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을 아내에게~” 고작 과태료 무는데…

부인이 운영하는 재단과 식당에
지원금과 업무추진비 사용 논란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국감시즌이다. 국정감사를 통해 공직자들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이사장의 지나친 내조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속보이는 ‘아내 사랑’으로 세간의 눈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를 챙기는 것이야 남편으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그 정도가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부부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김일주 이사장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김일주 이사장은 15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의 아들은 이명박 정부 시절 제1부속실 행정관을 지낼 정도로 유명 인사다. 이명박 정부가 막을 내린 후 김 이사장 아들이 “청와대 앞에서 냉면집을 차리겠다”고 말해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의 부인은 냉면집을 운영하고 있다.

아내 위해서라면…

뛰어난 집안 내력과 부부간의 사이가 좋아도 너무 좋아서일까. 최근 정치권에서 김 이사장의 지나친 아내 사랑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김 이사장이 재단을 통해 아내의 사업에 힘을 보탰다고 하는데 속 보이는 ‘아내 사랑’으로 세간의 눈총을 받고 있는 것.

이로 인해 도덕성 논란이 불거졌다. 부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과 사업 관련 계약을 체결 했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이 아내에게 사업을 밀어줬다는 내용이다.

실제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은 재단 출범 이후인 2011년부터 2013년 현재까지 영농정착과 관련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영농정착과 관련한 사업은 크게 북한이탈주민 영농기술교육, 영농인프라지원, 영농컨설팅, 영농홍보관운영, 기타운영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김 이사장은 영농기술교육과 관련된 사업을 아내에게 적극 지원했다. 농민교육원은 재단법인 한국지도자아카데미 소유로 김 이사장 아내가 대표로 있는 단체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실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아내가 소유한 농민교육원에 2011년 1차 440여만 원, 2차 670여만 원, 3차 950여만 원, 2012년 1차 750만 원, 2차 600여만 원으로 총 3400여만 원을 직접 지출했다. 영농정착지원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통일부의 위임규정이 있어야 하나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특히 영농정착지원 대상자와 관련해, 시행령 상의 기준을 적용하지 않아 구설에 올랐다. 당초 ▲북한에서 농업계 대학·전문학교, 농업계 고등학교 등의 재학기간 1년 이상인 사람 ▲협동농장 등에서 농업기술을 지도한 경력이 1년 이상인 사람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영농정착지원과 관련한 공고에서도 단순히 ‘영농에 관심 있는 북한이탈주민’이라고만 규정했고, 2011~2012년 지원대상자 중 자격 충족자는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에서는 무리하게 아내에게 지원해 주려다 이 같은 문제를 양산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 뿐만 아니라 김 이사장의 아내 사랑은 또 다른 구설을 낳고 말았다. 부인이 운영하는 냉면집에 지난 2년 7개월간 3000만 원이 넘는 재단비를 사용해 논란이 제기됐던 것. 민주당 심재권 의원은 “올해 7월 말 현재 재단 전체 업무추진비의 72%가 부인이 운영하는 냉면집에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심 의원의 재단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년 전체 업무추진비 가운데 38%, 2012년에는 68%가 해당 냉면집에서 사용됐다. 업무추진비 사용건수는 2011년부터 총 554건 중 271건이 이 음식점에서 사용됐다.

특히 개인 업무추진비 사용명세를 살펴보면 2011년부터 2013년 7월 말까지 그는 업무추진비 75건 가운데 63건을 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그 금액은 797만 원으로 집계됐다. 또 사무총장 업무추진비 138여만 원을 비롯해 각 부서 업무추진비와 사업비, 경상비, 지원특근매식비 등도 포함됐다.

심 의원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특정 냉면집에 몰아주기식으로 비용을 집행하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며 “재단의 이사장이 노골적으로 자신의 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지속적으로 재단의 업무추진비를 써 왔다는 것은 특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우 의원도 “김 이사장의 일련의 행동은 공무원행동강령에 위배되는 행위로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 법안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김영란법 원안 살려라!

이 때문에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정치권에도 ‘김영란법’의 원안을 살리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당초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더라도 금품을 받은 공무원을 형사처벌하도록 했다. 그러나 법무부의 반발로 금품을 받은 경우 과태료만 물리게 됐다.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로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공직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2010∼2012년 중앙·지방 공무원의 행동강령 위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2010년 1436명에서 지난해 1836명으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공직자 부패야말로 사회 고질병 중 하나다. 김 이사장의 아내에게 일감을 모아준 것도 하나의 자그마한 사례에 불과한 셈이다.

한편, 김 이사장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통일부 산하 단체장이 한 탈북민 단체의 대표를 폭행하도록 한 혐의로 입건된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한 탈북민 단체의 문모 대표를 폭행하도록 지시한 혐의(폭행 교사)로 통일부 산하 재단의 김일주 이사장이 입건됐으나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정규 전환 과정에서 부적격 처리되어 퇴사가 결정됐던 감사팀장이 2013년 신규채용을 통해 다시 감사팀장으로 채용됐다. 퇴사 당시 4급이었으나 3급으로 채용됐던 것. 이 과정에서 부적격 처리가 부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각종 구설에 휘말렸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 일각에선 김 이사장에 대한 교체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7122love@ilyoseoul.co.kr

 

“뺏고 빼앗기고…” ‘신의’ 없어진 국정감사

공동 작품을 단독 작품으로…국감 김빼는 배지들

국회가 20일간의 국정감사에 들어가면서 여야 국회의원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국감기간이 중진급 의원이 아닌 초선 의원들도 언론을 탈 수 있는 기회인데다 지역구 구민들에게 활발한 의정활동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이나 신문사 지면에 단독으로 게재될 경우 향후 의정보고서를 작성할 때 홍보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의원들은 열심히 보도자료를 내고 질의를 한다.

하지만 언론 매체는 한정돼 있고 국회의원은 300명이나 된다는 점에서 언론에 나가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 때문에 국회 보좌관들이 의원들을 언론에 노출시키기위해 한 달 전부터 피감기관에서 자료를 받아 특정 언론사와 함께 작품을 만드는 경우가 일반화됐다. 또한 같은 당 상임위 국회의원 보좌진이 뭉쳐서 현안에 대해 질의를 하고 공동으로 발표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언론에 먼저 나가려는 욕심에 신의를 저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보건복지부 A 의원의 경우가 그렇다. A 의원은 보건복지위 산하 보좌진이 함께 만든 기초연금 관련 내용을 하루 먼저 언론에 터트리면서 자신이 메인을 장식해 빈축을 샀다. 내용을 주도적으로 한 의원실은 황당해했지만 같은 당 의원끼리 항의하는 것도 볼썽사나워 울며 겨자 먹기로 넘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달 넘게 영감을 위해 준비한 다른 방 보좌진으로선 억울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사례는 국방위에서 벌어졌다. 사이버 댓글 사건 관련 K 의원이 H 매체와 다른 방 사람들이 준비한 국감 자료를 몰래 듣고 먼저 터트리면서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보좌진 사이에서도 ‘왕따’를 당하게 됐다.

특히 3개월 넘게 조사한 다른 방 보좌진들은 국감기간에 전략적으로 사이버사령부 사건을 키울려고 했지만 K 의원이 먼저 치고 나가면서 국방위 국감이 김이 확 빠져 버린 셈이다. J 의원실에서는 “가만두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H 매체 역시 뒤통수를 맞기는 마찬가지. 결국 국방위에서 K 의원을 제외하고 후속작을 터트리면서 왕따 신세로 전락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피감기관이 ‘자료 없다’, ‘나중에 주겠다’며 불성실한 데다 최근에는 곤란한 자료를 미리 언론에 흘려 국감장의 김을 빼는 등 영악해졌는데 동료 의원까지 신의를 져버리면 제대로 된 국감을 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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