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지주사 흥하고 중소형 쪼그라든다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금융지주회사 체계가 자리잡은 국내 금융권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개편안을 이달 발표할 예정이다. 원래대로라면 지난해 마무리됐어야 할 개편안이지만 진통을 겪으며 늦어졌다.

금융지주 제도가 도입된 2000년부터 국내에는 크고 작은 금융지주사가 생겨났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을 기점으로 금융지주사들의 존립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14년이 흐른 지금 금융지주사들은 다시 한 번 ‘존재의 이유’를 증명해야 될 때를 맞이한 셈이다.


실질적 기능 없으면 ‘퇴출’…기준 충족 못해도 ‘아웃’
‘존재의 이유’ 증명해야 살아남아…외국계 겨냥도

금융위원회는 이번 제도 개편안에서 지난해 발표했던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과 더불어 논점으로 떠올랐던 내용들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금융사 간 임원 겸직 여부, 경영진 의사결정 내용 명문화 등이 바로 그러하다.

금융사 간 임원 겸직은 지주사의 실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허용될 전망이다. 또 사고 발생 시 명확한 책임을 묻기 위해 경영진의 의사결정 내용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규정도 신설된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부터 지주회사의 실효성과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인다는 명목 하에 금융지주 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이 용역을 수행하는 한국금융연구원은 금융지주사 지배구조를 이원화해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만약 지배구조가 둘로 나눠지면 이는 기능에 따라 경영관리위원회(MEC)와 위험관리협의회(REC)로 구분될 예정이다. 지주사가 본연의 기능대로 자회사의 경영을 관리하려면 사업추진과 위험관리 양쪽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MEC의 경우 자회사별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포함해 자회사에 대한 지주회사의 지시 및 요구사항 등을 승인하는 역할을 한다. 또 REC의 경우 금융지주사가 자회사에 대한 통합적인 위험관리를 위해 지주와 자회사 위험관리책임자들이 시스템에 따라 소통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대부분 금융지주사들이 그룹 내 주요 의사결정을 위한 그룹 경영협의회를 운영 중임에도 의결기능이 없어 자회사 실적에 대한 단순보고, 자회사 간 공동마케팅 협의 등 제한적 기능만 수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지주사의 통합적 위험관리 및 감독기능도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는데 지주사 체계는 통합적 위험관리를 할 수 있는 이점을 가졌음에도 국내 금융지주사의 경우 수익 및 자본 여력, 감독 등이 은행업에만 집중돼 주로 자회사 은행의 위험과 건전성 관리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력ㆍ조직 반토막내
몸집 줄인 지주사들

그러나 개편안에도 이러한 내용이 반영됐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초기 개편안이 발표됐을 때 혹평을 받았던 만큼 이번 개편안도 진통 없이 지나가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회통과 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나 CEO 임기 제한 및 보수상한선 등 민감한 사항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알려진 제도 개편안이 시행되면 금융지주사들의 위치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금융지주사의 경우 퇴출되는 반면 몇몇 금융지주사들은 세를 더욱 확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지주사들의 일거수일투족도 조명되고 있다. 이미 산은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개편안 때문은 아니지만 슬림화에 앞장선 상황이다.

산은금융지주의 경우 통합 산은을 위해 조직을 반토막으로 줄이면서 눈길을 끌었다. 산은금융지주는 기존 97명이었던 직원을 50명 내외로 감축하고 10실을 6실로 축소한다. 실무경영진도 5명에서 3명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에는 민영화를 앞두고 지주사가 은행에 흡수되거나 반대로 은행이 지주사에 흡수되는 형태로 통폐합된다. 이미 우리금융지주 직원은 기존 180명에서 90명으로 반토막난 지 오래다.

이외에 외국계 금융지주사들도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반복되는 지나친 고배당으로 지주사 자격 논란의 표적이 됐다는 후문이다. 반면 대형 금융지주사 중 은행과 증권사처럼 금융사 간 임원 겸직이 허용되는 곳은 뒤에서 슬며시 웃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금융지주사들 중 지주사의 실질적인 기능이 없거나 금융위의 제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의 경우 지주회사 자격을 반납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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