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동화 속 놀부가 외국 사람이라고?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증권가에는 ‘검은 머리 외국인’ 이라는 용어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투자전략으로 한국의 일반투자자처럼 주식매매를 한다. 이들의 수법이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돼 2014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국내 기업명을 혼합해서 쓰지만 실제로는 외국기업인 경우도 있다. GM대우, 홈플러스, 맥심 등이 대표적이다. 이 세 회사의 지분 전량이 외국기업에 넘어갔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국내 기업으로 잘못 알고 있는 소비자가 많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명이지만 지분은 외국계인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그 두 번째는 놀부NBG(대표 김준영)다.

시작은 신림동 골목집, 현재는 미국 모건스탠리PE
국내 대기업 출점 규제안으로 날개 달아 ‘사세 확장’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에서 놀부의 모습을 브랜드 모티브로 따온 놀부의 근간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이었다. 게다가 조그마한 식당에서 시작해 기업화되기까지의 과정은 우리나라 외식업계의 신화로 추앙받기도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놀부를 우리나라 외식업계의 자랑거리로 보기엔 무리가 생겼다.

미국계 글로벌 투자회사 모건스탠리계열 사모펀드 조직 모건스탠리PE(Private Equity)가 놀부를 전격 인수한 상태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각에선 놀부가 외국계 자본을 등에 업고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돌기도 한다. 한때는 우리나라 외식업계의 자부심으로 일컬어지던 놀부가 무슨 일로 비판을 듣고 있는 것일까.

놀부의 첫 발자취는 1987년 서울 신림동 시장 뒷골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주인 김순진 전 회장은 당시 골목집이라는 상호의 보쌈집을 열었다. 비록 16.5㎡(5평) 규모의 작은 식당이었지만 장사가 곧잘 됐다. 이윽고 김 회장은 5개월 만에 가게를 39.6㎡(12평)으로 늘렸고 이름을 놀부집으로 변경했다.

놀부집의 탄생으로 기세가 오른 김 회장은 1989년부터 본격적인 가맹점 사업을 시작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1991년에는 충북 음성에 식품공장을 준공해 물류시스템을 완비했고 전국적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후 놀부는 놀부집의 후신인 놀부보쌈을 필두로 놀부 부대찌개, 놀부 항아리갈비, 놀부 유황오리진흙구이, 중국음식 차룽, 한정식 브랜드 수라온 등 다양한 브랜드를 거느린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했다. 더욱이 모건스탠리PE로 인수되기 직전인 2010년 매출이 1113억 원, 영업이익은 81억 원으로 꾸준한 실적을 내는 등 국내 프랜차이즈의 위상을 세웠다.

급작스러운 해외 매각, 사라진 국내프랜차이즈

차츰 성장하던 놀부는 2011년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계약을 성사했다. 급작스럽게 모건스탠리PE와 주식양수도계약(SPA) 체결을 발표하는 동시에 경영권을 넘긴 것이다.

김 전 회장은 당시 인수 결정에 대해 “그동안 한식 세계화를 위해 다양한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면서 투자 대비 효율성이 크지 않다는 한계를 느꼈다”며 “이에 글로벌 네트워크와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파트너가 필요했고 (지분 매각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야말로 잘 나가던 국내 기업이 일순간에 그것도 통째로 외국 회사에 넘어 간 상황이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너나할 것 없이 “해외 자본이 국내 기업에 들어오게 되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며 “하물며 사모펀드 조직인 모건스탠리PE가 놀부를 인수한 이상 대대적인 사업 확장을 벌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모펀드의 기본적인 수익전략 자체가 저평가된 기업을 사들여 기업 가치가 높아지면 회사를 되팔아 수익을 낸다는 점에서 나온 해석이었다. 또 이들의 사업 확장으로 국내 외식업계가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파다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음식점 규제 세부안이 놀부의 사업 확장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 됐다. 영세 상인들을 대기업 사이에서 보호한다는 취지의 이 규제안은 결과적으로 외국계 회사인 놀부의 사세 확장만 돕게 된 것이다.

이 규정안에 따르면 외국계인 놀부는 여타 국내 대기업 프랜차이즈들과는 다르게 연매출 4800만 원 이하인 영세사업자(간이과세자)의 매장과 150m 거리를 두고 신규 출점할 수 있게 됐다. 국내 대기업들이 역세권과 복합 다중 시설 이외의 지역에서는 출점하지 못한다는 규제안과 비교해 매우 완화된 규제안이었다.

해당 규제안이 적용되고 1년여가 흐른 지금 그 차이는 역력하다.

놀부는 휴양시설인 대명 리조트와 업무 협약을 맺고 매장을 오픈했을 뿐만 아니라 설렁탕 브랜드 담다의 가맹점 모집, 숯불애장닭 런칭 등 빠른 사업 확장을 실시하고 있다.

물론 국내 대기업들은 규제안에 가로막혀 전전긍긍하고 있고 영세 상인들의 형편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은 모양새다.

일례로 CJ푸드빌은 올해 규제에 밀려 씨푸드 외식 브랜드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고 빕스, 비비고 등 브랜드들도 매장수가 오히려 줄어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국내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반위에서 규제 대상을 분류하는 기준을 ‘외국계’와 ‘국내 회사’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수면위로 드러나는 문제만 보더라도 외국계 기업들이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이 맞다”면서 “영세 상인들을 살리고자 하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외국계 기업들의 위세에 영세 상인들은 짓눌리고 국내 대기업 역차별 논란도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놀부의 브랜드 매장 옆에서 동종 업종 가게를 운영 중인 영세상인들 역시 “우리 입장에서는 놀부든 뭐든 대기업들이 들어서면 외국계 기업이나 국내 대기업이나 다 똑같은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 일쑤였다.

한편 한국외식업중앙회와 놀부 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놀부의 경우 국내전통 시장에서 출발한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에 완화된 규제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놀부 관계자도 “다른 외식업기업들은 대기업의 계열사인 반면 놀부는 외식업 전문 기업이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한다”고 선을 그었다.

놀부라는 이미지를 차용해 많은 사랑을 받은 기업 놀부가 전래동화 속 주인공의 평소 모습처럼 욕심쟁이로 낙인이 찍힐지, 착한 놀부로 다시 태어났던 마지막 모습으로 변모할지 이목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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