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의 간판 오락프로그램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를 14년 만에 부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연예인이나 유명인 1명을 대상으로 선정, 가상 상황에 투입한 뒤 의도적으로 황당한 일들을 만들어 당사자가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지켜보는 방식이다. 이 코너의 묘미는 당사자들은 자신의 행동이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관음증’이라는 단어조차도 생소했던 당시, 국민들에게 ‘훔쳐보기’의 짜릿한 쾌감을 선사함으로써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문제는 몰래카메라가 단지 오락프로그램용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지난 8일 서울 중부 경찰서에는 일본인 관광객 A(31)씨가 고개를 속인 채 조사를 받고 있었다. 이유는 ‘어이없게도’ 길가는 여성들의 치마 속을 들여다본 죄. 조사결과 그는 운동화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여성들의 치마 속 은밀한 부분을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치마 속 들여다보기 취미생활”

낯선 여성들의 은밀한 부분을 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던 A씨. 여성들의 치마 속을 들여다보기 위한 그의 노력은 실로 눈물겨웠다. 대놓고 치마를 들추거나 노골적으로 쳐다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 여성의 신체를 음탕한 시선으로 쳐다봤다가는 변태나 성도착증세를 지닌 사람으로 몰려 당장 경찰서로 끌려갈지도 모를 판이었다.머리를 쥐어 짜낸 끝에 그가 고안해낸 방법은 바로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도촬이었다.그는 자신의 운동화 앞부분에 구멍을 뚫어 렌즈를 장착한 후 캠코더를 이용해 지나가는 여성들의 치맛속을 촬영했다. 치마를 입은 여성은 누구도 예외랄 것 없이 A씨의 표적이었다. 특히 늘씬하고 젊은 여성들의 치마 속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운 ‘일상’이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A씨의 몹쓸 행각은 오래가지 못했다.서울 을지로2가 은행 앞길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지나가던 여성들의 치마 속을 촬영하던 A씨는 그의 걸음걸이를 수상하게 느낀 사람들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들에게 붙잡혔다. 지난 8월 관광목적으로 입국해 서울에 거주하고 있던 A씨는 조사과정에서 자신의 범행사실을 순순히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범행동기를 묻는 질문에 ‘취미생활’이라고 말해 경찰들을 어이없게 만들었다고.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너무도 대수롭지 않은 듯 ‘취미생활’이라고 하는데 순간 할말을 잃어버렸다”며 “왜 남의 나라까지 와서 그런 괴상한 취미생활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실소를 자아냈다.

모르는 사이에 포르노 주인공?

이와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얼마 전 한 남성이 여대생들의 치마 속을 촬영한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커다란 문제가 됐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타깃이 되는 여성들은 비단 여대생뿐만이 아니다. 도촬의 피해자는 스튜어디스와 직장여성은 물론, 여고생, 젊은 미시족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또 ‘탤런트 OOO의 미니스커트 속 대공개’, ‘가수 XXX의 치마 속 구경’과 같은 식으로 연예인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 만에 하나 출연한 쇼프로나 드라마에서 실수로 치마 속이 보이거나 아찔한 장면이 연출되기라도 하면 당분간 그 연예인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한다. 방송이 나가기가 무섭게 그 장면은 교묘하게 포토숍 혹은 합성처리가 된 채 인터넷에 깔려버리기 때문이다. 또 어쩌다 속옷이 비추기라도 하면 교묘하게 나체 사진으로 둔갑되어 여지없이 인터넷에 올라온다.

해당 연예인으로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캡처된 문제의 장면에 그야말로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어느 특정 여성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확인 결과 실제로 나돌고 있는 동영상들의 모델은 대부분 일반인이었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이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당연지사. 길거리의 수많은 인파사이를 바쁘게 지나가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의 치마 속이 누군가의 눈요깃거리로 되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즉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의 표적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이들 여성들은 남성들의 음탕한 욕구에 어이없이 희생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런 동영상들은 일부 P2P 사이트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일부 동영상들은 그 수위가 상당히 아슬아슬하다. 심지어 피해 여성들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피해 여성들은 졸지에 ‘포르노 배우’가 되어버리는 일이 생긴다.

몰카시리즈 ‘셀 수 없어’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몰카 동영상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승무원들에서부터 간호사 및 은행직원이 출연하는 동영상은 가장 기본적인 시리즈에 속한다. 동영상에는 심지어 서점에서 책을 읽거나 마트에서 상품을 고르는 일반인들까지 등장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의 촬영 기법이다. 여성들의 치마 속을 찍기 위한 이들의 수법은 대범하다못해 기가 막힐 정도다. 이들은 먹이감을 찾아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괜찮은 대상을 물색한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짧고 섹시한 스커트를 빼입은 멋진 몸매의 여성들은 더없이 좋은 표적이 된다. 이들은 표적을 정하고 나면 카메라를 무조건 여성의 치마 속으로 집어넣는다. 공항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한 몰래 카메라에는 여승무원을 계속 따라다니며 치마 속을 찍으려고 하는 집요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또 여성들의 평소 습관이나 작은 손놀림, 표정 하나까지도 그대로 노출된다. 그러나 해당 여성들은 이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그야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자신의 치마 속에 렌즈가 들어와 촬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여성은 사실상 없다. 문제는 이러한 동영상들이 버젓이 인터넷을 떠돌며 그녀들의 얼굴들이 여과 없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동영상들은 온갖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제목으로 뭇 남성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목숨 걸고 찍은 스튜어디스 몰카’, ‘OO문고에서 독서중인 아가씨’, ‘OO대 도서관 이쁜이들’, ‘XX은행 직원’, ‘백화점에서 쇼핑중인 미시’...

누구도 예외는 없다

일본에서는 옷을 입고 있어도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적외선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한 ‘몰래카메라’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얼마전 수영복 속이 투영되는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찍은 여성들의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와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사진의 주인공들은 푸른색 수영복을 입고 있었음에도 신체의 은밀한 부분이 그대로 투영된 상태였다. 이 사진은 순식간에 수만건이라는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며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이 때문에 한때 수영장에서는 적외선카메라로 도촬을 일삼는 비윤리적인 몰카족 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잠시 잠잠했던 몰래 카메라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는 페티시적 성향을 들어 설명하기도 한다. 즉 ‘훔쳐보기’를 좋아하는 페티시 마니아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타인의 은밀한 사생활이나 신체 부위를 궁금해하는 현대인의 ‘관음증’적 성향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몰래카메라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는 사생활 침해를 넘어서 이 세상에 더이상 여성들의 안전지대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몰래 카메라라는 것이 참 문제예요. 잡기도 어렵고 정말 골치아프죠. 어디 치마 속뿐인가요? 화장실, 목욕탕, 여관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포진해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요즘 도촬 기술들이 너무 기묘해서 범행현장을 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며 씁쓸하게 웃는다.취재중 몰카만큼은 절대로 안 본다는 ‘특이한’ 남성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습니다. 저도 남잔데 왜 그런 호기심이 없겠습니까? 그러나 내 누나나 여동생 혹은 가족이 몰카의 주인공으로 나온다고 상상해보세요. 너무 끔찍하지 않습니까? 당사자들이 받을 정신적 고통은 말할 필요도 없을테고…. 전 아마 미쳐 버릴 거예요. 피해 여성들 중 자신이 몰카의 주인공이 될거라고 짐작한 사람이 있겠습니까? 자신의 가족들도 항상 몰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명심하세요. 누구도 예외란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해요. 몰카는 유포시켜서도 안되고 봐서도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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