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북 ‘기대감 여전’ vs 전남 ‘아직은…’

▲ 안철수와 함께하는 전북도민 토론회가 지난 18일 오후 전북 전주덕진예술회관에서 열렸다.사진은 오른쪽 부터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 안철수 국회의원, 송하진 전주시장, 강동원 국회의원.<뉴시스>
[일요서울 | 안은혜 기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지난 6월 출범 이후 7월부터 전국 지역토론회를 개최함으로써 ‘지역민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남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호남에서 더블 스코어로 앞섰던‘안철수 신당’이 민주당과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의원은 지난 7월 18일 민주당의 텃밭 전주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지역구 확보에 따른 출마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호남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야당 의원들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안 의원에 대한 호남지역 민심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우윤근 “安 경쟁상대가 누군지 정확히 판단해야”
배기운 “안철수 세력 호남 도전하는 일 없을 것”

지난 7월 18일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찾은 안철수 의원의 전주 지역 토론회에서는 안 의원의 ‘새 정치’의 모호함과 안 의원의 미약해진 존재감 등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안 의원은 토론회에 앞서 효성 전주 탄소섬유 공장을 찾아 탄소섬유 생산·판매 현황을 점검하고 회사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안철수-민주당 호남 민심 쟁탈전

또한 전주 완산구의 한 복숭아 과수원을 찾아 농장 주인과 함께 복숭아를 따고 마을 주민들과의 간담회도 가졌다. 정책 토론회를 마치고 안 의원은 완산구의 한 노점상 거리에 나가 오후 늦게까지 상인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렇듯 안 의원의 호남 ‘민심 다지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7월 25일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광주지역 지지모임 ‘새정치경제아카데미’초청 강연에서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세력과 경쟁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독점주의에서 벗어나 호남에서도 경쟁원리가 도입될 때 호남의 정치발전은 실현될 수 있고 민주당도 전국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의원 세력과 민주당은 호남 지역 쟁탈전에 본격 돌입하는 모양새다. 야권의 지각변동이 감지되는 가운데 한 쪽은 텃밭 지키기에 다른 한쪽은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도 중앙당 다수 일정을 전주와 광주 전남에서 시작하는 등 호남 지지기반 굳히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7월 9일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정치공작 규탄 및 국정원 개혁 촉구 당원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1주일 뒤인 16일에는 우상호 민주당 국정원 개혁 운동본부 산하 국민홍보단장 등 의원들이 전주를 찾아 국정원 개혁을 촉구하는 집중 홍보활동을 벌였다. 이어 17일 광주에서는 우상호 단장, 김현미 상황실장, 박홍근 간사, 박영선, 이용섭, 임내현, 진선미, 은수미 의원 등 20여명의 의원들이 국정원 개혁에 대한 거리 홍보전을 펼쳤다.

“안의원이 왜 호남의 아들인가?”

전북 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의원은 민주당의 김윤덕 이상직 김성주 김관영 이춘석 전정희 유성엽 최규성 박민수 김춘진 의원과 무소속 강동원 의원 등 총 11명이다. 전남 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의원은 민주당 박지원, 김성곤, 주승용, 배기운, 우윤근, 이낙연, 김승남, 황주홍, 김영록, 이윤석 의원과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 등 11명이다. 전국적으로 정치 세미나, 토론의 장을 열고 주민 스킨십을 하고 있는 안 의원에 대해 전북 의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지난 7월 25일 [일요서울]이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통화했다.

민주당 김윤덕 의원(전주완산갑)은 “나는 전주에서 계속 살다가 의원이 된 경우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안철수 의원을 잘 모른다”면서도 “일반 시민들이 보는 것이나 내가 보기에도 좋은 사람인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안 의원이 퍼포먼스 식으로 국민들에게 ‘국회의원 수를 줄이겠다’는 식의 발언은 하지 않았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성주 의원(전북 전주덕진)은 “호남 주민들이 지난 대선 패배로 인해 민주당에 대한 실망을 했고, 새로운 인물 또는 새로운 세력에 대해 갈망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안철수 의원은 창당 전이고, 무소속으로 자신의 인재를 내세워 10월 재보선이나 내년 지방선거에 나온다고 해도 새 정치를 구호로만 내세웠을 뿐 실천과 비전을 보여준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의원은 “내가 안철수 의원이라면 새 정치 실현을 위해 민주당을 지지하는 지역보다 새 정치의 걸림돌인 여당 강세 지역에 도전을 하겠다. 안 의원은 호남이 아닌 영남에 도전해야 승산이 있을 것”이라며 “안 의원이 호남에 기여한 것이 없는데 왜 호남의 아들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호남은 전략적 투표를 하는 지역이다. 만일 안 의원이 높은 지지율을 보인다면 호남 민심이 안 의원을 뽑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호남에 도전한다면 민주세력의 분열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남 출신 민주당 주승용 의원(여수을)은 “국회의원 선거가 3년이나 남았다. 민주당에 대한 호남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대선 패배에 기인한 것이다. 그래서 막연하게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것”이라며 “10월 재보선이 (호남에)없다면 안철수 신당은 없을 것이다. 지방공천이 폐지되면 지방선거도 힘들다. 10월 재보선에 자리가 나서 안 의원이 도전장을 내민다면 호남의 분열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 의원은 “안 의원이 대권을 노린다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민주당 우윤근 의원(광양구례)은 “지난 대선 때에 비해 안철수 의원의 영향력은 줄었다. 또한 언론 환경은 수구 보수 세력의 장악 상태로 어려워졌다. 현재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태나 NLL 사태로 인해 정치가 어려움에 처해있다. 권력구조를 바꾸고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하면서 “안 의원이 입신양명하기를 원한다면 야권분열 초래를 주의해야 한다. 안 의원이 새 정치를 외치고 있는데, 정치는 무엇보다 경험이 중요하므로 경쟁상대가 누구인지 정확히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전주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전하기도 했던 무소속 강동원 의원(남원순창) 측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에 대한 전북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평일 열렸던 안철수 의원의 정치 토론회에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 “민주당에 대한 섭섭한 여론이 확산되면서 전주와 화순지역, 수도권 몇 군데 재보선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본격적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10월 재보선에 안 의원의 ‘안철수 현상’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민주당 김관영 의원(군산)은 안 의원에 대해 “독자적인 자신의 정치 행보를 이어감으로써 우리나라 정치 문화 발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조언하고 “민심이 (안 의원 쪽으로)흐르는 것은 민주당에 대한 개혁, 혁신, 자기반성이라고 본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전했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익산갑)은 “안철수 의원은 정치권 밖에 있다가 현역 의원으로 현실 정치에 들어왔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대통령 후보이기 때문에 본인이 꿈꾸는 새로운 정치라든가 제시하고자 하는 정책적 제안들은 국민들의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던 민주당 배기운 의원(전남 나주화순)은 안 의원 세력의 호남 도전에 대해 “안 의원 세력이 호남에 도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에 대해 호남 지역주민들이 지난 대선패배로 잠시 실망했지만 결국 민심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있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에 지지율이 높이 나올 수 있지만 정치는 현실이다. (안 의원은)정치를 똑바로 해야”라며 말을 덧붙였다.

전남, 광주·전북 민주 vs 안철수 지지율

한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광주 전남 지역 성인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는 각각 35.9%, 35.3%로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광주에서는 안철수 신당이 44.3%로 민주당(27.3%)을 크게 앞섰지만, 전남지역에서는 민주당이 40.2%의 지지율을 얻어 안철수 신당(29.5%)을 큰 차이로 제쳤다.

반면,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뷰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성인남녀 1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3%포인트)에서 안철수 신당이 45.4%의 지지율을 얻어 민주당(26.9%)을 크게 앞섰다.

안철수 신당이 창당될 경우를 가정한 여론조사에서 신당과 민주당의 호남권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두 세력은 전남과 전북 지역에서 지지율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두 세력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안철수 의원에 대한 호남 지역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시선도 있지만 ‘호남의 사위’답게 여전히 호남 지역의 주민들의 기대와 관심을 받고 있는 안철수 의원의 행보에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안철수 의원 측근이 본 호남

금태섭 “호남의 安 기대 크다”
전북안심포럼 측 “광주·전북 분위기 좋아”
장하성 “더 두고 봐야”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대전, 창원, 전주 등에서 ‘영남권 포럼’, ‘호남권 포럼’ 등 각 지역의 지지모임과 공동으로 정책세미나와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을 지지하는 수백 명의 회원들이 각각 경기, 광주, 전남, 전북 등 지역별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신당 창당을 위한 지역의 지지기반 조직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내일포럼’은 지난 대선 당시 안 의원을 지지하던 모임이다. 지역 ‘내일포럼’인사들은 7월 초 정책네트워크‘내일’ 관계자들이 각 지역 ‘내일포럼’ 대표들과 접촉해 “매달 후원금 1만 원 이상 내는 정기후원회원 100명 이상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내일’ 측은 “후원회원 100명 이상을 유치한 지역 내일포럼들은 ‘내일’의 네트워크 포럼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때문에 지역 포럼에선 안 의원이 지역의 자발적 지지모임을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내일’의 하부 조직으로 흡수해 신당 창당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18일 전주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던 전북안심포럼의 조동식 사무처장은 지난 7월 25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전주 토론회에는 10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자리했고, 자리가 없어 돌아간 인원도 상당수였다”며 “여론조사 수치를 통해 안 의원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광주나 전북 지역 현장에서는 분위기가 좋았다. 전남의 경우는 지역 의원들에 대한 지지도가 있긴 하지만 크게 떨어지는 걸 못 느낀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의원의 공보 업무를 맡고 있는 금태섭 변호사는 지난 7월 26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안 의원에 대한 전북 전남 등 호남 지역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 그래서 전주 토론회에 많은 분들이 와주신 것 같다”며 “현재 안 의원에 대한 호남 지역 민심은 좋다. 기대가 큰 만큼 우리가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장하성 소장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전주 토론회에 참석했던 인원 중 서울에서 내려간 기자단과 직원들은 인원이 100명도 안 됐다. 1000명 가까운 인원은 지역에서 오신 분 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의 호남지역 민심에 대한 질문에는 “세미나를 준비하느라 민심이나 호남지역 의원들이 안 의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여론조사 수치나 현장에서 느끼는 민심이 좋게 느껴지지만 두고 봐야 알 것 같다”고 답하면서 “다음 포럼은 진행되어 봐야 알 것 같다. 정해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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