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결혼 브로커 때문에 가정 파괴”

▲ 뉴시스

결혼의사 없이 허위 혼인신고…알선업자 돈 챙겨

[일요서울ㅣ이광수 기자] 최근 국제결혼에 대한 문제가 화두에 오르고 있다. 돈을 위한 위장 국제결혼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남성과 외국여성 사이를 이어주는 브로커들은 검은 속내를 숨긴 채 양쪽 모두에서 잇속을 챙기고 있다. 브로커들이 외국여성에게는 한국 비자를 미끼로 허위 결혼을 시킨 뒤 거액의 돈을 받고, 반대로 한국 남성들에겐 돈을 주는 방식으로 범죄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것. 여기서 쟁점은 결혼의사 없이 허위로 혼인신고 했다는 것과 목적과는 달리 다문화 가정을 이뤄 살아가고 있다는 것. [일요서울]은 베트남 아내가 강제 퇴거 위기에 놓였다는 제보자를 만나 국제결혼의 이면을 들춰봤다.

최근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정책으로 외국인의 한국 이주가 증가하고, 주변국 여성이 빈곤탈출을 위해 한국인 농촌남성과 결혼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혼모의 혼혈아동문제, 빈곤문제, 교육문제 등 여러 사회문제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들을 우리 사회의 한 일원으로 포섭하고, 이들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차별적 의미가 담긴 국제결혼·이중문화가정 등으로 불리던 국제결혼가족을 새로운 개념의 ‘다문화가정’으로 부르게 됐다.

베트남 아내와 결혼소개비 300만원 지급

‘다문화 가정’을 꾸리고 살던 박상유(36)씨는 최근 베트남 아내를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씨는 2009년 5월 건설노동 일을 하다 지인을 통해 국제결혼에 대해 알게 됐다. 그로부터 3개월 뒤 그는 베트남 하이졍에 가 베트남 여성을 만나게 됐다. 박 씨는 한국에 3일 만에 돌아와 결혼의사를 밝히고 10월 경 소개를 시켜준 브로커와 함께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혼인신고를 한다.

11월 경 박씨는 베트남 영사관에 가 비자 면접 후 그의 아내 부티미(31·여)씨와 다음해 1월 입국한다. 박씨는 브로커에게 소개비로 300만 원을 지급하고 베트남 아내 부티미 씨와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10월 경 그들 부부에게로 ‘위장결혼 혐의’가 있어 남대문경찰서로 조사 받으러 오라는 우편이 발송된다.
박씨 부부는 사실혼 관계증명서 및 서로 같이 찍은 사진을 가지고 남대문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조사 후 박씨에게는 500만 원 상당의 벌금이 부과됐고, 아내에게는 기소유예가 떨어졌다. 

이유는 그들을 소개시켜준 브로커가 위장결혼 전문 알선 업자로 구속된 것이 화근이었다. 상황은 이렇다. 박씨의 아내가 브로커에게 1500만 원의 소개비를 건낸 뒤 위장결혼을 해 한국에 와 돈을 벌 목적이었기 때문에 혼인신고 당시에 결혼의사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권력에 의한 가정붕괴 위기

박씨는 현재 재판 중에 있다. 그는 “지난 달 12일 아내 부티미가 친구회사에서 아르바이트중 인천출입국 사무실에서 불신검문에 의해 검거 됐다. 가족들이 조사관에게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조사관은 아내가 기소유예를 받았고 강제출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현재 아내는 지난달 15일 강제퇴거처분을 받아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서 보호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사방팔방 알아보던 중 강제퇴거 이의신청 방법을 알게 되었고, 이의 신청을 해 이 기간동안(15일) 강제출국을 가까스로 모면할 수 있었다. 박씨는 “저는 정식재판을 신청해 여러 가지 증거 자료 및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 중에 있다. 여기서 의문점은 1월경 비자 연장 신청 때문에 아내와 인천출입국사무실을 방문 했었다. 그러나 아무런 제재 없이 2014년 1월까지 비자를 연장해줬다”며 불신검문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지금 현재 같이 살고 있는 집에 와 실태조사도 하지 않았고, 우편물 한통 없이 강제출국이란 말이 성립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조사 시 부부의 자료는 원하질 않고 오로지 기소유예판결로 강제출국이란 말만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결혼 의사 없어 유죄냐 무죄냐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06년 5월. 김씨는 알선업자 소개로 중국으로 건너가 여씨를 만났다. 처음에는 여씨를 한국으로 데려가기 위해 법적인 부부로 지내며 돈이나 벌 생각이었지만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는 한 달 뒤에는 자신이 마련한 돈으로 중국에 가 여씨 부모와 인사를 나눴으며 여씨가 입국한 뒤 현재까지 4년간 부부로 함께 살아왔다.

또 여씨로부터 혼인신고의 대가로 받았던 돈을 돌려줬는가 하면 자신의 여동생과 딸에게도 결혼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검찰은 “결혼할 의사도 없이 허위로 혼인신고했다”며 두 사람을 불구속 기소했다. 알선업자를 수사하면서 나온 명단을 통해 두 사람의 위장결혼 사실만 확인한 것이다. 박씨와 같은 상황에 놓여 진 셈이다.

하지만 법원은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가 혼인 대가로 받은 돈을 돌려줬고 자신의 딸에게까지 혼인 사실을 알리는 등 여씨를 진짜 인생의 동반자로 여긴 정황이 잘 확인 된다”며 “따라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씨는 “아내의 목적이 어떻듯 우리는 같이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의사소통이 힘들어도 꿋꿋이 이겨냈다. 하지만 아내가 강제 퇴거 당하면 5년 동안 입국할 수 없게 돼 한 가정이 붕괴 위기에 놓이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노숙자 신용불량자 접근해 범행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는 베트남 여성과의 위장 결혼을 알선한 혐의(출입국관리법 및 공전자 기록 등 불실기재 위반)로 조직 총책 김모(44)씨 등 2명, 모집책 유모(37)씨 등 4명, 위장 결혼한 내국인 등 15명을 인천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4월 23일 밝혔다. 출입국사무소는 베트남 여성과 위장 결혼한 한국인 남성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출입국사무소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10∼2011년 베트남 여성과 위장 결혼하는 대가로 1인당 300만원 및 베트남 무료여행을 내걸어 17명을 모집, 위장결혼을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주로 직업이 없고 급전이 필요한 노숙자, 신용불량자, 만성질환자, 전과자 등에게 접근해 위장결혼을 꼬드긴 것으로 드러났다. 알선 총책들은 서울의 한 행정사 사무실에서 일하던 베트남 출신 귀화인 김모(40·여)씨를 통해 위장결혼에 필요한 재직증명서, 범죄경력증명서 등을 위조했다고 출입국사무소는 전했다. 출입국사무소는 베트남인과의 위장결혼을 알선하는 조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중점 단속키로 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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