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불뚝이 스마트폰 일부 제품만 무상 교환

같은 문제 발생한 다른 제품은 보상 제외
동일한 문제가 여러 제품서 나타나는데…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지난해 일어났던 삼성전자 갤럭시S3 배터리 교환 논란이 [일요서울]의 취재 결과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삼성전자는 “배터리를 제작·공급하는 한 제조사의 일부 공정에서 하자가 발생했다”며 “전면 무상 교환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같은 문제가 발생한 다른 기종에 대해서는 여전히 교환을 하고 있지 않아 의아함을 남기고 있다. 또 ‘리콜’이 아닌 ‘교환’에 방침을 두고 있어 삼성전자가 제품의 결함을 완전히 수긍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같은 문제가 발생해도 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안되냐”며 “문제를 인정하고 리콜을 실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여전히 배터리와 관련된 문제들로 소비자들의 원성을 듣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으로 논란이 된 갤럭시S3 배터리를 무상 교환하기로 했다. 당시 소비자들 사이에서 마치 배불뚝이처럼 배터리 내부가 점점 부풀어 오르는 하자가 발견되는 횟수가 증가하자 내린 결정이었다.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Swelling) 현상은 스마트폰 커버가 제대로 닫히지 않거나 전원이 꺼지는 불편뿐만 아니라 폭발의 위험성도 있어 논란이 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보증기간과 구입일자에 관계없이 무상 교환한다는 내용을 전체 소비자에게 공지하는 안내가 불성실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정책 변경 내용을 서비스센터 지점 내에만 알렸던 것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삼성전자는 홈페이지에 공지글을 게시했고, 이후 모든 스마트폰 배터리 AS 기간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했다.

삼성전자가 배터리 하자로 교환해준 갤럭시S3 배터리는 한 달여 만에 5000여 대에 이르렀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배터리 스웰링 현상에 대한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아직 교환이 가능한지조차 모르는 소비자들도 존재했으며 ‘갤럭시 노트1’을 포함한 다른 기종들은 이 같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억울함이 더욱 커져가는 것이다.

소비자 A씨는 “삼성전자가 배터리 하자 문제가 발생하면 무상 교환해주겠다고 해서 반가웠는데 알고 보니 갤럭시S3 제품만 해당했다”며 “갤럭시 노트1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는데 왜 갤럭시S3만 교환이 가능하냐”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다시는 갤럭시 시리즈 제품을 사지 않을 것”이라며 분노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제조사가 서로 다른 배터리를 비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삼성SDI에서 제조·공급한 배터리는 이상을 보이지 않지만, 갤럭시S3에서 배터리 문제가 가장 많이 발생한 제조사에서 공급한 배터리는 갤럭시S3에서처럼 스웰링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삼성전자에서는 오래된 배터리가 수명을 다하게 되면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면서 “갤럭시S3에서 문제가 됐던 제조사의 제품만 부풀어 오른 것이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부풀어 오른 배터리

국내소비자 역차별 논란

더욱이 삼성전자의 태도가 중국에서 불거졌던 스마트폰 불량 문제 때와 달라 ‘역차별’에 대한 볼멘소리도 높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중국, 독일 등에서도 배터리 관련 문제를 지적받았다. 중국의 한 매체에서 ‘갤럭시 노트’ 제품을 포함 일부 모델의 메모리칩 결함 문제를 지적하자 삼성전자는 즉각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사과와 함께 무상 수리 및 일부 제품에 대한 품질 보증기간을 연장했다. 또 독일에서 갤럭시S4 배터리 문제가 불거지자 1주일 만에 무상 교환을 결정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에서는 다소 느린 교환 결정과 불량 건수도 명확히 밝히지 않아 논란이 됐다. 국내 소비자들을 홀대한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교환’이 아닌 ‘리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교환’은 소비자 개인이 직접 찾아가 해결을 해야 하지만 ‘리콜’은 제품의 불량을 사측에서 인정하고 판매중단 후 전량 회수하는 것이므로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리콜을 주장하는 소비자들은 “동일한 문제가 여러 제품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대대적인 리콜을 실시해 피해자를 줄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국내 기업 대부분이 결함 제품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다수다”며 “이는 비용 외에도 소비자와 언론 등의 부정적 인식과 일부 소비자의 과도한 보상 요구 등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실제로 국내 기업들 중 46.9%의 기업만이 리콜전담부서를 두고 있었다. 리콜업무를 위한 내부절차를 보유하고 있지 않거나(26.6%) 리콜을 포함한 시정조치 판단 기준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기업(28.7%)도 상당수 있었다. 리콜전담기구 설치나 내부규정을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가 아직 국내 산업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업종별로는 공산품(40.0 %), 전자기기(35.7%), 의약·화장품(34.8%) 분야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콜여부를 결정하는 의사결정권은 응답자의 77.7%가 최고경영자에게 있다고 대답해 불량제품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소비자에게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기 힘든 환경임이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중소기업 등이 리콜 관련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 ▲기업 및 소비자가 리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갖도록 정보제공 및 교육을 확대해 리콜을 활성화 할 것을 관련 부처에 건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사업자단체에는 기업의 특성에 맞는 자진리콜 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할 방침이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리콜에 대한 계획은 없다는 일관된 태도를 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시 제조된 배터리 전량이 문제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된 배터리에 한해서 교환 공지를 냈던 것이다”며 “리콜까지 해야 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리콜은 없다”고 못박았다.

다만 그는 “전수 조사를 실시해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덧붙여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리콜과 부분 교환의 경계선을 교묘하게 넘나드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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