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주의 200억원 배임 의혹과 편집국장 경질에 대한 기자들의 반발로 시작된 한국일보 노사 대립 사태가 치닫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진빌딩 1층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사지부 비상대책위원들이 사주의 퇴진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일요서울|조아라 기자] 한국일보 사측의 편집국 봉쇄 조치로 촉발된 사측과 노조측의 대치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측이 사설 집필을 거부한 주필에 대한 보직을 해임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한국일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따르면 사측은 사설을 집필을 거부한 한국일보 정병진 주필의 보직을 해임했다. 사측은 정 주필 대신 지난해 정년퇴임한 강병태 전 논설위원실장을 주필에, 허영섭씨와 안순권 씨를 논설위원으로 임명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정 주필 등 논설위원 6명 전원은 사측이 용역을 동원해 편집국을 폐쇄한 것에 대한 항의 차원으로 사설 및 칼럼 게재를 거부해왔다. 이에 앞서 이들은 지난 18일 사측에 의해 제작된 '짝퉁 한국일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비대위는 "신문사의 논조를 책임지는 주필이 보복 차원에서 논설위원으로 강등된 것은 한국 언론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정 주필의 보직 해임은 장재구 회장의 보복 인사 폭거"라고 비판했다.
 
야권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해 언론자유 훼손이라며 강하게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언론사상 초유의 일이자 언론 자유에 심각한 도전"이라며 "검찰은 장 회장에 대한 업무상 배임의혹을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하고 이번 사태의 위법여부를 가려 책임자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안 진보정의당 부대변인도 이날 역시 "언론자유를 훼손한 장 회장의 퇴진과 검찰의 엄정수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같은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직장폐쇄 요건 및 권리행사 방해죄 가능성 등에 대해 "수사가 진행중이며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전했다. 
 
언론노조 역시 성명을 내고 한국일보 사태에 대해 "한국일보 사측은 극소수에 불과한 장재구 회장의 친위 세력 만으로 통신사 기사를 베끼거나 자매지인 서울경제, 스포츠한국 기사를 그대로 게재하는 등 파행적으로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며 "한국일보 59년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한국일보 사측은 지난 15일 오후 6시20분께 편집국을 봉쇄한 뒤 용역업체를 동원해 현재까지 기자들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한국일보 노조비상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현재 사측은 편집국 기자 98%가 편집국장 임명동의에 반대한 인물을 재차 편집국장 직무대행으로 하고 사측의 인사 발령에 반발하는 기자 180여명의 편집국 출입과 기사 송고 프로그램 접속을 막은 상태다. 또 사측의 입장에 따르는 기자 10여명과 신문을 축소 제작하고 있다. 
 
앞서 한국일보 노조는 장 회장이 개인 빚을 갚기 위해 회사에 약 200억원의 피해를 끼쳤다며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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