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경제 영향 미미…채무한도 상향이 관건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미국 정부가 잠시 멈춰섰다. 미 연방정부는 지난 1(현지시간)부터 국방과 보안 등 핵심 기능을 제외한 공공부문 업무를 일시 정지했다. 셧다운(Shutdown)으로 불리는 이 부분 업무정지는 미 의회 예산안 통과가 무산된 데 따른 것이다. 17년 만에 일어난 이 셧다운으로 미 공무원들은 무급휴가에 돌입하고 정부와 관련된 일부 기능들은 폐쇄됐다.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해 미 정부가 셧다운에 돌입한 것은 벌써 18번째로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셧다운이 주목받는 이유는 의회가 대치하면서 2주 이상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곧 있을 부채 한도 증액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은 국가 채무불이행 사태인 디폴트(Default)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오바마 케어두고 기싸움 하는 의회
공화당 측 더 큰 부담극한 대립은 피할 듯

이번 셧다운은 일명 오바마 케어를 둘러싼 미 의회의 대립에서 비롯됐다. 오바마 케어는 미 2014회계연도 예산안에 있는 건강보험 개혁안으로 전 국민에 대한 의료보험 도입을 골자로 한다.

이 개혁안은 내년부터 개시되지만 공화당이 관련 예산 배정의 1년 유예를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대립하기 시작했다. 결국 예산안이 부결되면서 지난 1일을 기점으로 정부가 폐쇄된 것이다.

과거 셧다운 기간은 199521일을 제외하고는 1980년 이후 대부분 일주일 미만에 그쳤으며 짧으면 하루 만에 종료된 경우도 있었다. 그 때문에 전문가들은 셧다운 첫날만 해도 이번 셧다운이 예전처럼 며칠 안에 끝날 것으로 예견했다. 또한 장기화로 인한 치명적인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황나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난 1당분간 부채한도 소진과 정부 폐쇄가 맞물려 미국 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며 “10월 중순까지 예산안 협상이 타결될지의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증시의 경우에도 비슷했다. 셧다운이 단기로 끝날 경우라는 전제조건 하에 수많은 분석이 쏟아졌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같은 날 정부 폐쇄가 10일을 넘기지 않는다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2~3일 정도의 폐쇄는 충격이 제한적이겠지만 3일을 넘어가게 된다면 증시가 단기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도 “1995년 정부 폐쇄의 예를 볼 때 이번 예산안 협상이 공화당 측에 더 큰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양측이 이 같은 극한 대립국면을 길게 끌고 갈 공산은 높지 않으며 미국 정치가 우리 경기에 쇼크를 줄 위섬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 2일 오바마 미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 사이의 회동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전문가들은 셧다운 장기화에 대한 본격적인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같은 날 미국의 셧다운이 지속된다면 미국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립이 이어지면서 오는 17일까지 부채한도 상향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도 대비 중이다. 현재 167000억 달러로 묶여 있는 미 정부의 채무한도는 이미 천장에 다다른 상태다.

미국의 경우 정부의 채무한도는 타국과 달리 대통령이 결정하지 않고 의회가 결정하도록 돼 있다. 잭 루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1017일이면 미 정부의 채무한도가 소진될 것이라며 의회에 부채한도를 신속히 증액해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필립 코엔 바클레이즈 펀드매니저는 진짜 공포는 미 연방정부 폐쇄가 아니라 다가온 부채상한 증액협상 시한이라고 강조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보고서를 통해 부채한도가 상향되지 않는다면 미국 재무부는 현재의 지출을 최대한 줄이도록 압력을 받을 것이며 이는 경기 회복에 엄청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경제계의 불만도 상당히 고조되고 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국가의 채무불이행 사태를 곤봉처럼 휘두르면서 정쟁의 위협도구로 쓰면 안 된다고 말했다. 미 상공회의소도 재계단체 약 250곳과 함께 정치 다툼을 멈추고 셧다운과 채무불이행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편지를 의회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향후 가능한 시나리오로는 부채한도가 상향될 가능성을 비롯해 임시 한도 연장, 디폴트 등 세 가지가 꼽히고 있다.

만약 부채한도 상향에 합의하는 경우 올해 말이나 내년 말까지 한도를 좀 더 올리는 방안이 채택될 수 있다. 그러나 예산안 통과를 놓고 막판까지 민주당과 공화당 간 합의가 진전되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원만하게 부채한도 상향에 합의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임시방편으로 부채한도를 연장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일단은 디폴트를 피한 후 구체적인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후의 상황인 국가 디폴트는 정치적인 부담을 고려할 때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여겨진다.

황 책임연구원은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는 부채한도가 소진되는 10월 중순 이전까지 부채한도 상향에 합의하는 것이나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그 때문에 임시 한도연장 방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안정적인 경기회복세와 재정적자 축소 추이 등을 감안할 때 부채한도 증액이 지연돼도 앞서 2011년처럼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이다. 황 책임연구원은 지난 2년간의 학습효과로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며 과거 재정절벽이나 시퀘스터와는 달리 실물경기나 민간소비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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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케어(Obama Care)

정식 명칭은 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 약칭 ACA)’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 개혁안이다.

이 개혁안은 민영보험에만 의존하는 기존의 의료보험 시스템을 뿌리부터 뒤흔드는데 미국 국민에게 2014년까지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2010년 의회를 통과했지만 시행 방식을 놓고 공화당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의회가 대립하면서 예산안이 부결됨에 따라 이번 연방정부 셧다운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쟁점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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