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보에 ‘구애’ 펼치는 롯데그룹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롯데그룹이 LIG손해보험 인수전에 공식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롯데그룹은 지난 13일 LIG손보 인수 추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사실상 인수 후보임을 인정하며 등번호를 붙인 셈이다. 앞서 LIG그룹이 LIG손보 매각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약 2개월 만에 불붙은 손보업계 빅딜 현황을 짚어봤다.

알짜 손보사 인수 출사표…노무라證 출신다워
M&A 잔뼈 굵은 롯데…유통업 이어 금융업 확장?

교보생명ㆍ동양증권 건너뛰고 러브콜…후회 없나
“건설 CP 때문에…” 알토란 같은 LIG손보의 눈물도

본래 롯데그룹은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을 기반으로 하는 재계 5위의 그룹이다. 이중 금융계열사는 10곳이지만 금융업으로 알려진 곳은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 정도다. 전체 금융계열사의 매출을 모두 합쳐도 그룹 전체 매출의 5%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여신업계에 속한 롯데카드는 보험업계에 몸담은 롯데손해보험과 그룹 내 대우가 다르다. 롯데카드는 같은 계열사인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롯데월드 등과 전 방위적으로 연계하며 선방하고 있다. 뿌리도 기존 유통 부문의 카드사업부에 2002년 인수한 동양카드를 합친 것으로 비교적 탄탄하다.

이에 반해 롯데손해보험은 롯데그룹이 2008년 대한화재해상보험을 인수하면서 처음으로 손보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인수 6년차인 롯데손보는 오히려 시장점유율이 3.06%로 떨어지며 업계 하위권인 9위에서 맴돌고 있다.

원수보험료 실적은 보험업계에서 시장점유율의 척도가 된다. 롯데손보의 경우 외국계 손보사를 제외하면 사실상 최하위다. 2012회계연도에는 대규모 적자를 내기도 했고 위험기준 자기자본비율(RBC)을 끌어올리기 위해 1200억 원에 달하는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발행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롯데손보 안팎에서는 탈출구가 없다는 어두운 전망만이 나돌고 있다.

롯데손보의 굴욕
카드ㆍ캐피탈과 대우 달라

이러한 연유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LIG손보를 롯데손보의 해결책으로 점찍었다. 근래 들어 신 회장은 신설보다는 인수ㆍ합병(M&A)을 통한 금융업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 자신이 사회초년생 시절 몸담았던 일본 노무라증권의 경험에서 비롯된 관심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신 회장은 출생지인 일본에서 자라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이후 일본 노무라증권에 입사해 1982년부터 6년간 영국 런던지점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1988년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하면서 더 이상 금융통의 길을 걷지 못하게 됐다. 그런 신 회장이기에 롯데가 M&A를 활용해 종합금융그룹으로 나아가는 것에 다소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지금까지 롯데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금융사 매물들은 다수 있었지만 현실로 일어나지는 않았다. 이전에는 대우인터내셔널 매각 과정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을 롯데그룹이 인수해 생보업계에 진출할 것이라는 설이 있었으나 무산됐다.

최근에는 동양증권도 롯데그룹의 M&A 리스트에 있다는 설이 흘러나왔으나 롯데 측이 이를 부인한 바 있다. 그러다가 LIG손보가 본격적으로 매각대에 오르자 롯데는 이에 대한 관심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바쁜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짠돌이’ 롯데가
자문사 선정에 거액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LIG손보 인수를 추진하기 위해 이미 크레디트스위스 등 굴지의 글로벌 투자은행(IB)을 금융 자문사로 선정했다. 그것도 자문사 선정 시 경쟁을 배제하고 수의계약 형식으로 크레디트스위스를 끌어온 것으로 알려져 더욱 놀라움을 샀다.

알려진 것처럼 롯데그룹은 넘치는 현금보유율에도 불구하고 재계의 유명한 ‘짠돌이’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롯데그룹이 자체 M&A팀을 활용하지 않고 유명한 외국계 IB를 자문사로 선정하면서 수수료를 깎지도 않았다는 점이 이번 LIG손보 인수전에 대한 의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그룹은 야심차게 첫 진출한 손보업에서 국내 전업 보험사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지만 LIG손보를 인수하면 상황은 뒤바뀐다. LIG손보는 LIG그룹 전체 매출의 80%를 올리고 해마다 20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알짜 손보사이기 때문이다.

현재 LIG손보는 업계 4위지만 실질적으로는 2위 현대해상, 3위 동부화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점유율로 보면 현대해상은 16.33%, 동부화재는 15.49%, LIG손보는 13.81%이다.

1위인 삼성화재가 26.58%로 큰 격차를 보이는 것에 반해 2위 자리는 약간의 바람과 파도에도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단순계산상이지만 롯데손보와 LIG손보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16.87%로 2위인 현대해상을 곧바로 뛰어넘는다.

더불어 손보업 특성상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롯데그룹의 LIG손보 러브콜은 납득이 간다. 실제로 손보업계는 10년간 예외 없이 매년 12% 이상의 매출성장률과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것이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다.

탄탄대로 손보업
승자는 누구

롯데그룹이 눈독 들인 LIG손보가 매물로 나오게 된 사연도 눈길을 끈다. LIG손보는 LIG그룹의 모태이자 핵심계열사였음에도 매물로 등장해 업계를 들썩이게 했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 일가가 LIG손보 지분의 21%를 보유하고 있으나 LIG건설 기업어음(CP) 사태로 이를 모두 처분하게 된 탓이다.

앞서 LIG그룹은 2011년 LIG건설이 곧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을 알면서도 사기성 CP를 발행했다. 이렇게 2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들인 후에는 모르쇠로 일관해 투자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결국 구 회장과 장남인 구본상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징역 선고를 받고 법정구속이 된 후에야 투자자들에게 모든 피해를 보상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 11월 임직원에게 보낸 옥중서신을 통해 자신과 가족이 가진 LIG손보 지분 전량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피해를 배상하면 정상이 참작돼 집행유예나 형량이 감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매물로 나온 LIG손보는 손보업계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할 기업이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스펙이다. 하지만 처음 발표됐을 때만 해도 실제 매각이 이뤄질 것이냐를 두고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LIG건설 CP 피해금액이 2000억 원가량이고 이미 보상이 진행 중인데 추가적인 재원을 마련하자고 LIG손보와 같은 알토란을 매각하겠냐는 의문이다. 당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호소용으로 매각 제스처를 취하는 것일 뿐 진짜 매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심이 강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매각 주간사로 골드만삭스가 선임되자 LIG그룹이 매각을 철회할 가능성보다는 진행되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손보업계는 성장성도 좋은 데다 사실상 빅5가 점유하고 있어 LIG손보는 시장가보다 1.5배 이상 주고 살 정도로 가치있는 매물”이라며 “뜸을 들일수록 가치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의심이 걷히면서 인수 후보자들이 하나둘씩 출사표를 던지기 시작했고 그중 두드러진 곳이 바로 롯데그룹이다. 현재는 롯데그룹을 비롯해 한화그룹, KB금융지주, 동양생명, 메리츠화재에 이르기까지 여러 인수후보들이 저마다 인수 의사를 밝히거나 부인하며 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LIG손보를 둘러싼 인수후보군은 롯데와 같은 재벌그룹계와 KB금융과 같은 금융계로 나뉘고 있다”면서 “일단은 롯데가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승리를 거머쥘지는 끝까지 가봐야 알 일”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 현대해상ㆍ삼성화재도 LIG손보 인수설?

현대해상 “관련 TF팀은 사실무근…해외 보험사도 아직”
삼성화재도 부인…추가적으로 손댈 손보사는 어디에

손해보험업계 2위인 현대해상화재보험이 LIG손해보험 인수와 관련된 입장을 밝혔다. 최근 손보업계에서는 현대해상이 자산운용담당 임원을 팀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LIG손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설이 나돌았다.

이에 대해 현대해상 측은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이며 루머 유포자를 찾아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동시에 현대해상이 해외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일각에서는 LIG손보 인수를 포기한 현대해상이 발빠르게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린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LIG손보나 미국시장이나 추이를 지켜보고만 있는 상태”라며 “자금조달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편 독보적인 업계 1위인 삼성화재도 LIG손보 인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후문이 돌고 있다. 증권가에서 삼성화재가 LIG손보를 인수할 경우 독과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의했다는 소문이 한 차례 퍼진 것이다.

하지만 복수의 삼성화재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향후 LIG손보 매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자연스레 옥석이 갈릴 것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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