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長 청탁 미끼로 금품 요구 횡횡

[일요서울|박형남 기자]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의 5촌조카가 거액의 사기행각을 벌이고 도주하다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10월에는 박근혜 후보 지지운동을 벌였던 ‘근혜 봉사단’ 이성복 전 회장도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두 사건은 정권의 핵심과 가깝다는 점을 강조해 벌어진 사기 사건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기 행각’이 지금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박근혜 캠프 전직 인사들이 그 중심에 있다. 대부분 외곽조직 인사들이다. [일요서울]이 지령 1013호에 단독 보도한 ‘근혜 봉사단 전 회장 이성복 구속…그를 둘러싼 의혹들’역시 하나의 단적인 사례다. 정권 핵심과 친하다는 이유로 사기행각을 벌이는가 하면, 자신이 한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핵심인사들도 모르는 가짜 핵심인사들의 사기 행각을 밀착 취재했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보도를 접한 전직 대선 캠프 인사들의 반응은 대부분 두 갈래로 나뉘었다. 혹시나 하는 반응과 함께 ‘선수들은 알지만 선수가 아닌 사람들은 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박근혜 캠프에서 직능 파트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이성복씨의 경우 정권 핵심과 친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권 사업에 개입했다. 일부에선 정권 핵심으로까지 번질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씨를 모르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정권 핵심보다는 개인 비리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넘쳐난다.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 정치권을 떠나야 한다’는 이유로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속만 끓인 채 발설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사기 행각을 벌이더라도 자연스럽게 입막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내가 누구 아는데…” 
 인맥 사기수법 대공개

특히 박근혜 캠프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캠프 내 외곽조직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권력핵심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방선거 출마자, 그리고 공공기관에서 한 자리를 꿰차려는 인사들이 그 대상이다. 일부에선 박근혜 캠프에서 나름대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인사들도 당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대부분 지방선거 공천 및 인사 청탁 대가로 돈 거래가 오갔다. 더욱이 피해자들이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사기행각을 벌이는 이들은 활개를 치고 있다. “캠프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충격적인 말도 나온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식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을까. 박근혜 캠프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대부분 공천 및 인사 청탁을 하려는 이들을 대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다”고 말했다. 그 수법은 대략 다음과 같다.

‘A공공기관에 감사로 갈 수 있게 도와주겠다’, ‘모 기업 하도급업체가 되도록 도와주겠다’ 등의 이유로 돈을 뜯어낸다는 것. 또 캠프에서 근무한 이력을 내세운다. 그뿐만 아니라 정권 핵심 실세와 교감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인다.

예를 들어 인사 청탁을 하기 위해 돈을 건넨 한 인사가 ‘정부 산하 공공기관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먹잇감을 잡은 이들은 정권 실세인 A씨에게 인사 청탁을 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며 금품을 요구한다. 1차적인 거래가 있은 뒤 “이 금액으로는 턱없다”며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방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인사 청탁 경과를 알려주기 위해 “정권 핵심을 만나고 있다”, “핵심 누구와 통화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을 하며 이들을 믿게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돈을 건넨 피해자들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낼 때는 “박근혜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는 식으로 제3자를 소개시켜줘 피해자를 안심시킨다. 그리고 여러 차례 금품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인 사기수법이다.  

캠프 출신 인사들에게 피해를 본 한 관계자는 “정권 핵심과 친하다고 했고, 목적이 있기 때문에 돈을 건네줄 수밖에 없었다. 향후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경찰과 검찰에 신고를 하지 못했다”며 “욕심을 부리려다 화를 당한 만큼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캠프에서 근무했던 만큼 그의 이력과 주변 상황 등을 봤을 때 스토리가 된다. 그 당시는 의심을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100만 원에서 1000만 원을 전달한 후 또다시 비슷한 금액을 여러 차례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액으로 여러 차례 전달해줘 결국 거액의 돈이 전달된다는 얘기인 셈이다.   

캠프 외곽조직 인사들의 사기 행각은 배포 또한 남달랐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 인선이 있었을 당시 A씨는 ‘사기꾼의 희생양’이 되었다. A씨는 공공기관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탈락했다.
당시 A씨가 공공기관장 공모에 신청한 것은 배후에 있었던 인사들이 정권 핵심과 친하다는 말을 듣고, 인선 가능성이 높아 참여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정권에서 A씨를 적극 밀어주고 있으니 4배수 안에 들어갔고, 공공기관장으로 인선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A씨가 떨어지자 “다른 루트를 통해 A씨가 힘을 썼기 때문에 안 됐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한다. 결국 A씨는 아무런 자리를 꿰찰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주변 인사들에게 “투자한 것이 아까워서라도 계속적으로 거래를 하고 있다”며 신세한탄만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기조차 힘들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특히 A씨 이외에도 또 다른 사기 행각들이 벌어지고 있어 피해자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한 정치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박근혜 정부의 인사 참사가 사기꾼들이 기승을 부리게 만들었다”며 “인사를 두고 ‘7인회가 움직인다’, ‘박근혜 보좌진 3인방이 총책임자’라는 식의 말들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며 “인사 문제를 둘러싼 잡음이 없었다면 이러한 사기 행각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캠프 당시 임명장이 무분별하게 배포되면서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공기관 인선 늦어지니
‘브로커’ 양산 빌미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 주변에서는 공공기관장 인선을 하루빨리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세다. 공공기관장 인선이 빠르게 진행되면 박근혜 정부로서도 ‘득’이 될 수 있다.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각종 사업 발주의 지연으로 관련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직원들의 직무 태만과 눈치 보기가 성행하고 있다.
특히 각 기관의 내부 인사가 지연됨에 따라 인력운용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하루빨리 공공기관장 인선을 해야만 기관장들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기강확립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 295개 공공기관의 기관장 임명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2개월 이상 공백인 기관이 무려 35개 기관으로 전체의 12%에 달한다. 기관장이 공석인 기관은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철도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19개 기관이며 이 가운데 12개 기관장은 현재도 2개월 이상 공석이다.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외곽조직 인사들이 활개를 칠 수 있었던 것은 공공기관장 인선 등이 빨리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인선이 하루빨리 끝나야 여의도에서 암암리에 움직이는 ‘사기단’의 활동이 어느 정도 종료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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