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책임없다?…수리비 12만원 ‘폭탄’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성토가 잇따르고 있다. 실적경영을 강조하면서 소비자 불만을 묵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LG전자 스마트폰 액정파손에 대한 소비자 불만 증가율이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잘 깨지는데다가 수리비까지 비싼 스마트폰 액정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스마트폰 액정 파손 관련 소비자 제보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지만 뚜렷한 해결책 없이 여전히 보상비용을 고스란히 소비자가 부담하고 있다. 이에 깨진 액정을 구입하는 업체가 등장하기도 해 제조사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구 부회장을 비롯한 제조사들이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당분간 소비자들의 불만은 계속 증폭될 것으로 예측된다.

깨진 부품 구입 업체까지 등장
서비스 개선 계획 無…외면 지속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가 3700만 명으로 증가해 전국민의 75% 정도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사용자 수가 증가한 만큼 스마트폰 액정 파손 관련 불만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도 스마트폰 액정을 검색하면 이와 관련된 불만 글과 연관 검색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제조업계는 하루 평균 국내 제조업체 수리 센터에 맡겨지는 스마트폰 파손 액정을 5000건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3위 휴대전화 제조사인 팬택의 수리 접수 건수는 하루 평균 870건으로 공개되고 있지만 업계 1·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액정수리 건수를 대외비에 부치고 있다.

최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위 3개 업체와 애플 제품을 포함한 액정파손 관련 소비자 제보 건수가 작년대비 87건에서 190건으로 2.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사별로는 삼성전자(52.6%), LG전자(31.5%), 애플코리아(7.8%), 팬택(7.8%)의 순서대로 드러났지만 증가율에 있어서는 LG전자가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제조사 대비로 볼 때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는 23.1%였고, LG전자는 그보다 높은 23.3%로 나타났다.

지난 8월까지를 기준으로 LG전자는 지난해 9건에 불과했던 건수가 60건으로 늘어나 566.6%의 증가율을 보여 삼성전자보다 6.4배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3건에 이어 올해 100건으로 88.67% 증가했다. 지난 10월 한국소비자원이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자료에서도 LG전자의 스마트폰 관련 소비자 피해 구제건수가 급증한 점이 지적된 바 있다.

이밖에도 팬택은 지난 해 9건에서 15건으로 증가해 66.7%의 증가폭을 보였다. 팬택의 현재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5% 안팎이다.

반면 애플의 아이폰은 지난해 16건에서 올해 15건으로 6.2% 유일하게 감소했다. 시장 점유율이 축소된 것에 따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일체형 액정제작
소비자 부담 높여

이처럼 액정 파손 불만이 급증한 원인으로 스마트폰이 강화유리와 액정, 터치패널이 일체형으로 제작됐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은 LCD 혹은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 위에 충격 방지를 위한 강화유리가 덮여 있는 구조다. 과거엔 두 부품이 분리돼 있었으나 최근에는 화질을 높이기 위해 완전히 합착한 일체형으로 제조되고 있다. 또 제품을 얇고 가볍게 만들기 위해 액정 테두리 부분(베젤)을 거의 없애다시피해 작은 충격에도 액정이 깨지기 쉽다. 화면이 점차 커지면서 충격에 노출되는 면적이 넓어진 것이다.

이는 결국 강화유리만 깨졌을지라도 내부액정까지 모두 함께 교체해야 하는 상황을 발생시켰고, 소비자의 부담만 늘어났다.

LG전자의 옵티머스G를 사용했던 A씨는 “휴대전화를 떨어트린 뒤 액정이 완전히 깨진 적이 있는데 터치는 물론 전원을 끄는 것조차 되지 않아 답답했었다”고 말하면서 “수리 부품 재고가 없어 며칠씩 기다려라, 다시 와라는 등 한 번에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로 화가 많이 났었다”고 말했다. 또 “수리비도 만만치 않아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파손된 액정을 교체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요 스마트폰의 액정 수리비용의 평균은 제품 출고가의 15~20%에 달하는 12만2700원이다. 그러다보니 불법 보조금이 풀린 새 휴대전화를 사는 것이 이득이라는 말까지 있다. 또 파손보험을 들어놨던 소비자일지라도 자기부담금을 지불해야 해 수리를 맡기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깨진 액정을 매입하는 업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깨진 액정을 매입해 해외로 팔아 넘겨 수익을 내고 있다.

B씨는 “서비스센터를 방문할 때 입구에서 어떤 사람이 다가와 액정 교체하러 왔는 질문을 던지더니 교체하러 온 것이라면 수리 후 반드시 액정을 가져오라고 말을 했다”면서 “다짜고자 말을 걸어 놀라는 모습을 보이니 깨진 액정을 자신들이 구입하겠다며 꼭 가져와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B씨의 경우 파손보험에 가입돼 있어 자기부담금만을 지급해면 돼 상대적으로 교체 비용이 적지만, 매입업자들로부터 액정을 판매하면 자기부담금 금액까지 다시 돌려받을 수 있었다. 오히려 추가 이익금이 생길 수도 있는 금액이었다.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자 삼성전자와 소비자들은 교체 수리 후 깨진 액정을 두고 ‘돌려달라’와 ‘줄 수 없다’는 입장으로 갈등을 겪기도 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액정 회수를 포기했다.

LG전자의 경우 액정 파손과 관련된 소비자 불만 급증에 대해 “액정 관련 소비자 구제 대책은 따로 없으며 제품에 대한 보완 작업도 현재로서는 진행되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제조사와 정부에서 제대로 된 통계와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수수방관의 태도로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스마트폰 사용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제조사들의 무관심한 태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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