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 비약 VS 당연한 인과, 의견 엇갈려

▲ 왼쪽부터 정몽구, 김승연, 최태원

야구·농구·축구 등 다수 종목서 같은 현상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재계에도 징크스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업이 중요한 공사를 결정할 때, 논리와 계산 이외의 요소는 조금도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세밀하고 철저하게 분석한 뒤 과학적인 근거에만 입각해 일을 진행하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도 때론 미신 아닌 미신에 시달린다. 일부 재계 관계자들은 “가끔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불길한 징조들이 더욱 섬뜩하게 다가온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한다. 거칠 것 없어 보이는 이들에게 도대체 어떤 징크스가 따라 다닐까. [일요서울]이 알아봤다.

재계의 판도가 프로스포츠의 무대인 그라운드에 그대로 옮겨진 것일까. 아니면 프로스포츠의 성적이 재계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일까.

그동안 프로스포츠 구단들은 모기업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거울로 작용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프로스포츠 구단의 성적표가 모기업의 실적과 평행이론처럼 맞물려온 것이다.

실제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군림하고 있는 프로야구 판도만 봐도 이러한 사실은 바로 알 수 있다.

특히 프로야구 구단 기아타이거즈를 운영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몽구)은 이를 가장 잘 나타내는 일례다. 기아타이거즈가 지난해 역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데 이어 현대차그룹 역시 실적 악화와 리콜 사태 여파로 부진한 성적을 거듭했다. 지난해 펀드시장에서 기를 펴지 못한 것도 마찬가지다.

더불어 총수 공백을 감수해야 했던 한화그룹(회장 김승연) 소속 한화 이글스와 SK그룹(회장 최태원) 소속 SK와이번스 역시 부진이 겹치면서 ‘프로야구 판도가 기업의 실적을 좌지우지한다’는 속설에 설득력을 더해줬다.

삼성은 프로야구 구단과 연결되는 징크스에선 비교적 웃음을 짓는다. 프로야구 사상 첫 통합 3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한 삼성라이온즈의 모습은 지난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10조 원을 돌파하는 모습과 겹쳤다.

이쯤 되자 올해 역시 돌아온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영향으로 만년 꼴찌 한화이글스가 호성적을 낼 수 있을지, 실형이 확정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여파가 또 다시 SK와이번스의 부진으로 이어질 지도 관심이 모이는 상황이다.

프로농구도 마찬가지다. 특히 동부의 부진이 눈에 띄었다. 2013〜14시즌 프로농구 원주 동부가 꼴찌로 추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드물었다. 그러나 동부는 결국 13승 41패로 시즌을 마쳐 구단 첫 최하위라는 굴욕을 당해야 했다.

더욱이 동부는 최하위라는 성적표와 함께 반복된 사령탑의 퇴진으로 힘들어했다. 지난 시즌에는 막판 승부조작 파문에 연루된 강동희 감독이 구속 수감되면서 시즌 종료 3경기를 남겨두고 사퇴하기도 했다.

이어 이충희 감독 역시 시즌 도중 불명예 퇴진했다. 이충희 감독은 40경기에서 9승에 머무는 부진 끝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충희 감독이 물러난 뒤 김영만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팀을 이끌었지만 14경기에서 4승 10패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예외는 없다?

그렇다면 모기업인 동부그룹의 상황은 어떨까. 동부그룹도 역시 상황은 매우 좋지가 않다.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돈만 총 2조 원이 넘는다. 동부그룹의 자구계획 이행과 관련해선 지연 및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동성 위기 우려가 팽배하다.

지난 9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동부제철은 1조3250억 원, 동부건설이 7160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한국기업평가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동부메탈 지분 매각, 동부 당진항만 운영 파이낸싱 관련 투자자 모집, 동부특수강 IPO(기업공개) 등의 진행상황을 볼 때 자금유입 규모가 애초 계획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동부그룹이 지난해 말 발표한 자구계획 중 매각대상 자산의 상당수가 SPC(특수목적법인) 편입 방식이 아닌 개별매각 방식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그룹으로의 자금유입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재무안정성 개선이 지연될 가능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제 막 새 시즌을 맞이한 프로축구의 경우에는 FC서울(GS), 수원삼성(삼성), 전북현대(현대자동차), 울산현대(현대중공업), 전남드래곤즈(포스코), 포항스틸러스(포스코), 부산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 제주유나이티드(SK)만이 기업구단이다.

타 종목과는 다르게 지자체구단(인천유나이티드, 강원FC, 대전시티즌, 광주FC, 대구FC, 경남FC), 종교구단 (성남일화), 군경구단 (상주상무)이 끼어 있다보니 재정 상태가 양호한 기업 구단들이 좋은 성적을 내기가 수월하다.

실제 스플릿리그가 펼쳐진 지난해 성적을 살펴보면 기업 구단들은 대체로 상위 리그인 A그룹에 속했다. 하위리그인 B그룹에 속한 기업 구단은 제주유나이티드와 전남드래곤즈가 있다.

프로야구 SK와이번스와 같은 모기업을 둔 제주유나이티드의 부진은 SK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듯했다. 더불어 전남드래곤즈의 모기업인 포스코도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다. 방만한 투자를 하다가 쌓인 부실이 허다하다.

국내외의 방만한 투자와 경영 부실은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는 모습이었다. 포스코는 2008년 7조1739억 원(연결기준)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지난해에는 2조9961억 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영업이익이 3조 원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2002년 이후 11년 만이다.

그야말로 각종 프로스포츠의 전반적 모습이 모기업들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한편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비약이 심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징크스는 잘 따지고 보면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반박을 내세우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단순 징크스라는 이들은 “우연의 일치일 뿐 논리적인 근거가 없다”거나 “영향이 있었다고 해도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수준”이라고 말한다. 반대 의견을 나타내는 이들은 “모기업의 지원이 많을수록 구단의 성적이 향상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모든 스포츠가 멘탈적인 부분이 강하기 때문에 모기업의 분위기 부분을 쉽게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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