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순방때 코드 부여…VIP 긴급상황 대응

<뉴시스>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윤창중 성추행 파문중 베일에 싸였던 귀국 과정 의혹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윤창중 전 대변인의 귀국 과정에서 주미 한국 대사관이 관여한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비밀 코드명:제시카’(히브리어 He foresees 예언자 혹은 신의 은총)였다는 것 또한 <일요서울> 취재 결과 밝혀졌다. 이 비밀 코드명은 VIP(박근혜 대통령)관련 긴급 상황이나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활용되는 것이지만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으로 그가 귀국할 당시 미 대사관이 항공편 예약을 할 때 사용된 것으로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전 관계자가 확인해줬다. 대통령 해외 순방시 활용되는 비밀 코드명까지 알려진 상황에서 정부 당국의 윤 전 대변인 성추행 사건을 접한 이후 국내로의 ‘도주’에 적극 개입한 의혹은 사실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통상 대통령이 해외 순방시 코드명이 정해진다. 코드명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청와대 경호실에서 대통령관련 긴급 상황이 벌어졌을 때 사용되는 코드명과 해외순방의 의미가 담긴 반공개 코드명이 있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 첫 미국 순방시 반공개 코드명은 ‘새시대’로 확정됐다. 북핵 위기 등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 한미 동맹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 담겨있다. 물론 이 반공개 코드명에는 경호를 위해 만든 측면도 있지만 언론에 공개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 않다.

하지만 비밀 코드명은 철저하게 대통령과 비서실장 그리고 청와대 경호실에만 통보되는 특A급 대외비다. 대통령의 신변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경우 ‘직과 코드명’을 대면 향후 일처리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도록 만든 비밀 코드명이다. 일례로 대통령이 테러의 위험에 있어 긴급 대피시 교통편이나 안가 확보 및 항공편 이용 등에 안전 조치를 위해 활용된다. 이런 비밀 코드명이 윤창중 전 대변인이 국내 귀국하는 과정에 활용됐다는 게 청와대 전 관계자의 전언이다.

실제로 윤 전 대변인 ‘여성 인턴직원 성추행 사건’직후 급히 귀국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주미 한국 대사관, 한국 문화원 등 당국의 지원이 있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 ‘윤 전 대변인이 택시가 아닌 관용차로 공항까지 갔다’, ‘대한항공측이 항공편 예약을 잡아줬다’는 등 의혹이 제기됐다. 요지는 한국측이 사건 직후 윤 전 대변인의 현지 경찰 체포를 피하기위해 귀국을 도왔다는 것으로 미국 수사당국으로부터 ‘문제 제기’를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감한 사안이었다.

한국대사관 ‘여권’없이 윤창중 항공권 예약
이런 의혹은 윤 전 대변인이 기자회견장에서 “이남기 수석이 제게 한 시 반 비행기를 예약해놨으니 핸드캐리 짐을 찾아서 내가 머물고 있는 윌러드 호텔에서 가방을 받아 나가라”는 해명을 통해 항공권은 주미 한국대사관이 예약한 것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즉 청와대 실무진이 5월 8일 오전 성추행 의혹을 처음 인지한 이후 이남기 홍보수석과 윤 전 대변인, 전광삼 선임행정관 등은 1차 대처 방안을 급박하게 논의했고, 윤 전 대변인이 일단 귀국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윤 전 대변인이 미국 경찰에 체포되거나 현지에서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는 등 사단이 벌어지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당시 윤 전 대변인은 미국 경찰이 숙소로 출동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오늘 가장 빨리 떠나는 한국행 비행기는 몇 시에 있느냐"고 묻는 등 스스로도 귀국할 의향이 있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그는 수행단에 맡겨 두었던 여권을 찾아 관용차를 타고 공항으로 떠났고,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주미 한국대사관이 단 몇 시간만에 대한항공편 항공권을 당사자 여권도 없는 상황에서 예약했다.

이처럼 일사천리로 윤 전 대변인의 국내 귀국이 이뤄진 배경에 바로 비밀 코드명인 ‘제시카’가 활용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평상시에 국제 항공권을 예약하려면 절차가 복잡하고 대기시간도 길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게 정상이다. 또한 기내 좌석이 만석일 경우에는 더 복잡하다. 몇 백명의 탑승하는 손님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해야 하고 그 이유도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VIP용 요청오면 직원부터 수소문”
하지만 주미 대사관이 항공편에 탑승할 인사의 이름과 직 그리고 코드명을 댈 경우 항공사는 VIP급으로 바로 좌석을 낼 줄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측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통상 긴급하게 탑승할 인원이 생기면 우선적으로 항공사에 ‘VIP용으로 좌석을 내줘야 한다’는 지침이 내려온다”며 “그럴 경우 일단 대한항공 직원들중 손님으로 탑승한 여부를 체크해 있을 경우 자리를 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탑승객중 대한항공 직원이 없을 경우에는 대한항공 가족들의 참석 여부를 체크해 양해를 구하고 그 다음에 사업차 탑승한 사람들보다는 놀러운 탑승객들에게 일일이 항공사에서 전화해 체류비, 식대, 추가 항공비 등을 대납하고 VIP용 자리를 내준다”고 실토했다.

사실상 항공사 직원이나 가족 일반 손님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주 있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사실상 항공사에 ‘직과 코드명’을 댈 경우 여권도 필요하지 않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결국 윤 전 대변인은 대통령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을 ‘성추행 사건’으로 인해 VIP 대접을 받아 국내에 긴급하게 귀국할 수 있었던 셈이다.

한편 ‘비밀 코드명’관련 이명박 정권 당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A 전 대변인은 5월30일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순방목적에 따라 합당한 작명을 하지만 비밀코드명은 전혀 알지 못했다”며 “수행하는 사람들은 비표를 달고 다녀 신분 확인이 됐다”며 ‘비밀코드명’은 청와대 경호실만 아는 일급 비밀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노무현 정권 당시 대변인을 한  B 전 대변인 역시 같은 날 통화에서 “반공개코드는 지역명에 따라서 네이밍을 하지만 비밀코드명은 겪어본 적이 없다”고 밝혀 수행단 극소수 인사와 청와대 고위 관계자만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일요서울>은 청와대에 ‘비밀코드명 제시카’를 확인하는 전화를 걸었지만 ‘일급비밀로 답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청와대 전 관계자는 윤 전 대변인이 귀국 과정에서 ‘이남기 수석이 종용했다’, ‘종용하지 않았다’는 이 전 수석의 책임 공방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 한 일화를 소개했다. 이 인사는 이 전 수석의 경우 ‘여자 인턴 성추행 보고를 받고 선임 행정관과 상의하라’고 한 것은 ‘거짓말일 공산이 높다’고 지적했다.

靑, ‘할일없는 이남기 방미수행 빠지면 안돼’?
박 대통령의 첫 방미수행을 망칠수도 있는 긴급한 상황을 이 수석이 직접 다루지 않고 선임 행정관과 상의하라고 한 지시나 선임 행정관 역시 윤 전 대변인과 상의한 이후 “이남기 수석에게 따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한 점 역시 수상스럽기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이 수석과 윤 전 대변인의 갈등의 골이 깊었다는 점을 반증하는 사례로 파악했다.

사실 직급으로 보면 홍보수석은 차관급이고 대변인은 1급으로 홍보수석의 지휘를 받는 위치다. 또한 홍보수석 휘하에는 대변인실을 포함해 홍보기획비서관, 국정홍보비서관, 춘추관장 등 직원만도 100여명에 육박할 정도로 막강한 자리다. 정식 직원 60여명에 인턴직원이 40여명정도.

하지만 윤 전 대변인과 이 전 홍보수석은 물과 기름과 같은 사이였고 특히 이 전 수석은 ‘수석’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례로 이 인사는 “통상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갈 경우 홍보수석에게는 15~16명의 수행단이 따라붙는 데 이번 순방에는 홍보수석실에 10명뿐 할당되지 않았다”며 “특히 외신 대변인이 빠져서 부속실에 T.O를 더 달라고 했는 데 돌아온 말이 ‘할일 없는 홍보수석이 빠지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2명이 추가돼 12명이 수행단에 들어갔다. 이쯤이면 이 전 수석의 청와대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지 않느냐”고 비화를 소개했다.

‘왕따’였던 이 전 수석이 윤 전 대변인의 사건에 억울하게 ‘불똥’을 맞아 낙마했다는 게 청와대 일반적인 분위기다. 이 증언이 사실일 경우 당사자인 윤 전 대변인을 제외하면 ‘윤창중 파문’에 청와대내 제대로 책임을 진 인사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 인사는 “사실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대책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 것은 전적으로 정무수석실과 비서실 몫이다”며 “정무적 판단이 요구되는 중요한 시점에 정무수석실과 비서실장마저 손 놓고 있었던 셈”이라고 이정현 수석과 허태열 실장 책임론도 지적했다. 

mariocap@ilyosoe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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