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청구 된 CJ그룹 회장 일가 ‘금고지기’

[일요서울 ㅣ 오병호 프리랜서] CJ그룹에 대한 검찰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다음 수사 대상기업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J그룹의 탈세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지난 7일 비자금을 조성하고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로 CJ글로벌홀딩스 신모(57)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CJ그룹 수사를 시작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CJ그룹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신 부사장은 이재현 CJ그룹 회장 일가의 ‘집사’ 또는 ‘금고지기’로 통하는 인물로 이 사건 핵심인물로 꼽힌다. 재계는 CJ그룹에 대한 수사에 이어 어떤 기업에 칼을 들이댈지 숨죽인 채 검찰을 주시하고 있다. 재계와 검찰 주변에서는 다음 대상 기업에 대한 추측과 전망이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4대강 수사와 관련해 현대 건설이 조사를 받게 되는 것 아니냐고 추측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이 아니라 서울시가 과거 추진한 사업과 관련해 해당 기업을 조사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4대강수사 감사원·공정위 조사 마무리 시점 또 다른 폭탄
정치권과 수사 방향 조율…어떤 기업 칼 들이댈지 촉각

검찰은 신 부사장 구속 당일 저녁 늦게 긴급체포한 뒤 이날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다 신 부 사장이 비자금 조성 의혹의 핵심 인물이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신 부사장은 2007~2010년 CJ가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과 페이퍼컴퍼니 등을 총괄 관리하며 수백억원대 세금을 탈루하고 비자금 관리·운용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신 부사장이 여러 단계를 거쳐 비자금을 세탁한 뒤 차명으로 해외 부동산을 매입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운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CJ일본법인장 배모씨가 대주주로 있던 '팬재팬'이 아카사카(赤坂)에 소재한 21억 엔(한화 234억여 원)짜리 빌딩 등을 매입한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팬재팬은 이 건물을 매입한 직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 S인베스트먼트로 최대주주가 변경됐고, S사는 신 부사장이 대표로 있는 CJ글로벌홀딩스가 최대주주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팬재팬이 건물 매입을 위해 신한은행 도쿄지점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CJ 계열사 소유의 건물이 담보로 제공된 사실을 파악하고 대출금의 사용처와 변제과정 등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MB정권 비리가 사정목표

또 검찰은 신 부사장이 전·현직 임직원들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 시세차익을 빼돌려 비자금을 마련하거나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자사 주식을 매매하면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것으로 보고 CJ그룹의 주식변동 현황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최근 검찰 주변에서는 하나의 공식이 있다. 그것은 사정기과의 기업수사가 철저히 지난 정권과 유착된 의혹이 있는 기업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말부터 검찰 등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상암동미디어센터에 대한 여러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정기관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초 현대산업개발이 약 2000억 원내외에 수주하여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MBC상암사옥에 대한 각종 비리 건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이 사옥은 연면적 15만㎡에 지하3층 지상14층에 이르며 오는 하반기에 입주가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MBC사옥은 김재철전 전 사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최근들어 여러 말들이 무성하다. 사정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사업의 비리 요지는 크게 세 가지다.
▲ 첫째는 시공사 선정과정에서의 현대산업개발이 공사자로 결정되기 위한 로비가 있었다는 것이다. ▲ 두 번째는 사옥설계사로 나섰던 A종합설계사가 사업수주조건으로 일정액의 리베이트를 MBC건설사업단에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 끝으로 사옥의 전산시스템구축자로 쌍용정보통신이 사업자로 지정되었는데 총 200억 원내외의 전산시스템 구축과정에 약 20여억 원이 MBC전산실 등에 뿌려졌다는 것이다.
사정기관에서는 200억 원이 투입된 전산시스템은 사실상 부도난 쌍용정보통신이 헐값에 사업을 수주하면서 막대한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막대한 낭비를 한 행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MBC시스템이 모두 LG C&S사가 구축한 설비임에도 설비교환이나 교류가 불가능한 장비를 구입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MBC는 LG와 쌍용정보통신 간의 설비교류를 위해 별도의 투자를 해야 하는 낭비한 셈이다.
MBC 비리 의혹에는 MBC 경영진 뿐만아니라 방문진 내 일부 여당이사들도 청탁과 압력을 가한 의혹이 있어 MBC신사옥을 둘러싼 의혹 수사가 곧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A증권사 수상한 자금흐름

A증권사는 최근 호텔 및 골프장 건설을 하거나 인수 작업을 활발히 펼쳐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래에셋은 2011년 세계적인 골프용품업체인 타이틀리스트를 펀드로 조성하여 인수한 이후 이 같은 펀드조성을 통해 골프 및 호텔 등에 적극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계일각에서는 6%대 수익율보장이라는 펀드로 리스크가 사업에 적극 나서는 것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사정기관이 이 증권사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증권사 회장이 거액의 비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기 위한 수법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것 아닌지 검찰이 내사 중이다.
A증권사는 호주의 포시즌호텔을 3300억원에 인수하는 MOU를 체결한데 앞서 광화문인근에 포시즌호텔체인을 낸다며 투자를 한 바 있다. 검찰은 타이틀리스트를 예상가보다 높은 가격에 인수한 것도 이 같은 해외도피를 합법화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을 품고 있다.
사정기관의 한 소식통은 “지난 4월 10일에 시범라운딩에 들어간 강원도 홍천 소재 27홀짜리 골프장 개장 전 시범라운딩을 진행 중인데 이와 관련해 여러 가지 말들이 많다”며 “해당 골프장은 900억원이 투입된 골프장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골프장과 달리 퍼블릭으로 조성했다. 이런 경우 이는 회원제를 할 경우 여러 제약을 피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골프장 조성과정에서의 비자금조성 등에 대한 의혹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의구심이 이는 이유는 이런 까닭”이라고 말했다.
또 이 골프장 공사 때 공사과정에서 인근 주민들과 마찰을 빗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매입 시 다운계약서, 차명계약, 저가 토지보상 등 문제 발생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 과정에서 주민들에게는 싸게 장부는 비싸게 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빼돌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현대건설 내부 분위기는 마치 폭풍전야와 같다. 현대는 이번 22조원이 투입된 4대강에서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담합을 이끌었다는 진술을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안절부절

현대건설이 다음 검찰수사 타깃이 될 것이라는 추측은 대선 전부터 흘러나왔다. 이유는 회사와 MB가 남다른 인연이 있는데다 4대강이 비자금 일부가 정치권이나 MB측근들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김중겸 전 사장을 주시한 것도 그래서다.
손문영 전 전무에 대한 검찰의 출석요구서가 지난 5월 16일 도착한 이후 현대건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손 전 전무는 금년 초 회사를 떠났는데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이며 현대건설의 귀국종용으로 지난 5월 말경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손 전 전무가 4대강담합 건에 대해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담합을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고 손 전 전무의 진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현대건설 측은 “공정위의 강압적인 조사에서 인정하지 않았는데도 공정위가 이를 기록으로 남긴 것에 불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현대건설 복수의 관계자가 이미 담합을 실토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추가 진술을 받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검찰은 정황증거가 확보 되는대로 현대건설의 실질적 오너들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담합 건 외에도 비자금조성과 정치권 로비 등 혐의에 대해서도 파악해 현대건설과 MB정부와의 비리사슬을 들춰내겠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수사가 결국 정몽구 정의선 회장에게로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몽구회장 자녀들의 일감 몰아주기(글로비스 이노션 등)등을 강하게 수사할 가능성까지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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