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1-청주시 대박찬스

“첫 번째 1등이 나왔을 땐 낚시로 큰 고기를 잡는 꿈을 꾸었죠. 두 번째 1등이 나왔을 때 꿈에 조상이 나타났고, 집에서 키우던 개가 나왔습니다. 꿈이 좋아 복권을 샀지만, 꽝이었죠. 그런데 우리 집에서 복권을 샀던 분들이 1등에 당첨되더군요.”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에 있는 대박찬스 복권방. 이곳은 지난 15회차와 30회차 때 1등 당첨자를 냈다. 두 번 1등 당첨자를 낸 로또 명당이라는 입소문이 주변에 퍼지면서 요즘은 일주일에 4,000∼5,000명이 로또복권을 구매하기 위해 몰려든다. 청주, 대전 등 충청권은 물론이고 서울, 경기 등지에서도 찾아온다. 복권방 주인 이상오 씨는 “1등 당첨자가 두 번 나오고 나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었다”며 “서울 등 타지방에서 오는 사람들도 일주일에 200여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로또도 이용할 겸 여행 삼아 오는 이들도 꽤 많고 로또 동호회 회원들이 동료들의 돈을 모아 이 곳을 방문, 직접 사가는 일까지 많다. 명당의 기운을 얻기 위해 로또 마니아들이 발품까지 팔고 있는 것이다. 개중에는 종종 풍수전문가와 역술인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는 게 이씨의 전언. 이씨는 “종종 역술인들과 풍수전문가들이 찾아와 집의 생김새 등 터를 보고 간다”며 “내 관상과 손금을 봐주기도 했는데 나보고 ‘돈 많이 벌 것 같다’ ‘이 가게와 주인이 궁합이 잘 맞는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우편주문을 많이 해온다.

청주까지 찾아오기 힘든 타지방 사람들이 통장에 미리 입금을 한 뒤 자동이나 수동(구매자가 번호를 골라 이 메일을 통해 보내는 경우)으로 로또 복권을 보내 달라고 요청한다. 이씨는 “꾸준히 이 같은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며 “일주일에 200~300만원 정도가 우편 주문으로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는 “최근에는 한 분이 많은 복권을 구매하는 경향은 줄어들었지만,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다소 큰 금액으로 구매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며 “일확천금도 좋지만, 취미로 삼고 즐겼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명당 2-진주시 세븐마트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진짜 우리 집에서 1등이 나왔더군요.”경남의 로또 명당 세븐마트(경남 진주시 가좌동) 주인 엄인숙(40)씨는 ‘21회차 1등 당첨자가 자신의 가게에서 나왔다는 전화가 걸려왔다’는 종업원의 얘기를 듣고 거짓말인 줄 알았다. 이전에 로또복권 사업팀으로부터 ‘거짓 전화가 한 번씩 오니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 때문이었다. 그러나 혹시나 했던 마음으로 알아보니 1등 당첨자가 분명 자신의 가게에서 나왔다. 최근에는 56회차 1등 당첨자까지 나와 일약 행운의 장소로 통하게 됐다. 현재 이곳은 일주일에 5,000여명이 로또복권을 구매하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인근 지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세븐마트 주인 엄인숙(40)씨는 “인근의 마산, 산청, 사천 등지는 물론이고 서울 사람들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며 “관광차 내려왔다가 사 가는 사람, 친구들의 주문을 모아 내려와 사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행운을 건네주는 집이 되자 집구경 오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엄씨는 “언젠가 풍수를 잘 아는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이 나를 앞뒤로 쳐다보고 집을 두루 살피더니 ‘기가 센 집 같다’는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청주의 로또 명당 주인 이씨처럼 엄씨도 1등 당첨자가 나오기 전 꿈을 꿨다. 첫 번째 1등이 나왔을 때는 ‘대박의 꿈’이라는 ‘조상 꿈’을 꿨다. 꿈에 평소 엄씨를 무척 아끼고 좋아했던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왔다. 엄씨는 자신을 찾아온 할머니를 외국여행까지 보내드리는 효도를 했다. 두 번째는 ‘물꿈’이었다.

해운대 백사장에 있는 큰 호텔 건물 1층에 혼자 앉아 있었는데 동산처럼 큰 파도가 치는 그림 같은 장면이 엄씨에게 보였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멋진 풍경과 함께 엄씨는 마치 그 건물의 주인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꿈을 꾼 엄씨는 두 차례에 걸쳐 10만원을 투자, 로또복권을 구매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꽝이었고, 가게에서 산 사람들이 1등에 당첨됐다. 하지만 엄씨는 “비록 내가 당첨되지는 않았지만, 1등 당첨자가 우리 가게에서 나왔다는 생각에 내가 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명당 3-광명시 LG25시/국민은행 3개지점

“여기 지방인데요. 송금해 줄 테니, 로또 보내 줄 수 있나요?” 경기도의 로또 명당으로 알려진 광명시 하안동 엘지25시 편의점에 자주 걸려오는 문의전화다. 21회차와 38회차때 1등 당첨자를 내면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 편의점 종업원은 “편의점이라 다른 손님들이 많아 일일이 통계를 낼 수는 없지만 금요일과 토요일이면 로또 이용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며 “강남 등 서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로또복권 발행과 판매를 겸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일부 지점도 로또 마니아들에게 명당으로 통한다.

서울 신사동, 종암동 지점과 전북의 서신동 지점이 바로 그 곳. 세 지점 모두 2차례 이상 1등 당첨자를 내 지점 앞에 커다란 현수막까지 내걸고 명당임을 자랑하고 있다. 신사동 지점 관계자는 “하루에 120여명 정도가 로또 구매를 위해 찾아오고 있다”며 “대부분 이곳에서 두 차례 1등 당첨자가 나온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방에서도 문의전화가 많고 찾아오는 이들도 가끔 있는데 일부는 막무가내로 우편환을 동봉해 로또 복권을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일도 있다”며 “이럴 경우 번거롭기는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붙여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일은 종암동 지점과 전북 서신동 지점에서도 비일비재하다.

“하루 평균 700명 정도가 찾아오고 있다”는 서신동 지점의 관계자는 “몇몇 사람들은 1등이 나온 장소만 골라 우편환을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작은 행운이라도 얻고 싶은 생각에 그런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 그는 또 “1등 당첨자가 2명 나온 것뿐만 아니라 경매입찰 등에 종사하는 사람이 복권을 구입해 3등에 3개가 당첨돼 천만원 이상을 가져간 일도 있었다”며 “전북지역에서 가장 판매가 잘되는 지점으로 꼽혀 은행직원들도 좋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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