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들의 모럴해저드… 개미의 눈물 언제까지

[일요서울Ⅰ김나영 기자]조류인플루엔자(AI) 테마주로 분류된 동원수산의 주가가 며칠 새 변동폭이 커지면서 오너를 비롯한 대주주들의 차익 챙기기가 급증했다. 그것도 경영권 분쟁으로 지분을 다투던 시절을 잊은 채 오너 일가가 사이좋게 한날 주식을 매도해 개인투자자들의 손해를 초래했다.
 

AI 테마주로 분류되자 우애 다진 오너家?
급등 후 고점서 한날 매도…단번에 차익 실현

AI 발생 여파와 관련해 육계주의 주가가 하락하고 수산주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동원수산이 주목받았다. 동원수산은 테마주로 분류된 지난달부터 투자자들의 매수와 대주주들의 매도로 들썩였다.

사실 지난달 16일 종가 1만350원과 이달 6일 종가 1만50원은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그 과정을 살펴보면 지난달 17일 1만1900원, 20일 1만3650원까지 치솟았다가 23일에는 다시 1만1600원, 28일에는 1만850원으로 등락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동원수산 오너 일가의 지분매도 과정과 맥을 같이 한다. 왕기철 대표이사가 보유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한 것은 최고점인 지난달 20일이다. 왕 대표는 20일부터 사흘에 걸쳐 16만5200주를 팔아 21억 원을 챙겼다.

또한 왕 대표의 계모인 박경임씨와 딸인 왕기미 상무도 같은날 주식을 내놨다. 친인척 3명도 같은 날 주식을 장내 매도했다. 이로써 왕 대표를 포함한 오너 일가의 총 매각대금은 35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동원수산의 주가는 오너 일가의 지분매각을 기점으로 약 25%가량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일명 ‘물렸다’는 개인투자자들의 성토도 상당하다. 하지만 대주주가 차익실현을 목적으로 한 주식처분을 규제하는 법안은 아직까지 완성되지 않았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주가에 휘둘린 일반 ‘개미’들일 뿐이다.

한편 재미있는 점은 이 오너 일가가 경영권 분쟁으로 지분 다툼을 벌여왔던 사이라는 것이다. 시작은 故 왕윤국 명예회장이 병상에 누워 있던 2011년부터다. 박씨는 왕 명예회장의 둘째 부인으로 왕기철 대표보다는 자신의 딸인 왕기미 상무가 최고경영자가 되기를 원했다. 지분 확보에 나선 박씨 덕에 당시 주가는 2010년 12월 말 8000원대부터 2011년 3월 2만2000원대까지 3배 가까이 상승했다.

투자자도 경솔했다

같은 해 10월에도 박씨는 다시 왕 대표를 해임하기 위해 임시주총 개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가 취하했다. 당시 주가는 장중 3만1400원까지 비정상적인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다. 창업주가 별세한 지난해 9월에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에 주가가 소폭 상승한 바 있다.

더불어 AI 테마주로 분류된 이글벳도 주가가 급등락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글벳은 동물의약품 업체로 지난달 16일 종가는 5270원이었으나 21일 7900원, 27일 9910원으로 수직상승했다. 28일 장중에는 최고 1만200원을 찍기도 했다. 그러나 이달 6일 종가는 다시 5900원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이글벳의 주가가 변동폭이 심했던 이유도 오너 일가의 지분 처분에 따른 것이다. 이글벳의 최대주주인 강승조 회장과 부인 김영자씨, 아들 강태성 부사장 등은 장중 최고점을 기록한 28일 이글벳 지분 49만주를 내다팔았다. 이는 전체 상장주식의 4.98%에 이르는 물량으로 매각대금은 36억여 원이다.

결국 상한가와 하한가를 오가던 이글벳은 고점 대비 35%나 하락하면서 다시금 잠잠해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오너가의 지갑은 두둑해진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손해를 떠안아야 했다.

최현재 동양증권 연구원은 “테마주 인기가 단기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만 막차가 아니면 된다’는 심리로 투자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며 “위험성이 높은 테마주 투자는 개인투자자들이 스스로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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