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내 보험 해지땐 월급 토해 내”

삼성생명이 자사 영업사원들을 상대로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업사원들이 성사시킨 계약이 13개월 내 해지되면 그동안의 월급 일부를 그대로 회수해 간다는 것이다. 또 이와 같은 영업 시스템은 영업사원이 보험 가입자를 압박하게 만들어 민원 급증의 원인이 되고 영업사원의 보험료 대납 등 변종 폐해를 발생 시키는 것으로 지적됐다. 결국 영업사원과 소비자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가운데 사측만 배가 부른 게 실상이었다. 그럼에도 삼성생명은 이를 너무나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에 [일요서울]은 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보험 영업의 실체에 대해 보다 자세히 들여다봤다. 

금융당국 보험 민원 감소 외치는데 눈가리고 아웅
소비자까지 압박 받아…보험사만 배부른 시스템

실제 [일요서울]이 전·현직 보험설계사들을 통해 취재를 진행한 결과, 이와 같은 영업방식은 보험업계 전반에 걸쳐 만연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이들의 주장은 일관됐다.

삼성생명에서 근무 했었다고 밝힌 보험설계사 A씨는 “모든 월급이 실적제로 돌아가기 때문에 고객의 변심, 실업 등 어떤 이유에서라도 보험이 해지되면 보험설계사의 월급도 없어진다”면서 “또 해지시기가 가입일로부터 13개월 이전이라면 해당 계약건으로 그동안 받았던 월급을 다시 토해내야 되는 시스템이다”라고 밝혔다. 

현직 보험설계사의 설명도 이와 비슷했다. 또 다른 설계사 B씨는 “가입자가 힘들다는 이야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한다”며 “사측의 영업 시스템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설계사들을 생각해주는 방식으로 발전시킬 이유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러한 영업 실태가 낳는 이면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한화생명 출신의 전직 보험설계사는 “계약해지 시 월급이 회수되는 시스템 상 설계사가 먹고 살려다 보니 고객을 압박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고객 불만이 높아진다”며 “일부 설계사들은 한두달 정도 자신이 대납을 하더라도 고객의 마음을 잡으려 애쓰는 경우도 있다. 이에 자꾸만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고 꼬집었다. 

결국 월급에 대한 위험성이 큰 설계사들은 고객들에게 불완전 판매를 취하게 되고 이후 관리에도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미 업계에선 “전혀 개선되지 않는 월급 체계 자체가 영업사원의 고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회사는 절대 손해 보지 않겠다는 뜻 아니냐”, “금융당국은 보험민원 감소를 외치는 데 업계는 눈 가리고 아웅 한다”는 비판도 높아지고 있었다.

실제 보험 가입자 생각은 어떨까

삼성생명 보험에 가입한 유모(25·여)씨는 얼마 전 황당한 문자를 받았다. 문자의 내용은 자신이 가입한 보험 담당자가 직접 유 씨의 통장에서 보험료를 인출해도 되겠냐는 것이었다.

자동이체를 신청했던 날짜가 며칠이나 남았음에도 이러한 연락을 받은 유 씨는 기분이 좋지 않았고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담당자를 대면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유 씨는 담당자로부터 “보험 실효가 되면 그동안 받은 월급을 회사에 돌려줘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욱 당황해야 했다.

이에 유 씨는 “고객의 입장에선 다소 어이없는 상황이다. 내가 내 돈을 저축하는 것인데 마치 빚쟁이가 된 기분이었다”며 “나만 이런 경험을 한 게 아닐 텐데 회사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설계사 입장이 이해가 돼 해지할 수도 없다”며 “고객을 불편하게 하고 설계사의 생활도 망치는 보험회사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번 의혹에 대해 “설계사들에게 독촉 압박을 강요한 적도 없고 압박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 실효가 되면 가입자의 중도 해지금이 거의 남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고객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기 때문에 설계사라면 당연히 연락을 취하는 것이 맞다”며 “보험료 납입중지 등의 제도에 대해서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객의 보험이 해지된다고 해도 설계사에게는 어떤 불이익도 돌아가지 않는다”며 “현재 제기된 의혹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 엉터리 생명보험…불완전판매 비율 손해보험의 3배 ↑

생명보험사의 불완전판매 비율이 손해보험사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중에서도 KB생명과 하나생명, 우리아비바생명 등 대형 금융지주 산하 생명보험사들의 불완전판매 비율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금융소비자연맹이 지난 3일 보험협회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생명보험 설계사의 불완전판매 비율이 손해보험사에 비해 3.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생명보험 설계사의 업계 평균 불완전판매비율은 0.53%를 기록했고 손해보험 설계사의 경우 0.16% 의 비율을 보였다.

생명보험사별로는 KB생명이 2.05%로 불완전판매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하나생명(1.98%)과 우리아비바생명(1.95%) 등 대형 금융지주 계열의 생명보험사들이 뒤를 이었다.
반면 손해보험사의 경우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롯데손해가 0.39%를 기록해 생명보험사의 불완전판매비율이 더욱 도드라졌다.

또한 법인대리점 텔레마케팅에서도 생명보험사의 업계평균 불완전판매비율은 1.19% 로 손보사의 평균 0.69%에 비해 높았으며, 동양생명(3.2%), 우리아비바생명(2.46%)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홈쇼핑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동양생명이 전년에 이어 3.21%로 가장 높은 불완전판매비율을 나타냈으며, 신한생명(2.14%), 우리아비바생명(1.98%) 순이었다.

이와 관련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불완전판매비율이 전년에 비해 다소 개선되는 추세이나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간 격차가 크고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며 “불완전판매비율이 높은 보험사에 대해 집중적인 관리감독을 실시해 불완전판매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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