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증권가 ‘명절은 어디에’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국내 증시가 신흥국 금융불안으로 다시금 출렁이는 가운데 설 수혜주마저 자취를 감췄다. 해마다 설을 앞둔 시점에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매출이 늘어나면서 유통주들이 강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올해는 내수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을 무시하듯 설 대목인데도 영 기운이 없다. 전문가들은 아직 소비심리가 완전히 회복된 것이 아니라는 견해와 함께 조심스러운 투자를 권유했다.

▲ 뉴시스


유통주, 단기매출 ‘반짝’ 상승해도 외면당해
내수 회복 속도 더뎌…중국 춘절 ‘바라기’

설 수혜주로 꼽히는 유통주가 연초부터 계속 하락세를 보이며 맥을 못 추고 있다. 백화점업계 강자인 롯데ㆍ신세계ㆍ현대백화점 등의 주가는 연초 대비 10% 안팎으로 떨어졌다.

특히 신세계는 14%에 가까운 큰 폭의 하락률로 체면을 구겼다. 현대백화점의 경우에도 지난 23일 종가가 연중 최저치를 찍으며 미끄러졌다.

지갑 닫은 소비자들
체감경기 여전히 나빠

사실 올해만큼은 내수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최고의 유망주로 꼽힌 것도 소비재와 관련한 유통주 등이다. 그렇기에 연초 유통주의 하락은 투자자들에게 더욱 배신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소비지표는 말 그대로 장밋빛일 만큼 긍정적인 전망에 휩싸여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3.3%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전년 대비 1.5%포인트만큼 증가한 것으로 거의 두 배 수준이다.

그러나 주가는 이를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에도 설 수혜주로 꼽혔던 유통주는 설 연휴를 앞두고 소폭 하락했으나 같은 기간 코스피가 하락한 데 비해 양호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스피가 떨어지는 속도보다 유통주가 주저앉는 속도가 훨씬 빨라 전세가 역전됐다. 그나마 유통주 내에서는 홈쇼핑 관련주가 살아남고 있는 정도다.

전문가들은 국내 소비경기가 살아나는 데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지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는 전반적인 소비경기 부진으로 유통업체들의 외형성장률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또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와는 달리 소비의 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아 성장성과 수익성이 차별화될 수 있는 종목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향후 소비회복 속도에 맞춰 투자비중도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요우커 8만명 온다”
신난 항공ㆍ여행주

반면 우리나라의 설과 같은 중국의 춘절은 관광객 특수가 기대되고 있다. 설날과 동일한 음력 정월 초하루인 춘절은 중국 최대 명절로 긴 연휴를 자랑한다. 이때 국내로 유입되는 중국 관광객만 8만 명에 달할 정도다.

이로 인해 예전부터 수혜주이던 호텔과 면세점, 카지노 등은 물론 최근에는 화장품업계까지 호황을 누리는 대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들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항공주와 여행주의 동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지인해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설날에 해당하는 중국 춘절 연휴에 많은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는다”면서 “중국 여유법(旅遊法) 시행으로 질 낮은 저가 여행상품이 근절돼 오히려 여행업체들의 수익 증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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