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도전? 그건 모르고 하는 말…”

선거는 체력전이라는 말에 “술만 안 먹으면 된다” 웃음
새누리당 연예 봉사단 ‘국회의장’ 발언에 서청원 반응이…
“낙하산? 일선 부대 승리 위해 기반 닦겠다” 정면돌파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10·30 재보선의 막이 올랐다. 경기 화성갑 지역은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 돼버렸다.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는 초반 ‘미운오리’에서 공식 선거운동 첫날 전현직 의원과 ‘척’을 졌던 인사들이 대거 출동해 등을 밀어주면서 일약 여당의 최후 보루로 떠올랐다. 민주당 오일용 후보는 서서히 지지율을 끌어 올리고, 유세 현장의 열기도 서 후보 측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성대한 편이었다. 오 후보는 당력을 최대한 활용해 숨은 1인치의 표심 공략에 나서고 있다. 서청원·오일용의 화성갑 혈투, 그 현장을 따라가 봤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7일, 경기 화성갑에 출마한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는 아침 7시 15분부터 출근길 인사를 시작으로 하루 종일 거리유세 일정이 빠듯하게 짜여 있는 상태였다. 옷차림은 깔끔한 복장이었으나, 치열한 유세를 위해 정장바지가 아닌 청바지를 입었다. 또 구두 대신 캐주얼화를 신고 있는 그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청바지를 얼마 만에 입는 거냐”고 기자가 묻자 “평상시에도 자주 입는다. 오늘 날이 추워 두꺼운 청바지를 입었다”고 말했다.

‘금주령’ 내린 서청원
 김성회 적극 지원~

“6시에 일어나 신문을 보고 나왔다”는 서 후보에게 “선거전은 체력전이기도 한데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특별한 체력 관리는 없다. 건강에도 큰 문제없다. 술만 먹지 않으면 된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날 하루 서 후보의 곁을 따라다녀 보았더니 그 말이 이해가 됐다. 곁에 있던 측근들이 서 후보의 건강을 체크하며 물을 건네기도 했다. 특히 서 후보는 “요즘 술 먹을 시간도 없고 술 먹을 일도 없다”며 “‘금주령’을 통해 선거운동기간 체력관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자신이 즐겨했던 것을 버리고 화성시민 곁으로 다가가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그러면서도 서 후보는 “서울은 걸어다니면서 선거 유세를 할 수 있었는데…”라며 “화성지역은 마을 간 거리가 멀어서 그러지 못한다”고 애로사항을 말하기도 했다.

첫날 유세 일정을 살펴보았더니 서 후보가 주력하고 있는 대상은 역시 새누리당의 지지층인 고연령층에 집중돼 있었다. 같은 날 봉당읍 대형마트, 대학교를 들러 젊은층을 대상으로 유세를 펼친 민주당 오일용 후보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날 서 후보는 새마을금고 산악회, 화성노인대학에 들러 인사를 건넸고, 오후에도 고연령층이 많이 사는 마도농협 등을 쉴 새 없이 돌았다.

다음 날인 18일에도 향남 화성노인회관 등에 참석하고, 오후에는 고연령층이 많이 사는 정남면 유세 일정이 포함돼 있었다. 화성갑 50ㆍ60대 유권자는 7만5000여 명으로 전체의 39.8%다. 20ㆍ30대 유권자는 7만2000여 명으로 38.2%를 차지한다. 여당 성향이 강하고 정치에 대한 관심과 투표율이 높은 50ㆍ60대 유권자가 그 반대 성향을 보유한 젊은층 유권자보다 많다.

서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도 2개 읍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새누리당이 모두 강세다. 고령층이 밀접해 사는 곳에서는 승리했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못했다. 그 때문에 승리가 확실한 지역에서 ‘텃밭’을 다지는데 주력할 것”이라면서도 “이는 새누리당이 앞으로 고민해야 될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거리 유세 중 만난 한 할아버지가 “이곳 노인들은 서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걱정하지 말라”며 “젊은층이 많이 사는 곳에서 가서 유세를 하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날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오전 11시 송산면에서 열린 공식 출범식 자리였다. ‘6선 국회의원’으로서의 직함과 위치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당력을 총동원해 선거를 치르고 있는 오 후보와는 달리 새누리당에서는 홍문종 사무총장, 남경필 의원, 김성회 전 의원, 박순자 전 의원 등만이 참석할 만큼 초라했던 것. 다만 당직자들과 지지자들이 모두 모여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지자자들과 악수를 나누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특히 김성회 전 의원은 직접 유세단상에 올라서 후보에 대한 지지연설을 했다. 그동안 경기 화성갑의 서 후보 출마를 두고 김 전 의원은 강한 불만을 보여 왔던 터였기에 특히 ‘화성토박이’ 김 전 의원의 지원사격은 단연 눈길을 끌었다. 

김 전 의원은 “공천과정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화성 발전을 위해 대한민국의 큰 정치지도자인 서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적극 지원하겠다. 서 후보가 화성에 오시자마자 화성지역의 화합이 이루어지는 등 벌써 많은 변화와 발전이 일어나고 있다”며 서 후보를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특히 김 전 의원은 서 후보가 거리 유세를 할 때 곁에 다가가 “서청원 후보입니다”라고 먼저 지역주민들에게 말을 건네는 적극적인 모습까지 보였다.

기자가 서 후보의 곁에 다가가 “김 전 의원의 지원이 힘이 되겠다”는 말을 건넸더니 그는 “이미 통화도 했다”며 더 깊숙한 질문에는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자신과 경쟁했던 김 전 의원과 이미 충분한 교감을 나눴다는 뉘앙스다. 또 새누리당 연예인 자원봉사단이 서 후보를 적극 돕기 위해 단상에 올랐다. 코미디언 김한국은 “최명길씨와 만나면 인사도 못한다”고 입을 열며 “자신은 잘 모르겠지만 서 후보는 국회에 입성하면 국회의장에 도전하실 거라 생각한다”며 ‘금기’시된 발언을 해 기자의 귀를 솔깃하게 하기도 했다.

기자는 내친 김에 서 후보의 핵심 측근에게 “저 말대로 국회의장 가는 것인가”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고 측근은 긍정이나 부정 대신 “그건 모르고 하는 말”이라는 답으로 당권 도전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현직 의원과 연예인 봉사단이 화성까지 내려와 서 후보의 지지발언을 하는 사이 서 후보는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 “제가 서청원입니다”라며 지역주민들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특히 지지자들이 서 후보에게 몰려 인사를 건네려 하자, 수행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조용히 돌고 싶어하십니다”, “혼자 다니신다고 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는 등의 말을 하기에 바빴다.

이후 서 후보가 단상에 올라 ‘6선 국회의원’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그는 “6선 국회의원을 하면서 경험한 것이 있다. 첫째, 둘째, 셋째도 정치 안정이다. 요즘 정치권의 상황을 보면 국민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 장외투쟁하면서 싸우느냐고. 그러면 박근혜 정부가 잘 항해할 수 없다”며 “화성갑에 출마한 것은 꽉 막힌 정치 혈관을 뚫어주고, 정치를 복원하라는 명령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무장관, 원내총무 등을 통해 얻은 경험을 가지고 여야가 공생 공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작심한 듯 서 후보는 자신을 둘러싼 비판에 대해서도 정면 돌파했다. “일부에서는 지역태생이 아니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라고 말한다. 그렇게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전쟁에서 낙하산 부대가 없으면 승리할 수 없다”며 “낙하산 부대가 후방에서 침투, 보급로와 전투식량을 차단해 일선부대가 안전하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 역할을 한다. 저도 화성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피력했다. 민주당 측에서 서 후보를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비꼬는 발언이었다.

 민주당 ‘S0S 발언’ 발끈
“큰 표차로 이긴다”

서 후보 측에서는 무엇보다 ‘힘 있는 후보’ 논리로 화성갑 민심을 설득하고 있다. 서 후보는 “화성을 10년 앞당기겠다”며 “저의 모든 경륜과 경험을 통해 화성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서 후보를 수행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지방분들은 싫으면 대놓고 내색하시고 악수도 안 받고 명함을 건네도 바로 버리는 분들도 있는데, 이곳 분들은 일단 악수는 다 받아주시고 명함도 버리지 않는다. 주민들도 서 후보에 대해 비판적이지 않아, 분위기는 좋다”고 설명했다.

지지율에서 서 후보와 점점 격차가 줄어들며 오 후보가 ‘맹추격’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흐름과 실제 바닥 민심은 다르다는 것이 서 후보 측 판단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당에 SOS를 쳤다는데…”라는 질문을 서 후보에게 던지자 “말도 되지 않는 소리다. 지금은 화성 주민들을 생각해야 할 때다”면서도 “큰 표 차로 이길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날 서 후보는 늦은 밤까지 상가지역과 지역주민 간담회를 이어갔다. 상가지역은 한산한 편이었지만 서 후보는 군데군데 한 사람이 있는 가게라도 일일이 들어가 악수와 인사를 건넸다. 한 음식점을 들렀다 나오는 한 지지자로부터 “미남이시네요. 힘내세요”라고 말을 듣기도 했다. 소감을 물으니 멋쩍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거리유세 도중 오 후보 측 자원봉사자들이 선거운동을 하자 악수를 건네며 “고생하신다”며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는 것도 잊지 않았다.

늦은 시간이 되자 서 후보도 나이를 속일 수 없는 듯 피곤한 기색이 보였다. 서 후보를 따라다니며 선거전을 간접 체험한 기자도 서 후보의 체력이 걱정될 정도였다.

7122love@ilyoseoul.co.kr

어린아이와 하이파이브 ‘화성 아빠’ 납신다! 경기 화성갑 거리유세 오일용 동행취재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7일, 화성에 위치한 협성대학교에서 개최되는 연주회 행사에 참석한 오일용 후보는 당당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오 후보는 협성대 학생들과 악수를 하기 위해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었고, 학생들도 친절하게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여기에 군인들도 참석했다. 마지못해 오 후보와 악수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렇게 ‘심드렁’하게 악수를 나눈 뒤에는 대체로 만족한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오 후보가 명함을 건네자 외면했던 한 주민은 다시 그에게 찾아가 명함을 받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주민들이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오 후보가 '화성 토박이'라는 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재보선의 1인치 승부처가 숨어 있다. 오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 ‘철야선거’를 선언한 목적도 여기에 있다. 선거 초반에는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가 오 후보보다 30% 앞섰지만, 그 격차가 18%까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오 후보와 악수를 나눈 주민들의 반응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들은 오 후보가 내민 손에 다가가 손을 내밀고 “수고하십시오”라고 전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농산물 유통사업단 봉사활동을 하는 등 고령층 공략에도 적극 나섰다. 어린아이와 하이파이프를 하거나 고령층의 말을 경청할 땐 ‘화성의 아빠, 화성의 큰아들’ 이미지가 물씬 풍겼다. 더 나아가 오 후보는 “공식선거가 시작된 이후, 17일부터 철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화성갑이 ‘야당의 무덤’이긴 하지만 이번 재보선만큼은 ‘여당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다. 손학규 고문이 출마하려 했으나 불출마를 선택해 ‘빅매치’가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점차 격차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 후보는 “화성갑 주민들은 좀처럼 표심을 드러내지 않는다”며 자신감이 넘쳐났다. 이 말에는 긍정적인 뜻이 숨어 있다. 바로 지지율에 잡히지 않는 ‘숨은 표심’이다. 오 후보를 보고 인사를 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그를 거부하지 않았으며 마음 속에 애정을 담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번 재보선도 숨어 있는 표심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는 게 오 후보의 설명이다. 손 고문이 지원요청하기로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 후보는 “손 고문과 통화도 했다. 여당색이 짙은 포항이지만 여기를 포기하는 식으로 비칠 수 없다는 이유로 포항유세를 갔다. 21일 손 고문이 직접 지원유세를 하 주기로 했다”며 “김진표 의원은 철야유세를 함께 하고 있고, 정세균 고문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오 후보가 숨어 있는 표심을 경험하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 지도부에서 적극 도와준다면 오 후보가 이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유세현장에서 정 고문 등이 오 후보에게 집중공략 세대에 대한 ‘주문’을 하달하는 과정이 기자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그는 공식선거 운동 첫날 아파트 장터, 고등학교모임 등에 참석하며 30~40대 연령층을 적극 공략하면서도 고령층에 대한 공략에도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그 때문에 철야유세를 통해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그런데 열정만으로 안 되는 게 정치다. 오 후보의 지역적인 이미지는 좋지만 당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있다. 오 후보는 “후보는 좋은데 민주당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며 “이러한 점이 변수”라고 꼽았다. 그러면서도 “화성에는 2번 이상 국회의원을 한 사람이 없다. 그만큼 민심이 변화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여기에다 당 지도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골리앗’과의 싸움에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 때문에 오 후보는, 그를 피하며 속을 드러내지 않은 유권자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며 지역주민들 곁으로 뛰어들고 있다. 바로 숨어 있는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서.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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