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한명숙 소극, 문재인-문성근 적극적

[일요서울|안은혜 기자] 5월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4주기다. ‘노사모’, ‘노무현재단’, ‘친노 정치인 세력’ 등은 정치권 안팎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거4주기를 맞아 전국에서 친노들의 모습들이 포착되고 있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친노 그룹인 이해찬 의원, 한명숙 의원, 문재인 의원이 각 지역 노무현재단이 주최한 다양한 추모 행사에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친노의 핵심’인 문성근 전 민주당 상임고문, 영화배우 명계남 등의 비정치인들도 전국의 서거 4주기 기념행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들의 근황을 알아봤다.

▲ 한명숙 의원 <정대웅 기자>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노사모’는 우리나라 정치인 팬덤(팬클럽이나 문화)의 시초다. 많은 정치인들에 대한 지지모임이 있었지만 노사모만큼 열광적인 지지모임은 유례를 찾기 힘들었다. 노사모는 노 전 대통령이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부산 출마를 고집하다 낙마했을 때나 열린우리당을 창당해 민주당을 배신했다는 비판을 받을 때도 끝까지 그를 지지했다. 노사모는 노 전 대통령이 정치적 고비를 맞이할 때마다 큰 힘이 돼줬던 조직이다.

노무현 재단(이병완 이사장)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했던 가치와 철학·업적을 선양하고, 유지·계승·발전시키기 위해 2009년 9월 23일 설립됐다. 재단은 안전행정부의 허가를 받은 비영리재단이자, 기획재정부에 등록된 지정기부금 단체로 2013년 현재 3만9000여 명 후원 회원의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한명숙 “외부활동 자제”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친노 진영의 정치인 이해찬 의원은 노무현재단의 이사를 맡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이해찬 의원의 모습을 국회에서 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지난 5·4 전당대회 결과가 ‘친노 심판’이란 말도 들렸다. 지난 대선 패배 후 친노 책임론이 식을 줄 몰랐다. 친노 이용섭 의원을 제치고 비주류 김한길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되고, 예비경선을 통과한 최고위원 후보 7명 가운데 유일한 친노 인사였던 윤호중 의원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래서일까. 이해찬 의원은 세종시에 내려가 올라올 줄 모른다. 이해찬 의원실 관계자는 기자에게 “요즘 의원님은 세종시에 주로 계시면서 지역 일에 매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세종시 도담유·초·중·고 등 4개교 합동 개교식에 참석한 이해찬 의원은 13일에는 자신이 주선한 국회 안전행정위 위원과 세종시 및 중앙부처 관계 공무원 간 간담회에 참석해 “적정 규모의 행·재정적 지원”을 강조했다. 이해찬 의원은 15일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도 불참했다.

▲ 이해찬 의원 <정대웅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4주기 행사 참여에 대해서 이해찬 의원실 관계자는 기자에게 “모든 행사를 참석하고 있지는 않다. 19일 서울에서 있을 추모 문화제와 행사에는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노무현 시민학교’가 6월부터 선보일 ‘봉하 토요강좌’에서는 특강을 할 것으로 보인다. ‘봉하 토요강좌’ 수강은 무료로, 노 대통령의 자리를 대신하는 명사들이 전국에서 봉하를 찾는 방문객들과 함께하는 대화와 소통의 장이다. 특강을 꾸며줄 명사로는 이해찬 의원을 비롯해 명진스님, 도종환 의원, 신경민 의원, 안도현 시인 등이 있다.

한편, 한명숙 의원은 지난 9일 171일간의 철탑 고농성을 마치고 내려온 한상균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전 지부장과 복기성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비정규직 수석부지회장을 만나 위로를 전했다. 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한 의원은 1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기도 했다. 다음달 10일 열릴 3차 공판에서는 이 사건의 최초 제보자 남모씨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있을 예정이다. 재판부는 증인신문을 마친 뒤 다음 기일에서 한 의원의 최후변론을 듣고 판결을 선고할 계획이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참석한 한 의원 의원실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19일 행사에는 참여하기 힘들 것 같다”며 “23일 추도식에는 참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의 한 인사는 “요즘 안 좋은 일로 언론 노출을 꺼리고 있을 것”이라며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 문재인 의원 <정대웅 기자>
文 “추모행사 적극 참석”
문-명 행사 주도

지난 7일 문재인 의원은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비밀 회동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배재정 대변인은 “세부 논의를 했다기보다 전반적인 당의 앞날에 대해 얘기하고 협력을 다진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12일 문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를 맞아 광주 동구 증심사 입구 문빈정사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추모사진전’에 참석했다.

사진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미공개사진 10여 점과 광주 경선 당시 사진 등 60여 점이 걸렸고, 이병완 노무현재단이사장과 정찬용 전 인사수석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의원은 “광주시민에 늘 위로와 힘을 얻고 있다.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번 추모사진전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하고 실천했던 정신들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문 의원은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추모리본에 ‘광주정신은 영원히 살아있습니다’라는 글귀를 남겼다.

또한 문 의원은 지난 15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한겨레신문 창립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기념식에서 “앞으로 국가든 정치든 여론시장이든, 시민들의 참여와 역동성을 반영하지 못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의 활로로 시민 참여를 통한 온오프 정당화를 꼽은 것으로 해석된다. 또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정치집단 혹은 유력정치인 간의 단순한 세력 재편이 아니다”라며 “지금 국민은 정치권을 매섭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의원실은 기자에게 “19일 서울 시청 앞 추모문화제에 참석, 유시민-정봉주 전 의원의 힐링토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무대에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 문성근 전 민주당 상임고문

한편, 문성근 전 민주당 상임고문은 16일 자신의 SNS에 한겨레신문 창립 기념식에서의 문 의원의 발언을 전한 뒤 “정치 공학적 해석 말고 원칙과 상식으로 해석하시길! 문+안 후보단일화 ‘새정치선언’은 ‘국민 참여 확대 원칙에 따른 온오프결합 네트워크 정당 건설’”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민주당을 전격 탈당한 문 전 고문은 “민주진영의 정당은 개편돼야 될 것이다.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민 사회 쪽에서 노력을 하면서 기다리겠다”며 ‘야권재편’을 도모하는 시민사회 중심의 정치네트워크 구축에 나설 뜻을 밝힌 바 있다. 안철수 의원 측이 민주당과 거리를 두고 독자세력화를 모색하는 가운데, 민주당 내에선 문재인 의원이, 민주당 밖에서는 문성근 전 고문이 ‘시민참여’ 정당화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꾸준히 SNS를 통해 노무현 서거4주기 행사와 참여를 홍보하고 있는 문성근 전 고문은 전국 대부분의 행사에 가능한 한많이 참여하고 있다. 탈당 후 노무현재단 이사로서의 소임에 전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전 고문은 17일 경기 고양시 미관광장에서 추모행사를 열어 시화전 및 판넬전시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 19일 서울 시청 앞 광장 추모문화제, 23일 봉화 추도식에 참석한다.

한편, 지난 4월 민주당을 탈당한 영화배우 명계남은 문성근 전 고문과 함께 노사모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바 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정치에도 관여하여 열린우리당의 내부 계파인 국민참여연대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친노 인사인 명계남 배우는 주로 노무현재단의 봉하지역위원회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0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봉하마을을 찾은 김한길 대표 등 민주당 새 지도부를 향해 “노무현 대통령을 이용하지 말라”며 항의했다. 방명록 작성을 마친 김한길 대표에게 “(노 전 대통령을)부관참시하지 말고 빨리 가시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 명계남 <뉴시스>
도종환-신경민,
이창동-유시민-안도현 추모만

그밖에도 지난 10일 발간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헌정시집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창동 전 문화관광부 장관, 민주당 도종환 의원, 안도현 시인 등이 참여해 화제다. 도종환 의원은 ‘얼굴’이란 시에서 “우리는 어디서 다시 그의 편안한 얼굴 만날 수 있을까/풀밭에 앉아 푸른 세월을 건너다보던 얼굴/놓쳐버린 우리의 얼굴을”이라고 말했다. 도 의원은 6월에 열리는 노무현 시민학교의 ‘토요강좌’에 특강을 할 예정이다. 도 의원 측은 “행사는 여러개 중에 선택해서 참석해야 할 것 같다”고 전해왔다.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노무현시민학교의 6월 ‘토요강좌’에 특강이 예정되어 있다. 어떤 주제로 강연을 할지 준비 중”이라며 “19일 서울 추모문화제와 23일 봉화 추도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행사 곳곳서 열려
박원순 노무현은 원칙과 신념 확실한 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4주기를 맞아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추모문화제가 열린다. 4월부터 각 지역에서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사진전이 열리고 있고, 5월 내내 전국에서 추모 행사가 열리고 있다. 올해 추모행사의 주제는 노 전 대통령의 어록에서 따론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강물처럼!’으로 정했다.
 
서울·부산 등 전국 추모문화제
 
1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시민기획위원회와 노무현 재단의 주최로 시민이 참여하는 노무현 오마주 초대형 얼굴 만들기기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시민들이 종이를 들고 정해진 위치에 서서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을 완성하는 퍼포먼스다. 저녁 630분부터는 가수 이승환, 조관우, 신해철의 공연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의 힐링토크쇼로 꾸며졌다. 행사 마지막은 썸뮤지컬 오케스트라의 노무현 레퀴엠’(송시현 작곡)으로 꾸며졌다.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행사가 진행된다. 노무현재단 부산지역위원회는 15일 부산시민들이 참여하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문화제를 개최, 사전행사로 4주기 기념 사진전, 작은도서관 건립 부산시민 책 모으기, 노통과 함께 사진찍기 포토존, 봉하주막, 4주기 기념 티셔츠, 도서판매 등을 진행했다. 19일에는 부산대 넉넉한터에서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추모콘서트에는 가수 한영애, 이한철, 갤럭시익스프레스 등이 참여한다.
 
노무현 재단 세종추모위원회는 고 노무현 대통령 4주기를 맞아 미공개 사진 7점을 포함, 대통령 시절 활동사진 40여점을 전시하는 사진전을 준비하고 광주항쟁 사진 20여점도 함께 전시한다. 사진전 일정은 20~21일 세종시 첫마을 소방서 뒤 공원에서 오전 11~오후 5시며, 조치원역 광장은 22~23일 개최한다.
 
대구경북 지역위원회에서는 234주기 문화행사와 24일 특별강좌를 여는 등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26일에는 경남지역위원회에서 주관하는 노무현마라톤개최기념 걷기대회가 대성동고분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밖에도 제주, 전주, 광주 등에서도 추모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노무현시민학교는 오월특강 노무현을 만나는 다섯가지이야기를 개설, 매주 수요일 특강을 들을 수 있다. 지난 15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사로 나서 노무현과 박원순의 닮은 길이란 주제로 강의를 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 박원순에게 노무현이란?’기자의 질문에 노 대통령과는 같은 민변 변호사로 가까운 사이였다. 노 전 대통령이 종로의 국회의원 시절, 내 사무실 바로 옆이 노 전 대통령의 사무실이었다. 가끔 점심도 사주셨다노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TV토론회에도 여러번 함께 나갔는데 메모를 하는 등 준비를 해갔던 나와는 달리 노 전 대통령은 아무것도 가져오시지 않았더라. 자신의 원칙과 신념이 확실한 분이신 거였다. 거칠 것이 없으니까 메모할 필요가 없었던게 아닐까 싶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4주기 추도식은 23일 오후 2시 봉화산 아래 노 전 대통령 묘소에서 유족과 참여정부 인사 등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추도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초대 회장이자 참여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고영구 변호사가 맡는다. 유족을 대표한 인사는 아들 노건호씨가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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