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이순우냐 전직 이종휘냐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우리금융그룹을 이끌어 갈 회장 선임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이미 우리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는 내부적인 결정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발표가 지연되는 중이다.

앞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달 14일 전격 사임한 이래로 회장직은 한 달이 넘도록 공석상태다. 당초 13명의 후보 중 유력자는 이순우 우리은행장(사진 왼쪽)과 이종휘 신용회복위원장(사진 오른쪽)으로 좁혀진 지 오래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 회장 임명이 늦어지더라도 당초 관측대로 이 행장과 이 위원장 중에서 수장이 결정될 것인지를 두고 술렁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창중 스캔들’에 늦어진 청와대 인선…이번 주 최종 확정 예정
1년내 목적만 달성한 후 물러나는 임시직? ‘파리목숨’ 논란도

우리금융의 경우 대주주가 예금보험공사인 만큼 회장 인선에 있어 정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먼저 회추위가 예보에 후보 자료를 제출하면 예보의 보고를 받은 청와대가 인사검증을 완료해 차기 회장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물론 단독 후보를 내정한 후 최종적으로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치기는 하지만 사실상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검증이 늦어지는 것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으로 혼란에 빠진 정부가 우리금융 회장 선임을 잠시 손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청와대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인사 논란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다는 비장함까지 형성돼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회장직이 공석으로 있는 것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늦어도 이번 주 중에는 발표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우리금융 민영화는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한 2001년부터 13년째 표류하고 있다. 그것도 한빛은행 시절까지 계산하면 벌써 16년째다. 금융당국은 더 이상 우리금융 민영화를 미루기가 힘든 것을 고려해 다음 달까지 민영화 방안을 발표하고 늦어도 1년 안에 승부를 보겠다는 배수의 진을 쳤다. 더불어 우리금융 차기 수장은 무엇보다도 민영화를 달성할 수 있는 회장이어야만 한다고 못박았다.

이는 좋게 말하면 민영화를 ‘0순위’로 두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정부가 하는 민영화 방식에 토를 달지 않고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지분을 가진 정부가 매각주체이고 우리금융은 매각대상인 ‘객체의 설움’이기도 하다.

게다가 민영화를 완성하고 나면 미련 없이 회장직을 버릴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일회성 인사설이 나돌기도 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소위 말 잘 듣는 사람을 앉혔다가 내보내야 잡음이 없기 때문에 ‘쓰고 나서 버릴 카드’를 선택할 것이라는 섣부른 추측까지 흘러나왔다.
  

시작은 고분고분… 끝은 과연?

이런 연유로 차기 회장은 결국 허수아비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넘쳐났다. 그럼에도 지난 6일 마감한 회장 공모에는 13명의 인사가 낸 서류가 몰려 역대 최고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가장 눈길을 끈 인사는 이순우 우리은행장, 이종휘 신용회복위원장, 이덕훈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대표로 모두 전ㆍ현직 우리은행장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순우 행장은 현직으로 내부 사정에 가장 밝다는 점과 임직원들과의 친화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종휘 위원장 역시 행장 시절 인망을 쌓았으며 민영화에 우선적인 의욕을 보이는 모습을 좋게 평가받았다.

이덕훈 대표는 전직 우리은행장 겸 우리금융 부회장으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을 합병한 이력이 돋보였으나 지난 10일 면접을 기점으로 삼파전에서는 빠진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박 대통령과 같은 서강대 출신이라는 것이 오히려 특혜 시비를 불러일으킬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지난 13일 같은 후보였던 김준호 우리금융 부사장이 대신 최종후보군에 포함되며 세 번째 유력 후보로 올라섰다.

현재 후보들 중 이순우 행장이 회장으로 선임되면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할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산은금융이 강만수 전 회장 시절부터 회장과 은행장을 겸하는 체제로 운영됐고 지난달 홍기택 회장이 임명되면서 은행장 겸직 체제를 굳힌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회장과 은행장의 겸직이 결국 지주사 기능과 은행 영업을 동시에 상실하는 결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 내부 관계자는 “이순우 행장과 이종휘 전 행장 모두 임직원들의 두터운 신망을 쌓았기 때문에 둘 중 누가 되더라도 거부감은 없을 것”이라며 “회장 선임에 속도를 내는 것과는 별개로 민영화는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신중히 행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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