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령-상민 ‘딸들의 전쟁’ 예고

▲ 임세령 상무(왼)와 임상민 상무(오)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후계구도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두 자매 모두 활발한 경영활동을 통해 눈도장을 확실히 찍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6일 단행된 인사에서는 차녀 상민 부장에게로 기우는 모습이 연출됐다. 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해 언니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또 지주사 보유 지분도 언니보다 많다. 이에 대상그룹이 30년 만에 3세 경영 승계작업을 본격화했다는 관측과 함께 상민씨의 후계구도로 가닥이 잡혔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두 자매의 나이가 아직 젊어 경영승계를 단언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일요서울]이 그 내막을 살펴봤다.

자매 모두 활발한 경영 활동 눈길
회사측 “때 이른 논란 부담스러워”

그동안 재계에서는 슬하에 딸만 있을 경우 사위들이 경영 일선에 나섰고, 사람들은 그들을 ‘男데렐라’라고 불러왔다. 그만큼 남자 형제를 중심으로 경영권이 승계돼 왔고 그 과정에서 형제의 난도 숱하게 일어났다. 경영권 승계를 두고 형제간의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이례적인 일로 여겨질 정도다.

하지만 대상그룹에서는 사위에 의존하지 않고 딸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할 것으로 보여 치열한 ‘딸들의 전쟁’이 예상된다. 이미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의 지분 중 58%가량은 임 명예회장의 두 딸이 차지하고 있다. 동양과 오리온처럼 데릴사위 경영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임 명예회장은 슬하에 아들 없이 장녀인 임세령 상무와 차녀 임상민 상무뿐이다. 임 명예회장의 부친인 임대홍 창업주가 맏아들인 임 명예회장에게 1987년 경영권을 승계한 후 10년간은 오너경영 체제였다.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후에는 현재까지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그룹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차녀 상민씨가 상무로 승진하면서 대상은 두 딸이 모두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2016년 대상그룹의 창립 60주년부터는 본격적으로 3세 경영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예측도 등장했다.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임세령 상무와 임상민 상무 사이에 벌어질 경영권 전쟁 실현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장녀인 임세령 상무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뉴욕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현 부회장의 전 부인으로도 익히 알려져 있다. 1998년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결혼했지만 2009년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이혼했다. 둘 사이에는 1남1녀의 자녀가 있다. 임세령 상무는 지난해 입시비리로 논란이 됐던 아들의 영훈국제중학교 입학식에 참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혼 후에는 배우 이정재와의 열애설에 휩싸이면서 두 사람의 결혼설까지 나돌기도 했으나 양측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비즈니스 관계일 뿐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현재 임세령 상무는 대상그룹의 외식법인인 대상HS의 대표이사 상무 겸 대상㈜ 식품사업총괄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청담동에 고급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다. 식품 부문 브랜드 매니지먼트, 기획, 마케팅, 디자인 등을 총괄해 왔지만 이번 인사단행에서 승진하지는 못했다.

그동안 임세령 상무는 주로 이렇다 할 경영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09년 아시안 퓨전 레스토랑인 ‘터치 오브 스파이스(Touc h Of Spice)’를 론칭하며 향후 5년 이내에 50개의 매장을 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보였지만 해당 브랜드가 폐점하는 굴욕을 맛봤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외식산업을 전개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지난해 8월 세 번째 외식사업인 ‘메종 드 라카테고리(MAISON DE LA CAT EGORIE)’를 새롭게 론칭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대상그룹의 이미지를 젊게 변화시킨 주역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임세령 상무가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과거 미원으로 대표되는 조미료와 전통식품 전문기업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74% 증가한 1조2541억 원으로 증가한 것이다. 또 영업이익률도 6%대로 업계 평균인 5%보다 높았다.

장녀 공백기 메운 차녀 영역 커

그러나 임세령 상무가 삼성가에서 출가외인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동생 임상민 상무는 꾸준히 대상 내에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2005년 대상홀딩스 중심의 지주회사 체제로 바뀐 이후 지분도 꾸준히 늘려왔다.

임 명예회장의 지분 양도 역시 임상민 상무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지주회사 체제 변경 당시에는 임세령 상무가 결혼 생활을 유지할 때였으므로 차녀인 임상민 상무에게 지분이 양도되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임 명예회장 부부는 임세령 상무의 이혼 직후에도 장외거래를 통해 대상홀딩스의 지분 6.73% (총 250만 주)를 차녀 임상민 상무에게 양도했다.

현재 임상민 상무가 보유하고 있는 대상홀딩스의 지분은 38.36%로 언니 임세령 상무가 보유한 20.41%보다 더 많다. 그 때문에 재계에서는 임 명예회장의 마음이 차녀인 임상민 상무에게 더 기울었다고 보고 있다. 지속적인 지분 양도에 이어 임원 승진의 속도로 봤을 때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결정났다는 설명이다.
임상민 상무는 2003년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의 파슨 디자인스쿨을 졸업했다.

2009년부터 대상그룹에 입사한 뒤 2010년 런던 비즈니스스쿨에서 MBA과정을 밟은 기간을 제외하면 언니인 임세령 상무보다 그룹의 핵심 부서에서 전반적인 상황에 더 밝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두 사람의 임원 승진년차도 1년밖에 나지 않는다. 최대주주이자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은 임상민 상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의 나이가 아직 어려 차기 경영권 승계를 단언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다.

대상의 한 관계자는 “앞서나가는 내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경영권에 관한 내용을 언급하기엔 두 사람 모두 나이가 어리고, 특히 임상민 상무는 복귀한지 이제 1년 조금 넘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경영권 승계는 언급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전문인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원승진만으로 여러 추측들이 나오는 것이 난감하다”고 밝혀 대상그룹 내부적으로는 경영권 승계에 관한 논의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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