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미래…이것저것 경험하려고…”

[일요서울 | 안은혜 기자]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입법 활동을 지원받기 위해 4급 보좌관 2명과 5급 비서관 2명, 6·7·9급 비서 각 1명, 그리고 인턴비서 2명 총 9명의 보좌진을 채용할 수 있다. 이들 보좌진은 여의도 정치의 숨은 주역들로 정년이 보장되어 있는 직업이 아니다. 300명의 의원들 성격이 제각각 이듯 임시직 보좌관들의 이동이 비일비재하고 열심히 보좌해도 억울하게 그만둬야 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이들은 늘 가슴 속에 사직서를 품고 산다고 한다. 보좌진 중에서도 보통 6개월 근무 예정으로 채용되는 ‘막내’ 인턴비서들의 고충과 애환을 취재했다. 


女 인턴 “국감때 2박3일 의원회관에서 숙식”
“인턴? 비서관 보좌관까지 욕심내겠다” 의욕

명과 암이 있는 보좌진의 삶, 그중에서도 가장 ‘막내’라고 볼 수 있는 인턴비서들의 고충은 어떨까.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실의 인턴비서 A씨는 올해 초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의 인턴비서로 단기 근무를 했다. 매일 아침을 주요 일간지 스크랩으로 시작한 그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정치를 혐오의 대상이 아닌, 선거를 축제로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직접 국회의원 인턴 경험을 해보고 싶어 도전했었다”라며 “개인적인 바람은 정치참여가 좋아 의원 보좌진을 하고 싶어 하는 인재들이 대기업보다 국회로 더 많이 몰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녀가 국회의원 인턴비서를 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은 “자신을 알아주는 주군과의 장단이 하나가 되었을 때 인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국정감사의 연으로 인턴비서 시작”

민주당 재선의원의 인턴비서로 약 1년간 근무하고 있는 B씨는 지난 14일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인턴비서로 근무하게 된 계기를 “전공이 정치외교학과라 그런지 기본적으로 현실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학과 특성상 선배들이 국회 인턴을 거쳐 보좌진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결정적으로는 국정감사 때 선배의 부탁으로 일을 도왔다가 매력을 느껴 1년 뒤 선거캠프에서 일하고 공채에서 경력으로 뽑혀 인턴비서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인턴 비서로서 힘들었던 점은 “국정감사 때는 2박3일 숙식을 하면서 근무를 하게 된다. 의정보고서를 만들기도 하는데 의원님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국회의원과 일을 하면서 상처를 받은 적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물론 사람으로부터 받는 상처도 있지만 막내라서 더 신경써주는 부분도 있어서 업무적인 일 때문에 혼나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가장 보람될 때는 언제냐는 질문에 “의원님이 내 질의서를 읽을 때 가장 보람을 느끼고, 기관으로부터 개선하겠다는 답을 듣게 될 때도 보람을 느낀다”며 “졸업을 한 뒤에는 다시 의원실 보좌진을 하는 것 보다 정당이나 언론 쪽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새누리당 재선의원의 인턴비서 C씨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대학에서 법을 전공하고 지난 1년 간 인턴비서로 근무하면서 사람에게서 받는 상처보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국정감사 때였다”라며 업무적인 일에서 오는 고충을 토로했고, “그래도 법안이 발의되고 변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매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인턴비서-정책비서-비서관-보좌관의 단계를 밟아 정치에 계속 몸담고 싶다”고 답했다. 
지방 대학의 법학을 전공하고 지도 교수의 추천으로 국회의원 비서로 근무하고 있다는 D씨는 “국회에는 휴학을 하고 무급으로 일을 배우고 있는 인턴이 많다”며 “왜 그렇게까지 하면서 일을 배워보고 싶냐고 물으면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이것저것 많이 경험하려고’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국회 와서 일을 배우라고 조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경험은 훌륭한 스펙보다 취업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의원 인턴비서로서의 업무경험을 미래에 도움이 되는 값진 재산으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의원과 보좌진들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의 쓴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사단법인 한국비서협회가 주최하고 이화여자대학교 국제사무학과가 후원하는 ‘국회 보좌진 교육과정 5기’강좌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리고 있다. 강사들은 전·현직 국회의원 보좌관들로 이루어져 있고, 대상은 국회 신입 보좌진 및 일반 보좌진을 희망하는 이들이다. 입법부의 역할과 국회보좌진의 임무, 예산 집행에 따른 성과 분석 및 결산심사 결과가 반영된 예산 편성 여부 분석,  국정감사 아이템 발굴과 준비 방법, 법안 발의 및 통과, 온/오프라인 홍보전략 수립 등을 주제로 실무 경험이 풍부한 보좌관들의 생생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국회에서 20년 이상 국회 경험을 한 김현목 보좌관은 “이 강좌는 국내 최초로 국회 보좌진을 양성하는 체계적 사관학교로, 국회 입문루트가 될 것”이라며 “최근 들어 변호사, 회계사, 공무원, 기자, 금융인 출신의 보좌진이 많은데, 여야의 다양한 강연자인 장수 보좌진의 족집게 강의로 국회 전반의 업무 요령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선배 보좌진이 보좌진을 양성한다는 의미에서 보람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보좌진은 사실 3D 업종”

사실 오래전부터 국회에 아들, 며느리, 심지어는 부인까지 친인척의 인맥과 연줄로 이뤄진 보좌진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많았다. 여전히 뿌리가 뽑히지 않은 관행이지만 이런 전문직화 된 보좌진 양성 시스템이 있다는 것이 이색적이다.
요즘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고액 연봉을 주면서 보좌관들을 영입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재계와 관련된 이슈에서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기업들이 국회의 에이스급 보좌관들을 스카우트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보좌관 특채’로 기업에 들어간 이들에게는 억대의 연봉과 부장급 또는 이사급 대우가 보장된다.
이와 같이 국회의 보좌진이 되기까지의 과정에는 정치에 대한 비전을 보고 뜻이 있어 인턴비서를 거쳐 비서관, 보좌관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거치기도 하고, 흔히 말하는 낙하산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전문 양성기관을 통해 국회에 들어가기도 한다.
한 비서관은 “국회에서 일한다고 하면 다들 부럽다고 하는데 사실 보좌진은 3D업종”이라며 “밤샘 근무가 많은 것은 기본이고, 주말은 물론이고 휴가 때나 심지어 새벽에도 시도 때도 없이 전화가 온다. 보좌진들은 의원의 1분 대기조”라고 고충을 토로할 정도. 의원들이 사적으로 보좌진을 부리는 일도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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