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와 조건 맞춰서 애인처럼 모텔 가요^^”

[일요서울Ⅰ이지혜 기자] ‘아름다운 가을 좋은 분과 즐거운 시간 보내고 싶어요.’, ‘재미있게 만나 서로에게 힐링되는 사람을 찾습니다.’ 애인대행을 구하는 사이트에 올라온 구직(?) 글이다. 요즘 애인대행, 친구대행 등이 유행하고 있다. 애인대행이란 말 그대로 ‘애인을 대신해서 행동해 주는 사람’을 일컫는다. 초기에는 솔로들이 애인과 데이트하는 느낌을 내기 위해, 또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용했다면 요즘에는 성매매로 변질된 지 오래다. 그들은 처음부터 조건과 페이를 맞추고 만난 후 바로 모텔로 이동한다.

만날때마다 20만 원까지 “월 4회에 200만 가능”
중·고생 ‘SNS 애인대행·가출 친구대행’ 등 인기

A(27·여)씨는 지난 30일 애인대행 사이트에 글을 게재했다. “인연을 만들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는 A씨의 나이와 사는 지역, 키 등이 명시돼 있었다. “건전 원합니다. 원하시는 분은 SNS로 연락주세요”라는 글을 올리자 반나절 만에 무려 13명의 남성에게 연락이 왔다.

 

인근 지역에서 만나
술 한잔 후 모텔 이동

“안녕하세요~ 카페에서 보고 대화해요. 주말이나 주중에 건전하게 데이트해요^^”
A씨가 글을 게재한 뒤 2시간 만에 한 남성으로부터 SNS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 남성은 자신이 35세이고 서울에서 조그마한 개인 사업을 하고 있으며 나이에 비해 동안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소개했다. 얼마 전 2년 사귀던 여자 친구랑 헤어졌다는 이 남성은 여자 친구를 잊기 위해 애인 대행을 원한다며 다정하게 커피 마시고 영화도 보고 식사하고 걷기도 하면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또 다른 남성 김모(37)씨는 “신분 확실한 미혼 직딩입니다. 정말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서로 배려하면서 그런 마음을 원합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는 A씨에게 “만날 때마다 20만 원 정도 생각하고 있다”며 “모텔에서 성관계를 가지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서로 맥주도 마시면서 이야기도 하고 애인처럼 지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심지어 어떤 남성은 월 4회 만남에 200만 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33세인 이 남성은 키가 180이고 자신의 직업은 연구원이며 연봉은 2억 원이라고 소개했다. 편한 애인처럼 만나면서 반건전의 진도가 가능하다면 월 4회에 150만~200만 원을 준다고 제시했다.

이 밖에도 10명의 남성들이 모두 비슷한 조건을 제시하며 연락을 취해 왔다. 보통 애인대행은 건전과 불건전으로 나뉜다. 건전은 말 그대로 건전하게 애인 대행을 하는 것으로 식사와 영화감상 같은 데이트를 의미한다. 불건전은 모텔에서 성관계를 하는 것을 말한다. 13명의 남성 중 12명이 불건전 관계를 원했다. 불건전 애인대행은 성매매와 같았다.

이 사람들이 20만 원의 돈을 주며 성매매 업소가 아닌 일반 여성과 ‘애인대행’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업소 여자는 싫지만 여자와 놀고 싶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첫째는 아무래도 혼자이니 외롭다. 그리고 둘째로는 나도 남자여서 성관계를 맺고 싶은데 나이가 있다 보니 선 아니면 여자를 사귈 기회가 없다. 게다가 직업여성도 싫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애인대행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왕모(31)씨는 “돈 주고 안마방이나 오피스텔에서 성관계 하는 곳에 여러 번 가봤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업소 여자들은 거부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애인 대행을 원하는 유부남도 있었다. 이 남성은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데이트 하고 싶다’며 건전 대행을 원했다.

10대는 ‘SNS 애인 대행’
친구 대행 가출팸 만들어

10대들 사이에서는 SNS 애인대행이 인기다. 실제로 만남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아도 카카오톡(SNS 메신저)으로 애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 관계에서 금전거래는 이뤄지지 않는다.
카톡 애인들은 서로 ‘여보’, ‘자기’라고 부른다. 그들은 카톡에서 ‘사랑해’라는 고백도 서슴지 않고 한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메신저 애인이지만 그래도 ‘애인’이라며 좋아한다. 고교 1학년 이모(17)양은 “현실 애인이 없어서 외로웠는데 비록 카톡 애인이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락할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카톡 애인이 없다면 날씨부터 식사 걱정까지 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행 서비스’가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렇듯 건전하게만 이뤄지지는 않는다. 특히 가출 청소년들은 스마트폰 어플이나 웹사이트를 이용해 애인대행으로 돈을 마련하거나 친구대행을 이용해 가출팸(가출 청소년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가출청소년 쉼터에서 만난 한 가출 청소년은 “얼마 전 스마트폰 어플 친구대행을 이용해 친구를 만났다”며 “학교도 못가고 부모님한테 들킬까 봐 친구들한테 연락도 못해서 외로웠는데 사실대로 이야기할 필요는 없지만 즐겁게 놀 수 있는 친구대행을 했더니 좋았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어플을 이용해서 친구대행으로 가출팸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실제로 친구가 된 후 그 친구도 가출을 하고… 그런 식으로 팸을 꾸린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남에게 과시용으로
건전 대행도 이뤄져…

지난 7월 서울에서는 애인 대행을 위해 만난 여성에게 필로폰을 탄 음료를 마시게 한 뒤 성폭행한 혐의로 33세김모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8월 부산에서는 애인대행 어플로 만난 여성들에게 100억 원에 달하는 상속 재산을 받기 위해서는 혼인 신고와 재판비용이 필요하다고 속여 5900만 원을 뜯어낸 남성이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그러나 애인대행이 항상 위험하고 불건전한 것만은 아니다. 애인대행 아르바이트를 여러 차례 해 봤다는 B씨는 “애인대행을 원하는 사람들이 항상 성관계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으로 애인대행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번은 친구들 모임에 동반 참석하기 위해 애인대행을 신청한 사람도 있었다. 거짓 직업에 거짓 관계지만 주변에서 부러워하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명절이 다가오면 ‘애인대행’을 원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결혼 언제 하냐”는 친척들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서다. 추석을 앞둔 지난 9월 애인대행 사이트에는 ‘가족모임 참석. 밥만 먹으면 됩니다. 1시간에 4만 원’, ‘추석연휴 동안 부모님 앞에서 애인대행 해주실 분. 하루 20만 원’ 등의 글이 올라왔다.
명절 애인대행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윤모(31·여)씨는 “대행 아르바이트는 하는 일에 비해 수입이 좋다”며 “일반 애인대행은 스킨십이나 범죄가 걱정돼 해본 적이 없지만 명절에는 상대방 가족과 함께 있기 때문에 범죄 걱정이 줄어든다. 연기 연습이라고 생각하며 임했다”고 말했다.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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