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박근혜 노리는 ‘투(Two)정’

 
   
▲ 새누리당 정몽준(왼쪽), 정우택 의원 ⓒ 일요서울 정대웅 기자
 
 
출마 망설이는 정몽준 이유…‘친박 희생양’ 될 수도
정우택, 충청권 바람 딛고 서울시장→대권 티켓까지
여권 “중진 의원 내세워 경선 바람 일으키자”

[일요서울|박형남 기자]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일부 여론조사에서 여권에 패배한다는 결과가 나오자 여권 내에선 서울시장 후보 쟁탈전이 한창이다. 정우택·이혜훈 최고위원,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총리, 원희룡 전 의원,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

이 가운데 새누리당 중진 의원인 정우택 최고위원과 정몽준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인들은 출마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태도를 ‘출마 명분이 형성되면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자신이 추대되길 내심 바라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동시에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사전 작업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당 일부에선 ‘서울시장→대권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온갖 시나리오가 팽배한 가운데 ‘포스트 박근혜’를 둘러싼 정우택 최고위원과 정몽준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설 막후를 따라가 봤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권 인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의 독주 행보 속에 ‘박원순 대항마’가 없는 새누리당에선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선 7선의 정몽준 의원, 충북도지사를 지낸 정우택 최고위원, 이혜훈 최고위원, 원희룡 전 의원, 홍정욱 전 의원, 오세훈 전 시장,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나경원 전 의원 등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는 박 시장을 꺾는 게 쉽지 않은 분위기다. 하지만 민주당의 지지율이 낮은 상태에 머물고 있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독자세력화 행보에 따른 야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여기에 박 시장이 새누리당 후보와 맞대결 했을 때 패배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하나둘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선 ‘승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일단 새누리당은 여론조사, 정책 능력, 이미지 조사 등을 통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우겠다는 입장이다.

정몽준 서울시장 출마설
보약이냐? 독약이냐?

이 가운데 새누리당 중진인 정몽준 의원과 정우택 최고위원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와 관심을 끈다. 친이-친박 대결로도 비치기 때문이다. 당연히 누가 서울시장 후보로 낙점되느냐가 최대 관심사지만, 이들이 서울시장에 출마하면 포스트 박근혜를 놓고 불꽃 튀는 경쟁을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겉으론 서울시장 출마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당에서 추대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차기 대권 꿈까지 꿀 수 있다. 이들이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것도 ‘포스트 박근혜’를 노리기 위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언제까지 ‘충청도 맹주’, ‘영원한 대권 후보’로만 있겠는가.”

사석에서 만난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대뜸 이런 말을 했다. 7선의 정몽준 의원을 두고 여권에서는 서울시장 후보로 손꼽고 있다.

여권 내 서울시장 후보로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여론조사 대결에서 앞서고 있고, 일각에서는 대망론을 위한 ‘정몽준 서울시장 프로젝트’라고 말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설은 공식적으로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고, 비공식적으로는 그의 행보에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로 옮겼다”, “KBS 대구방송총국 국장 출신 윤모씨를 영입했다”든지,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을 이겼다는 결과가 나온 뒤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나중에 답변드리겠다”고 말해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이다.

정 의원 핵심 관계자들도 “서울시장 출마에 관심이 없었지만 당의 요구가 거세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설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정치권 인사들은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되길 바라는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인 데다 친박이 절대다수여서 당장 대권의 꿈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서울시장에 출마하려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정 의원의 역할에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으나 정 의원과의 관계가 여전히 껄끄럽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후견인 역할을 했던 한 인사는 “정 의원과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사이가 벌어졌다. 정 의원은 최태민 목사의 아들 정윤회씨에게 선거사무실 출입금지령을 내리고, 거리를 두라고 했지만 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때 박 대통령은 측근그룹을 비판한 것을 못마땅히 여기면서 관계가 벌어졌다”고 귀띔했다.

정 의원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서울시장으로 나올 수는 있지만 추대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 의원도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 경선에 통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권 인사들이 고개를 꺄우뚱하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에선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 의원은 정작 ‘백지신탁’ 규정에 걸려 주식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나올 수 없다는 말까지 흘리며 ‘정몽준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이런 말을 했다.

“박 대통령이 고마워할지는 몰라도 거기에 대한 빚을 졌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으로선 정 의원에 대한 고마움은 있지만 여전히 관계가 서먹서먹한 것으로 알고 있어, 서울시장 후보로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다. 그 때문에 여권 내에서 김황식 전 총리가 거론되고 있다. MB 정부 시절 국무총리로서 역할을 잘 수행했을 뿐 아니라 최근 김 전 총리의 국회 해산 발언 등을 볼 때 박 대통령에게 환심을 사려는 말들을 많이 하고 있다.”

당에서 정 의원의 위상이 대권 주자라지만 청와대에서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박 대통령이 초등학교 동창인 정 의원에게 ‘포스트 박근혜’로 통하는 서울시장 자리를 쉽게 줄 리 없다는 것이다.

“친박 지지 얻으면 승산”
 큰 꿈 그리는 정우택

정 의원 외에 서울시장 출마와 함께 포스트 박근혜를 노리는 인물이 바로 정우택 최고위원이다. 정 최고위원은 충북지사 시절에서는 박 대통령과 가까이 하지 못했다. 그러나 중앙정치에 뛰어들면서 박 대통령과 수시로 만났다. 또 국외 정상외교를 위한 미국 방문길을 특별수행하는 등 대표적인 친박 성향의 인사다. 한 정치권 인사의 말이다.

“서울시장 후보로 정 의원보다 정 최고위원을 선호할 수도 있다. 친박 성향으로서 친박 의원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어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정 의원과의 경선에서 승리하면 파란을 일으킬 뿐 아니라 경선에 흥행이 된다. 이럴 경우 ‘정몽준을 겪은 정우택’이라며 서울시장 선거에 ‘바람’이 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장 출마설에 부정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내년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정 최고위원은 상황을 예의 주시할 것이다.”

최근 정 최고위원이 내년 6월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있어서다. 하지만 이는 정 최고위원이 ‘포스트 박근혜’를 노리기 위한 작전이라는 해석이 따라붙는다. 최근 정 최고위원이 충청권 의석수 늘리기에 앞장서고 있고, 충청권 인사의 중요성을 역설한 만큼 출마할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해석에는 몇 가지 이유가 따라붙는다.

우선 정 최고위원은 충북도지사를 지냈지만 서울에서 생활했다. 경기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나왔다. 서울 출생인데다 서울지역에 충청권 출신 유권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실제 정 최고위원도 이 점을 공략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달 21일 ‘동국대·윈컴 정치커뮤니케이션 최고위과정’ 강좌에서 “서울시민의 출신지를 살펴보면 호남이 35%, 영남이 27%, 충청이 22%”라며 “호남과 영남은 쉽게 지지정당을 바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우리가 서울시장 후보로 충청도 출신 인물을 내세운다면 충청출신 유권자들의 표심을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서울시의 승리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승부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는 충남도지사를 지낸 이력과 서울지역에서 인지도를 올린다면 충분히 ‘포스트 박근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충청권은 리더가 나타나면 결집한다는 게 충청권 인사들의 중론이다. 그 때문에 정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고 대권에 도전한다면 충청권 리더로서의 영향력이 막강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큰 정치를 하기 위해 정 최고위원이 서울시장에 도전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 최고위원 측근들과 일부에서는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는 말들이 나온다. 

결국 당내 대권 후보인 김무성 의원 등으로 인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정몽준, 정우택. 이들은 ‘포스트 박근혜’ 자리를 노리기 위해 서울시장 출마설을 흘리며 당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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