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재산가에게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협박해 10억원대의 돈을 뜯어온 40대 여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인이 상대 남으로부터 10억여원을 뜯을 수 있었던 것은 치밀한 사전 조사를 통한 것으로 드러나 그 놀라움을 더하고 있다.피해자인 박씨는 경찰에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해 매번 각서를 쓴 뒤 돈을 줬지만 불륜사실을 폭로하겠다는 김씨의 협박은 1년이 넘도록 계속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매번 각서까지 쓰고 돈을 줬는데도 요구는 그칠 줄 몰랐다. 가족과 사회에 불륜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너무 두려워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직 기초의회 의원이자 현 교회 장로로 경기도에서 지역유지로 활동하는 박모(55)씨가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 여인(48)을 만나게 된 것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연히 김 여인을 알게 된 박씨는 이따금씩 김 여인과 만남을 가졌다. 그때마다 김 여인은 특유의 붙임성으로 박씨를 대했고 이런 김 여인의 매력에 박씨는 쉽게 빠져들었다. 두 사람은 자리를 같이 하는 시간이 늘면서 점점 가까워졌고 그러던 어느 날 그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걷잡을 수 없는 욕정의 회오리에 빨려 들어간 박씨는 이로써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 것이다.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깊은 관계를 가진 이후 계속 은밀한 만남을 가지며 밀애를 즐겼다. 주로 김 여인이 박씨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고 싶다며 불러냈다.

이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여관 등지에서 자연스럽게 성 관계를 가져왔던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대해 박씨는 “김 여인이 의도적으로 접근한 뒤 자기를 유혹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반대로 김 여인은 “박씨가 먼저 직·간접적으로 은밀하게 깊은 관계를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경찰 조사에 따르면 김 여인의 꽃뱀행각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해 2월. 서로 관계를 가져온 지 약 1년이 지난 후였다. 박씨는 김 여인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일단 김 여인이 돈을 갈취하게 된 정확한 배경에 대해 조사를 계속하고 있으나, 김 여인이 박씨의 재산을 노리고 고의적으로 접근, 성관계 사실을 구실로 협박해 돈을 뜯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의 주변인들에 따르면 김 여인은 박씨를 연인 대하듯 했기 때문에 측근들조차 김 여인이 박씨에게 접근한 진짜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측근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저마다 견해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 측은 “김 여인은 박씨에게 깊은 애정을 느끼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박씨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 뒤 서서히 궁지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여인은 “애초 박씨를 갈취할 목적으로 접근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인의 주장에 따르면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기 때문에 가까이 지내게 됐다는 것이다.경찰 진술에서 김 여인은 “박씨와 몇 차례 만남을 가지면서 박씨의 재산 규모와 전직 시의원이었다는 점등을 알게 되었다”며 “내가 박씨의 재산과 신상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박씨가 자랑하듯 이야기 해 준 것도 일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왜 김씨가 1년 간 관계를 지속한 뒤 돈을 요구했는지 그 의도에 대해 정확하게 따져볼 필요는 있다”고 말해, 박씨의 진술에도 다소 의문점이 있음을 암시했다.

박씨의 진술에 따르면 1년 간 관계를 지속해 오던 김 여인이 어느 날 갑자기 돈을 요구하며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김 여인은 “농약병을 내 놓으며 사실을 폭로하고 자살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찰 내부에서는 “김 여인이 거액을 지속적으로 요구한 내막에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박씨의 가족들은 “박씨가 평소와는 달리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고 괴로워하는 날이 많고 통장에서 거액이 빠져나가는 등 수상한 일들이 자꾸 발생해 이를 추궁해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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