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분양 부추기는 정부 깊어지는 입주민들의 한숨

[일요서울│박수진 기자]인천영종하늘도시 입주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입주 전 광고내용과 달리 기반시설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음식점과 병원은 물론, 경찰서, 소방서 등은 눈을 씻고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입주가 시작된 지 벌써 일 년이 지났지만 그야말로 아파트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영종하늘도시 입주자 2000여 명은 피해를 봤다며 건설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도시개발계획에 따라 광고 했을 뿐 자신들도 피해자라며 반발하고 있어 사태는 더욱 악화일로를 걸을 전망이다. 영종하늘도시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일요서울]이 직접 찾아가봤다.  

입주한 지 일년 됐지만 병원 등 기반시설 미비
LH 보금자리 계획 밝혀…입주민 불만 고조

영종하늘도시는 지난해 7월부터 동보아파트를 비롯해 한라비발디, 한양수자인, 우미린, 현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5개 아파트가 차례로 입주를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입주가 시작된 지 일 년이 지났지만 영종하늘도시는 여전히 황무지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이는 7개단지 아파트 중심부에 위치한 상업부지 두 곳 중 한 곳은 이제서야 오픈 준비 단계에 돌입했고 나머지 한 곳은 기약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오는 7월 말에 J마트가 오픈되면서 그동안 장을 보기 위해 운서역으로 차를 타고 갔던 하늘도시 주민들은 한시름 놓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약국과 병원 등은 찾아보기 힘들어 병원을 찾는 주민들은 공항신도시나 운남지역으로 원정을 가야만 한다.

인근 A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처음 중심 상업지구 계획은 5개 정도 지을 예정이었으나 대부분 분양이 희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아파트 인근 공공용지의 매각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소방서가 없다 보니 화재시에는 아파트 단지와 4km 떨어져 있는 운남지구에서 출동해야 해 긴급 출동은 불가능하다. 파출소 역시 없어 하늘도시 주민들의 치안 불안은 상당히 고조된 상태다.

우미린 2차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씨는 “주변에 아무 것도 없다보니 밤이 되면 무서워서 나가질 않는다”며 “더욱이 파출소조차 없어 보안이나 안전과 관련해 많은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학교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초등학교는 운서초등학교 한 곳, 중학교 역시 영종중학교 한 곳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초등학교 하교 시간 정문 앞에는 엄마들이 차를 가지고 와 학교 앞에서 대기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가 있다.

초등학교 2학년생을 둔 학부모 윤씨는 “버스가 다니긴 하지만 시간 차가 적게는 30분에서 많게는 1시간 등 너무 크다 보니 매일 아이를 데리러 오고 있다”며 “대부분의 엄마들이 이렇게 아이를 픽업하거나 학원차량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현재 하늘도시 대중교통은 2개 번호의 시내버스와 주민들이 만든 무료 하늘도시 통합셔틀버스가 전부이다. 무료 셔틀버스의 경우 출퇴근 시간을 제외한 시간대가 많지 않다보니 대부분 주민들은 돈을 내고 시내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주민들 재판서 일부 승소

이처럼 나홀로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선 이유는 LH가 하늘도시 기반시설 사업기간을 2년 연장하면서 비롯됐다. 당초 지난해 6월, 아파트 입주와 동시에 모든 기반시설도 완료하기로 했으나 아파트 입주는 분양조건에 걸려 있어 시기를 연기할 수 없었고 자체 기반시설공사만 연장하면서 아파트만 남기게 된 것이다.

결국 80%의 입주율을 기록했던 하늘도시는 현재 50%만 입주한 상황이다. 나머지 30% 입주민들은 차마 들어올 엄두가 나질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한 입주민들은 입주 전 분양광고와 달리 기초적인 기반시설이 들어서지 않는 등 분양사기라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게다가 당초 약속했던 제3연륙교 문제와 밀라노시티개발, 브로드웨이 조성 등 각종 개발사업이 무산되면서 아파트 입주 원인이 사라져 손해배상 소송도 함께 벌이고 있다.

이에 지난 2월 입주민들은 건설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재판부는 분양 당시 건설사들이 제3연륙교 건설의 어려움을 알고도 과장광고 했다고 판시했다.

노종찬 인천지방법원 공보판사는 “국토해양부에서 이 사업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그와 같은 사정이 있다는 것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역대 기반시설 미비로 인한 집단 소송 가운데 가장 비율이 높은 분양대금의 12%를 반환하라고 판시했다. 이로써 건설사들이 반환해야 할 총 분양대금은 600억 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원은 입주민들이 제기한 분양계약 취소에 대해서는 “사정이 없다”며 기각했다. 이에 현재 하늘도시 입주민들은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최진환 변호사는 “사기로 인한 분양계약 최소를 주장하면서 여기에 동참하실 분은 반드시 항소해 계약 취소까지 연결되는 사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3800가구 승인

여기에 지난해 1월 LH가 보금자리주택 3800가구를 분양하기로 하면서 하늘도시 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기반시설 미비로 미분양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이 싼 보금자리 물량까지 공급되면 주변 아파트 시세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근의 B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2009년 분양한 A아파트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발코니 확장 비용을 합쳐 평균 3억5000만 원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 시세는 80% 수준인 2억8000만 원 선이다.

한양수자인에 거주하고 있는 김씨는 “현재 하늘도시 상황에서 아파트만 더 지어봤자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 아니냐”며 반문했다.

이에 대해 LH는 기존 미분양 아파트에 악영향을 줄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LH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민간 아파트 후속 분양이 더뎌지면 인구 유입이 늦어져 신도시가 발전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물량을 미리 확보해 두려는 것”이라며 “언제 아파트를 분양할지는 이런 목표에 맞게 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주택 경기 하락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공공주택 공급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영종하늘도시나 운정신도시 등 경기 서북부지역은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중 상당수가 몰려 있는 곳”이라며 “서민 주거 안정도 중요하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공급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soojina602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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