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배경 두고 ‘청와대 교감’vs ‘단독플레이’ 분분

유정복 안행부 장관 도지사 출마? ‘안갯속으로…’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를 놓고 정치권이 설왕설래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진 장관을 만나 “없던 일로 하겠다”고 말했을 때만 하더라도 ‘해프닝’으로 끝날 듯 보였다. 사퇴 표명에 관한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고, 재신임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진 장관은 사퇴 카드를 빼들었고, 정 총리는 재차 사표를 반려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진 장관이 자신의 무능력함까지 드러내면서 사퇴를 밝힌 배경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당사자들이 이렇다 할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아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식 소문만 생산되고 있다. 반면 일부에선 갈등설이 불거지고 있다. 복지 공약 실천을 핵심 부처에 읍소했지만 아무도 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아 사퇴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 아니면 개인적 영달을 위한 ‘단독 플레이’인지를 두고 정치권 해석이 분분하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7일 복지 후퇴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대선 당시 여당 정책위 의장, 인수위 부위원장을 지내며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입안을 책임졌던 실세 장관이 취임 6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사표를 제출한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진 장관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정홍원 국무총리를 통해 반려 의사를 전달했다. 예산안 심의, 국정감사, 기초연금 도입 방안 제정 등 정기국회가 열리는 도중에 물러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박 대통령의 의중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고, 연말 개각을 통해 교체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진 장관의 ‘강수’에 정치권이 뒤통수를 맞은 형국이다. 특히 여권에서는 진 장관이 사의 표명을 철회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계산된 행보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해외출장 중 사의, “계산된 행보? 짜인 각본?”

우선 기초연금 도입안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마찰설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국민행복연금위원회를 통해 도출된 기초연금 지급액을 소득과 연계해 결정하는 방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하도록 수정을 수차례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도 인수위 시절 수차례 국민연금 연계를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진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 중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손해 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고 그런 일이 있다면 시정돼야 한다”며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이런 인식의 차이로 진 장관이 사퇴를 결심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여권 내부 갈등설도 불거져 나왔다. 대선 때부터 기초연금 논의 과정을 지켜본 의원들은 “진 장관이 희생양”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당 정책위원회도 ‘연계하지 않는 방식’을 지지했고, 진 장관은 이를 고수했다. 박 대통령도 처음에는 수용 방침을 표명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바로 다음날 청와대로부터 ‘다시 연계하라’는 쪽으로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뒤 진 장관이 괴로워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진 장관이 기획재정부에는 예산을, 안전행정부에 인원 확충을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에게 읍소를 했으나 실장은 기재위와 안행부 편만 들어줘 이들에게 밀렸다는 것이다. 정치인 출신 유정복 장관과 의사소통이 기대만큼 원활하지 못하는 등 나 홀로 싸워야 했다.

진 장관이 지난 9월 25일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후 귀국길에서 기자들을 만나 “2주 전쯤 무기력, 한계를 느껴 사의를 검토한 것이 사실이다. 해 보고 싶은 게 많은데 예산은 기획재정부가 꽉 쥐고 있고, 인원은 안전행정부가 꽉 쥐고 있고, 복지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 말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파워게임에 밀려 사퇴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일부에선 진 장관이 차기 서울시장 도전을 하려다 ‘자충수’를 뒀다는 시선도 있다. 독불장군 행보로 차기 서울시장 도전뿐만 아니라 총선가도에도 힘들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 진 장관은 “장관을 오래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직간접적으로 말해 왔다. 그리고 자신이 내세웠던 복지공약들이 정부에 의해 축소됨에 따라 자신은 할 만큼 했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사퇴 타이밍을 이 시점에 잡은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 의해 진 장관의 복지안이 수용되지 않은 만큼, 복지부 장관으로 있는다고 해도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려 했던 기초 연금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실속 차리기’라는 비판이 있지만 반영이 되지 않은 상황에 사직서를 던지는 것이 낫다는 이유에서 사퇴를 결심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어 “진 장관이 버티면 박 대통령과 싸워야 한다는 부담감도 작용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권 내에서는 박 대통령이 복지 공약 수정을 사과하고 있는 와중에 진 장관이 사퇴 타이밍을 잡았다는 것에 대한 비판론이 상당하다. 진 장관과 청와대가 물밑에서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당 한 관계자는 “진 장관은 서울시장 욕심이 애초에 없었다. 그리고 측근들이 서울시장 출마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항간에는 용산 지역구 수성에 관심이 많았다는 얘기까지 나왔다”며 “기본적으로 스타일리스트다. 어려운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일부에서 ‘청와대 교감설’까지 나오고 있다. 복지 공약 폐기와 장관직을 맞바꿨다는 의혹이다.

진 장관이 해외에 있는 동안 보좌관이 국내에서 사퇴설을 흘렸던 것이다. 국내에서 본인이 직접 을릴 수 있었으나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흘렸다. 보좌관이 그 중심에 있었다는 점에서 청와대 고위급 인사가 진 장관과 교감한 뒤 사퇴설을 흘린것 아니냐는 확인되지 않은 설까지 제기됐다.

돌연 사퇴’로 연말개각설 다시 수면 위로

한편, 진 장관의 사의 표명으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개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부총리급인 양건 전 감사원장이 물러났고, 채동욱 검찰총장도 사퇴했다. 여기에 감사원 감사위원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자리도 공석이다.

특히 인선 시기가 연말까지 늦춰질 경우 개각 규모가 중폭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우선 지난 6월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불거졌던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 경제 라인에 대한 경질론이 나왔던 만큼 ‘교체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 또한 국정과제 수행능력이 미흡한 일부 부처 장관에 대한 교체론도 나오고 있다. 유임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일부에선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교체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설이 제기되는 유정복 장관 등의 거취 문제도 관심사다. 일부에서는 진 장관의 사퇴로 유 장관의 경기도지사 출마에 빨간등이 켜졌다는 분위기다. 그 때문에 그가 경기도지사에 출마할지, 박 대통령이 놓아 줄지 여부도 미지수다. 더구나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야 하는 부담도 있는 만큼 개각 폭을 최소화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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