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증권업계에 회색빛이 드리워진 가운데 매물로 나온 중소형 증권사가 다른 중소형 증권사의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상대방은 이유도 모르고 떨고 있는데 사들이는 쪽은 단순한 투자 목적이라며 태연하다. 그런데 사들이는 쪽은 이미 인수ㆍ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어 언제 팔릴지도 모르는 상태다. 부국증권과 리딩투자증권의 상황이 바로 이러하다.



이유도 모르는 추격전…중건>리딩>중광 릴레이

우호지분 늘리기만이 살 길…불안한 김중건 회장

지난해 말 김중건 부국증권 회장 일가의 자사주 지분은 26.55%로 전보다 늘어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부국증권은 김 회장의 친인척인 김정수씨 외 2명이 보통주 4만700주를 장내매수했다고 지난해 12월 27일 밝혔다. 김정수씨는 16일에 3만3120주를 샀고 그 외 김영윤씨와 김상윤씨는 18일과 19일에 각각 3950주와 3630주를 사들였다.

이에 앞서 리딩투자증권도 부국증권의 주식을 사들여 기존 11.97%에서 12.02%로 지분을 늘렸다. 금감원에 따르면 리딩투자증권은 같은 달 11~17일에 걸쳐 부국증권 주식 6100주를 장내매입했다.

주목할 점은 리딩투자증권이 보유한 지분이 김 회장의 동생인 김중광씨의 지분 11.79 %보다 많다는 것이다. 리딩투자증권은 당시 주식 매입으로 보통주 지분에서 중광씨를 앞섰다. 현재 부국증권 최대주주인 김 회장도 보통주 지분은 12.22%로 그리 많은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은 동생인 중광씨와 리딩투자증권 양쪽 모두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광씨의 경우 김 회장과 비슷한 지분을 보유한 이상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되나 아직까지는 적대지분으로 분류되지는 않고 있다.

보유지분 담보 잡힌 형
쥐고 있는 속 모를 동생

문제는 중광씨가 김 회장의 보유지분 전체를 질권설정계약을 통해 담보로 쥐고 있다는 점이다. 관계자들은 경영권 승계에 있어 아직 명확한 후계 구도가 나오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리딩투자증권이 부국증권 주식을 계속해서 매입하는 것은 이보다 더 큰 의문을 낳는다. 리딩투자증권은 2004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부국증권 주식을 10년간 꾸준히 매입해 왔다. 그것도 단순한 투자 목적이라고만 이유를 밝혀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켰다.

그중 리딩투자증권이 부국증권 주식을 사들이지 않은 해는 2010년으로 단 1년간이었다. 이듬해인 2011년 4월에는 지분을 늘리고도 두 달 후에야 지각공시를 해 더욱 의혹을 샀다.

10년간 지분매입으로
적대적 M&A 가능할까

결국 김 회장 일가의 이번 주식 매입은 지분을 앞세운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김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곳은 일가친척을 포함해 귀뚜라미그룹과 한국단자공업 등이다.

이전에도 김 회장은 2012년 10월 귀뚜라미그룹을 공동보유자로 신고하며 우호지분을 더욱 공고히 했다. 김 회장의 사돈인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명예회장에게 ‘SOS’를 날린 것이다.

귀뚜라미그룹은 2007년에도 계열사인 귀뚜라미홈시스를 동원해 부국증권 주식을 사들이며 부국증권을 도운 바 있다. 또 한국단자공업도 비슷한 시기에 부국증권과 자사주를 맞교환하는 형태로 부국증권의 지분을 취득하며 같은 편에 섰다.

한편 리딩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큐캐피탈파트너스의 인수가 무산되면서 동화그룹의 인수가 예측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만약 동화그룹이 리딩투자증권을 인수하더라도 그 여파가 부국증권에까지 미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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