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표 “자진사퇴하겠다” vs 靑 “임기 마쳐라”

“아름다운 퇴장” 황우여 12월 자진사퇴설 하반기 국회의장 도전
“당내 분란 일어난다” 내년 8월까지 당 대표 수행 기대하는 靑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친박 대표와 청와대 간의 갈등설이 제기돼 그 배경에 정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황우여 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보이지 않는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친박에선 황우여 조기 자진사퇴론을 흘리며 향후 정국 구상을 하고 있다. 지방선거 준비를 위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반면 청와대 기류는 부정적이다. 조기에 당내 분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며 자진사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김무성-서청원 당권 경쟁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인 만큼 지방선거 전에 무리하게 당권경쟁을 부추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친박-청와대를 둘러싼 갈등설을 들춰봤다.

정대웅 기자/photo@ilyoseoul.co.kr

지난 4월 재보궐 선거를 전후로 몇몇 의원들은 조기 전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무성 의원의 원내 입성과 맞물리며 ‘힘 있는 대표론’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비박 측에서도 조기전대에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선거인 지난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고, 10월 재보궐 결과에 따라 조기 퇴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선거판이 예상보다 축소돼 2곳(경북 포항남·울릉, 경기 화성갑)에서만 치러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황 대표는 무사히 당대표로서의 임기를 마칠 수 있는 상황이다.

 서청원 원내입성 후
“정국변화 있을 것”

그런데도 조기 전대론이 흘러 나오고 있다. 황 대표 핵심 측근들은 “10월 재보선, 서청원 전 대표가 원내 입성하면 정국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김무성-서청원 당권 경쟁’에 초점이 맞춰지면 당은 비박과 친박간의 갈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은 김무성-서청원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황 대표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때문에 황 대표 측근들은 ‘아름다운 퇴장’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12월 자진사퇴론’을 흘리고 있다.

친박에서도 ‘중도사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잔여 임기를 모두 끝내면 당이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지방선거가 6월인 점을 감안하면 5월 전당대회를 통해 출발하는 새 지도부가 내부를 다지면서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1월 전대 주장 이면엔…
줄세우기·공천장사 방지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친박계 핵심인 한 의원이 조기전대나 집단지도체제를 통해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며 “황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려는 것과 당내 상황이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2012년 5월 15일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황 대표의 임기는 당헌·당규에 따라 2014년 5월 15일까지다.  지방선거를 감안하면 전당대회가 다소 미뤄질 가능성도 다분하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먼저 치러진다. 강창희 국회의장의 경우 19대 국회 개원이 늦어지면서 지난해 7월 선출됐지만, 법정기일은 5월 29일이다. 이 때문에 의장직 도전을 위해선 자진사퇴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황우여 12월 자진사퇴론→1월 전당대회가 점화된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당의 역학구도와 관련이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른바 ‘김무성-서청원 당권경쟁과 20대 공천권’이 맞닿아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대선 승리를 이끈 뒤 4월 부산 영도 재선거를 통해 화려하게 복귀한 김 의원은 현재 자타 공인 새누리당 ‘1인자’다. 김 의원은 친박 주류는 물론이고 친이계 및 비주류와의 교류 폭을 넓히며 당내에서 가장 많은 우호 세력을 갖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 10월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서청원 전 대표가 당내 권력지형 변화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내에서는 친박 원로인 서 전 대표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벌써부터 친박의 구심점이란 말이 돌고 있다. 특히 서 전 대표가 여의도에 입성하는 순간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김 의원과의 경쟁 구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 서 전 대표의 국회의장 도전설이 나오고 있지만 핵심 당직자는 “서 전 대표가 국회의장이 되면 당적을 버려야 하는데 박 대통령이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서 전 대표 개소식에 김 의원이 불참한 것을 두고 김무성-서청원 간의 당권 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황 대표 핵심들 사이에서는 1월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황 대표가 임기를 소화하면 다음 당 대표는 2016년 20대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20대 공천권을 들고 김무성-서청원이 공천 장사를 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논리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 한 당직자의 얘기다.

“황 대표가 임기를 만료하면 서 전 대표와 김 의원이 당권에 도전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특히 20대 공천권을 놓고 ‘공천 장사’를 할 공산이 크다. 그러다 보면 ‘김무성-서청원’ 줄 세우기가 판을 칠 것이 뻔할 뿐 아니라 공천 장사를 둘러싸고 각종 사고가 터질 수 있다. 서 전 대표는 과거 양정례 의원 등에게 공천을 주는 대신 공천헌금을 받은 전례가 있는 만큼 ‘제2의 양정례 사태’가 터질 수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에 치명타를 입히는 것이다. 김 의원도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1월 전당대회를 치르면 20대 총선 줄 세우기 논란은 불식될 수 있다.”

20대 총선 줄 세우기 논란을 막겠다는 얘기다.  여기엔 안철수-민주당-새누리당 간의 3자 구도를 통해 지방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고, 안철수-민주당이 수도권 연대를 한다고 하더라도 새누리당 내에선 ‘지방선거 낙관론’이 팽배해 있다. 더 나아가 1월 전당대회를 치르더라도 당 대표 입지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깔려 있다.

“당내 분란 일으킨다”
靑, 황우여 ‘사퇴 불가’

이러한 움직임에 청와대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황 대표 임기를 내년 5월이 아닌 8월까지 연장할 필요가 있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최고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전당대회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만큼 지방선거를 맡아야 한다”며 황 대표 측 12월 자진사퇴론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 관리형인 황 대표가 지방선거를 치른다고 해도 아쉬울 게 없다. 지방선거는 박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 대표가 12월 사퇴하면 당내 당권 경쟁을 둘러싼 계파갈등으로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때문에 당이 요란한 것보단 관리형인 황 대표 체제하에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박 대통령으로서는 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당-청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보다는 다소 느슨하면서도 친정체제가 확실하게 구축된 지금의 지도부가 선거를 치르는 게 수월하다는 논리다.

청와대의 이러한 반응은 서 전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되면 당내 비박 진영에서 ‘박근혜 흔들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서 전 대표는 구시대적 인물인데다 비리 전력이 있는 만큼 새누리당이 ‘비리 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반기를 들 수 있다.

특히 당내에서도 서 전 대표의 공천에 반대하려다 박 대통령에게 찍힐 것을 고려해 ‘서청원 공천반대 연판장’을 돌리려다 중도에 포기해 향후 얼마든지 ‘서청원 당대표 반대 연판장’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최경환 원내대표가 이주영 의원을 크게 따돌리고 승리할 것으로 봤지만 친박 인사들이 반발해 ‘신승’을 거둔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당권 경쟁이 시작되면 김 의원이 역설적으로 ‘박근혜 따라하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서 전 대표의 당권 도전에 비토를 놓으며 김 의원이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다”면서 “김 의원에 대한 당내 우호적인 인사들이 많아, 박 대통령으로선 황 대표가 12월 자진사퇴를 통한 1월 전당대회 개최에 탐탁지 않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2의 진영이 될 수도 있다”며 “국회의장 도전을 위해 당대표 사퇴를 한다고 하더라도 청와대에서 황 대표를 적극 밀어줄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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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기사====================

공천권 두고 새누리당 당권 경쟁 ‘조기점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핵심 측근들이 ‘12월 자진사퇴→1월 전당대회설’을 흘리고 있다. 황 대표의 자진사퇴에 대해 당내에선 집단지도체제, 비대위체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당헌 당규를 개정해서라도 지방선거를 치른 뒤 전당대회를 개최하자는 논리다.

친박과 비박 진영에서 20대 국회의원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숨은 의도가 맞아떨어진 것. 이 때문에 당내 인사들은 1월 전당대회보다는 집단지도체제나 비대위체제를 내심 바라는 분위기다. 김 의원 측과 서 전 고문 측 관계자들은 “1월 전당대회 개최가 불가능할 것이다.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누가 그 자리에 나서겠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대 공천을 행사하기 위해 새누리당 당권주자들의 물밑 경쟁이 뜨겁다. 가장 먼저 움직이는 사람은 5선의 김무성 의원이다. 4월 부산 영도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재진입한 김 의원은 최근 새누리당 의원 공부모임인 ‘근현대 역사교실’을 발족시키는 등 세 모으기에 돌입했다. 이 모임에는 새누리당 의원 153명 중 102명이 가입했다.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들은 “현재로서는 김무성 의원이 당권에 가장 가까이 있다. 친이계와 친박계를 두루 아우르는 유일한 사람인 데다 지난 총선과 대선 때 자기희생을 하면서 박근혜 정부 탄생을 도운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무성 대세론이 커질수록 여권 내부 견제론도 팽배하다. 친박계의 한 핵심인사는 “박근혜 대통령은 말을 잘듣는 황우여 대표 같은 사람을 원한다. 더구나 김 의원이 독자 세력을 모으는 것을 보고는 아마 이 사람으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김무성 대항마로 서청원 전 대표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김 의원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벌써부터 ‘서청원-최경환 담합설’이 불거지고 있다. 서 전 대표가 국회의장으로 유턴하는 대신 최 의원을 당대표로 밀어주겠다는 게 주된 골자다. 서 전 대표는 구시대적 인물 이미지가 강해 여당 대표로선 적합하지 않고, 비박 진영에서 이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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