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키워드는 개혁과 소통이었다. 개혁 실천은 ‘안정 속 개혁’으로 요약됐다. 안정과 개혁을 두 축으로 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내수·수출의 균형경제, 규제개혁장관회의 신설, 원칙 있는 대북정책, 공기업 혁신, 서민 생활여건 개선 등을 국민 앞에 약속했다.

그동안 침묵해온 소통에 관한 확실한 견해를 밝혔다는데서 박 대통령의 집권 2년차 연두 기자회견의 의미는 더 실체적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싫든 좋든 박 대통령이 ‘불통’의 아이콘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얼음공주’의 별명을 얻었고 집권 후는 ‘밀봉인사’ ‘자랑스런 불통’ 표현이 나왔다. 이른바 박심(朴心)은 누구도 가늠하기 어렵다는 말이 회자됐다.

그런 ‘박심’이 우선 재계와의 소통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를 살리자면서 기업인들과 대화의 담을 쌓을 수 없다. 일자리 만들기와 투자 확대에 나서는 기업에겐 애로를 덜어주기 위해 대화의 창을 열어놓고 비자금이나 세금 탈루 등에는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업들이 더 많은 돈을 벌수 있도록 해주고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증세 문제의 해결책이란 점에서도 기업사정에 귀 막아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비정상의 정상화’는 공기업 개혁에 한한 것이 아니라 방식을 바로잡아야 하는 모든 부문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본다. 이제까지의 박근혜 대통령스타일이었던 ‘고독한 승부사’에서 벗어나는 일 또한 ‘열린 정치’를 위한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대통령은 소통의 전제는 모두가 법을 존중하고 법이 공정하게 적용, 집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이익에 반하는 주장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건 소통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을 소통이라고 할 수 없다는 대통령 말은 대한민국 헌법가치를 폄훼하는 세력과의 타협과 공존을 꾀하지는 않을 것이란 확실한 입장 천명이었다.

집단이익을 위해 국가이익을 볼모로 잡아 무조건 떼를 쓰면 적당한 타협안이 모색됐던 그간의 우리 노사 사정이었다. 소통이 왜곡돼온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이 무시되는 현장에 법집행이 공정치 못하면 원칙이 통하는 나라가 못 된다는 뜻이다. 반대하고 비판할 자유를 마치 치외법권적 행태로 나타내는 건 행패로 다뤄져야 마땅하다. 천주교 한 단체 사제되는 사람이 새해 첫 시국미사에서 “박근혜 씨는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와 국가정보원의 ‘댓글 대통령’이지 민의에 의한 대통령이 아니다”며 “박근혜 씨는 부정선거를 명백히 조사한 뒤 책임을 지고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단체 사제들이 미사를 끝내면서 신도들을 이끌고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는 온갖 구호를 외쳐댔다.

이에 보수단체 대한민국수호천주교모임 회원들이 시국미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어 사제단 측과 험한 실랑이를 벌였다. 이런 충돌이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소통의 해법이 없어 보인다. 역시 ‘비정상의 정상화’ 방법은 법치의 원칙을 지키는 길뿐일 것이다. 내년이면 분단 70년이다. 정부의 실행 프로그램이 주목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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