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단도리+대안세력 이미지=투표율 상승?

▲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지난 23일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임시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여당에만 악재? 야당은 투표율 저조로 울상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정치권이 세월호 침몰사고 후 중단됐던 6·4 지방선거 준비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하지만 대형 참사로 충격에 빠진 국민 앞에서 정치권은 지방선거와 관련된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지나치게 선거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면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권에선 조심스럽게 세월호 침몰사고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보여준 정부의 무능함이 드러나면서 새누리당에게 악재가 될 것”이라는 해석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에게도 호재만이 아닌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기류 또한 흐르고 있다. 투표율이 낮아진다는 염려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세월호 침몰 발생 초기 정부의 무능력한 대응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고조되면서 비판 기류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표심 변화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안전’을 핵심가치로 내세웠던 정부와 여당에겐 악재다.

젊은층 투표 ‘관건’

그러나 야권 역시 안심할 수는 없다. 정부의 무능에 대한 대안정당의 이미지를 고착화하지 못해 오히려 역풍이 불 가능성이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4일부터 18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새누리당은 1주일 전 대비 0.9% 상승한 53.4%를 기록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1.6% 하락한 26.9%를 기록해 여야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초선 의원실 한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이 대안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했고, 여당이 싫지만 야당은 더 싫다는 기류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은 가운데 새정치연합 후보자들은 울상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호재인 만큼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명함 등을 돌려야 되지만 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가 ‘선거운동 없는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인한 파장이 투표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새정치연합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의 실정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정치적 무관심을 부추겨, 투표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2002년 지방선거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월드컵 열기로 선거에 대한 관심이 저하됐다. 2002년 지방선거 사상 최저의 투표율인 48.9%를 기록했다.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은 통상 50%대를 간신히 넘겨왔으나 세월호 침몰사고로 40%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

새정치연합으로서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홍보에 적극 나서야 하지만 자칫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에서 별다른 대안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홍보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은 “역대 선거에서 투표율이 낮을 경우에는 대체로 젊은층이 투표장에 가지 않는 것이어서 여당에 유리했다”며 우려하고 있다.

‘정부 심판론’ 총공세

그렇다면 새정치연합은 낮은 투표율로 패배할 수 있다는 우려감을 어떻게 돌파할까.

일단 ‘정부 심판론’을 꺼내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고위정책 여객선 침몰사고 대책위 연석회의’에서 “정부의 무능과 부실은 덮어둔 채 냄비 끓듯 향후 계획만을 섣불리 내놓을 때가 아니다”며 “정성을 다한 사후수습, 통렬한 반성과 사죄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작 필요한 곳에, 정작 필요한 시간에 정부는 없었다”며 “그것이 지금 우리를 더 절망케 하고 더 분노케 하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국가적으로 애도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자칫 정쟁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해 박근혜 정부 비판을 자제해 왔던 새정치연합이 총공세를 펴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 심판론을 꺼내 오로지 정부 실책을 지적하며 젊은층의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는 게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또한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려 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우리 아이들, 우리 부모형제를 구해내지 못하는 무능이 부끄럽고, 위기대처시스템 하나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무책임이 죄스럽다”며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반성하고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슬픔을 넘어 안전사회, 인간존엄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저부터 고민하고 고민하겠다”며 “어떻게 하면 세월호 같은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을지 모색하고 실천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치적 논쟁이 아닌 야당이 대안’이라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던져주기 위한 조치다. 또한 중량급 인사들을 총출동시켜 지역별로 후보자들이 투표율을 올리겠다는 계산이다.

대신 전제조건이 따른다. 철저한 ‘내부 단도리’가 필요하다. 우선 내부 의원들과 당직자들의 돌출 행동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트위터 등 SNS에서 돌출적인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강경파 의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자제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당에서 매일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대형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치권의 돌출 행동은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정치연합은 투표율 저조를 극복하기 위해 ‘내부단속, 정부 심판론’을 내세워 젊은층을 투표장으로 이끌겠다는 계산이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투표율 올리는 방안 등을 모색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정부 여당과의 차별화를 조성하기 위해 정부 심판론을 내세워,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론을 알리는 것뿐”이라며 “이럴 경우 자발적으로 젊은층들이 투표장에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견제심리가 높아져 예상 외로 투표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현재로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안세력’으로서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만이 지방선거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최선책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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