효율성이 발생했고 감독 부실로 공적자금이 투입된 사례가 많다”고 강조했다.

결국 새 정부가 확고한 금융감독체제 개편안을 내놓기 전까지 양측 기구의 밥그릇 싸움은 계속해서 치열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금감원 조직개편은 최 원장이 권위보다는 실속으로 금소처를 껴안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면서 “곧 이어질 금융감독체제 개편에 신경이 쏠려 실질적인 금융소비자 보호는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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