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돌출행동 대비 ‘비대위 체제’ 대두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영남 편중·당 쇄신 차원 충청권 인물 띄워
여권, 이완구-정우택 비대위원장으로 거론

[일요서울|박형남 기자]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새누리당 내부에서 갑론을박이다. 황 대표가 지난달 26일 정국 정상화를 위해 자신의 ‘직’을 걸 수도 있다는 관측에 대해 “전혀, 전혀”라고 손사래를 쳤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중도 사퇴하거나 임기를 마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새누리당 내에서는 ‘비상대책위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로 인해 비대 위원장으로 ‘중부권 대표론’이 당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방선거에서 충청권을 기점으로 수도권, 강원도에서 승리하겠다는 플랜하에 ‘충청권 대표론’이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 때문인지 충청권의 맹주로 불리는 이완구 의원과, 정우택 최고위원이 당내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다. 새누리당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중부권 대표론’ 이면을 따라가 봤다.

지난해 5월 선출된 황우여 당 대표 지도체제는 ‘변수가 없는 한’ 순항하게 된다. 리더십 논란, 최경환 원내대표와의 갈등, 친박계 강경파 등으로 입지가 흔들리고 있지만 청와대에서는 ‘황우여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2년간의 임기가 보장되면 2014년 5월까지 집권 여당 수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그러나 청와대에선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을 염두해 둬 황 대표 체제를 연장하길 바라지만 황 대표가 청와대의 ‘오더’대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한 차례 재미 본 비대위
충청 거점, 수도권 찍고 강원까지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비대위 체제를 거론하며 만약에 있을 황 대표의 ‘돌출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나는, 국회의장 도전이다. 황 대표가 임기를 마치게 되면 국회의장 도전이 쉽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국회의장 선거가 5월에 있어 시기적으로 국회의장에 도전할 수 있는 여력이 안 된다는 것이다. 국회의장 도전을 위해 황 대표가 중도 사퇴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둘째는, 황 대표가 사퇴하면 조기전대론이 불붙을 가능성이 높다. 황 대표 등에서는 20대 공천권 줄세우기 등을 막기 위해 1·3월 전당대회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당권주자들은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후유증으로 상처가 날 수 있다. 당권 주자들도 섣부르게 나서지 않을 공산이 커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새누리당에서 한 차례 재미를 봤던 전략이다. 2011년 4월 재보선 필패로 구성된 비대위 체제를 박근혜 대통령이 이어받았다. 19대 총선에서 승리했고, 정권 재창출로까지 이어진 바 있다. 또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면 새로운 인물을 키워낼 수 있다는 메리트도 있다.
이런 이유로 새누리당에서는 비대위 체제가 강력히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비대위 수장으로 ‘중부권 대표론’까지 힘을 받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비대위 위원장으로 중부권, 즉 충청권 인사를 내세우면 선거의 판세를 가름할 충청권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를 기반으로 수도권과 강원도까지 장악할 수 있다. 

또 당 주도권이 과도하게 영남권에 편중돼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대대적 변화가 절실한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카드로 ‘중부권 대표론’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당 쇄신용 카드로도 제격이다. 친박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당을 대대적으로 쇄신했다는 평을 들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의원은 “기존의 영남권 인사보다는 중부권 인사가 당 전면에 나서야 한다”며 “지방선거도 유리하고, 여러 가지 측면을 봤을 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충청권 인사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충북지사를 지낸 3선의 정우택 최고위원이 ‘충청권 국민의 참정권 제한 및 헌법상 평등 원칙 위반’ 등을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현 선거구 획정을 무효로 하는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진다면 충청권 의석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정 최고위원은 “현재 충청권의 인구는 527만 명에 이르는데, 국회의원 수는 25명에 불과하고, 이에 비해 인구가 충청권보다 적은 호남권의 국회의원 수는 30명에 이른다”며 “이는 헌법 평등의 원칙에 위반한 것이고 충청권 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의석수 늘리기는 황 대표 체제 이후 당내 변화에 앞서 충청권 인사들이 대거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선 서울시장 출마설과 비대위원장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이완구 의원이 유력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심지어 이 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할 인사들에 대해 ‘줄을 세우고 있다’는 말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충청권 인사들이 당을 장악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충청권에서 영향력이 있는 이들 중 한 명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충청권 뿐 아니라 수도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며 포스트 박근혜로 불릴 수 있다.

朴-이완구 갈등설 나돌아
朴-정우택 관계는 글쎄

이쯤에서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이 의원과 정 최고위원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이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갈등설이 제기됐고, 정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과 가깝다는 점이 서로 다르다.
충남도지사를 지냈던 이 의원은 2009년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 추진에 반발해 도지사직을 사퇴하면서 박 대통령과 멀어졌다. 충남도지사를 지낼 때까지만 해도 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여권 한 인사의 말이다.

“이 의원이 충남도지사에서 출마할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이 중간역할을 해 박 대통령과 이 의원이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 당시 이 의원이 충남도지사 출마에 대해 비관적었지만 박 대통령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출마하게 됐다. 이후 충남도지사를 사퇴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사퇴하지 말라’는 입장을 취했지만 이 의원은 사퇴를 강행해 박 대통령의 울타리 안에서 벗어났다.”

반면, 정우택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과 별다른 마찰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친박계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의 장점은 힘들 때 도와주는 인사들을 인정한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내 경선에서 붙었을 당시 정 최고위원이 적극적으로 도와줬다”고 말했다.이어 “이후 박 대통령과 특별한 마찰이 없었고, 지금도 원만한 관계로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비대위냐 서울시장이냐를 놓고 청와대의 오더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선택은
鄭이냐 李냐?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것이란 관측이 높은 가운데 중부권 인사 중 누가 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여기에는 한 가지 변수가 작용한다. ‘청와대의 의중’이다.
황 대표와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황우여’ 간의 빅딜이 이뤄질지 여부다. 청와대에서는 대표직 임기를 연기하길 바라지만 빅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득이하게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이 의원과 정 최고위원이 각축전을 벌일 것이란 말들이 당내에서 나돌고 있다. 여기에는 청와대 의중이 최대 변수다. 이 의원은 ‘충청권 맹주’를 노리기 위해 비대위원장에 욕심이 강한 것으로 드러난 반면, 정 최고위원은 서울시장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포스트 박근혜를 노리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박 대통령이 이 의원을 주지 않을 공산이 높다. 과거 충남도지사 사퇴로 인해 박 대통령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 드러나 박 대통령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존재다.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뜻을 거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최고위원의 경우 박 대통령과 지금까지 별다른 마찰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장에 출마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청와대와 아직 교감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청와대에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장 대신 비대위원장을 맡으라고 할 경우 비대위원장에 욕심을 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비대위 체제로 갈 경우 중부권 대표론이 탄력을 받는 가운데 충청권 맹주를 노리는 이완구-포스트 박근혜를 노리는 정우택 간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스기사

황우여-김한길 리더십 논란 그 이면에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타협 없는 대치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리더십 논란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친박과 친노로 인해 이러한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새누리당은 황 대표와 김 대표가 제기했던 특검 논의를 위한 ‘4인 협의체’를 문제를 논의했으나 지도부의 반대로 물 건너갔다.
특히 황 대표는 김 대표에게 “3~4일 내에 답을 주겠다”고 한 것에 대해 친박 핵심들에게 밀려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해 리더십 논란까지 불거졌다. 친박 실세인 원내대표와 사무총장 등에게 밀리고 있다.
김 대표도 지난 5월 전당대회를 통해 친노로부터 당권을 탈환했지만 여전히 친노 의원들의 견제를 받고 있다. 일부에선 김 대표 체제를 흔들기 위해 ‘대여 투쟁’에 약하다는 등의 얘기를 꺼내고 있다. 일부에선 친노에서 김 대표를 흔들어, 지방선거를 친노체제로 치르려는 분위기도 적잖게 감지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