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청이 신청사를 이전하면서 추진한 ‘도청 신청사 공공미술 프로젝트 공모’ 에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미술계에서는 심사과정의 의혹을 제기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심사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도청측은 공정하게 심사가 이뤄져 재심사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올해 6월 완공예정인 전북도청 신청사에 설치할 조각품, 그림, 설치미술에 대한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서 심사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전라북도 도청 신청사 추진단’ 은 공고를 내고 22개 팀의 작품을 접수해 지난해 11월 1차로 4개 업체를 선정한 후 지난해 12월 말 1개사를 최종 선정했다.신청사 추진단은 심사 발표에서 “당선작이 없어 높은 점수를 받은 4개 업체를 대상으로 작품 보완을 거치도록 한 뒤 최종 심사할 계획” 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미술계에서는 신청사 추진단의 심사 과정 전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미술계 인사들로 구성된 ‘신청사 공공 미술 프로젝트 진상규명 대책위’는 1차로 선정된 4개 업체에 대한 선정 배경 의혹과 최종 선정 과정에서의 특정업체 봐주기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1차 선정 과정에 대해 대책위 관계자는 “선정된 4개 업체를 보니 자질이 의심스러운 업체도 있었다. 업체 중에는 분수대에 들어서야 할 조형물을 엉뚱하게 언덕 위에 설치하겠다고 한 기획사도 선정됐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특정상호를 쓰지 못하게 한 지침을 어기고 업체 이름을 밝힌 기획사도 선정됐다”고 언급했다.이번 공모에 참가한 한 조각가도 “신청사 추진단이 수준미달이라는 이유로 당선작 결정을 유보하고 4개 업체에 작품을 보완토록 한 것은 특정 4개 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한 조치였다. 실제로 이들 4개 업체는 수정, 보완이 아닌 전면 교체작품으로 최종 심사를 받았다” 고 폭로했다.

이어 대책위는 최종 심사 과정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대책위는 “탈락한 업체들이 진상조사와 재심사를 요구하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17일 ‘도청 신청사 추진단’ 은 본심에 오른 4개 팀에 대한 심사를 강행해 ‘A아트’를 당선 업체로 확정하고, 우수작에 ‘B갤러리’, 가작에 나머지 두 업체를 선정해 파문을 더욱 확산시켰다”며 “최종 선정된 ‘A아트’는 이번 프로젝트 공모내용을 결정하는 자문회의에 운영 자문위원들과 같이 참석해 공모 제안내용을 사전 협의했다. 상식적으로 ‘A아트’가 자문회의에 참석할 이유는 전혀 없었으며 설령 정당한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해도 작품공모에는 절대로 참여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추진단은 지난 1차 심사 후 도지사의 지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최종 심사를 앞두고 심사 시작 전에 절대로 공개해서는 안 될 심사위원의 명단을 미리 공개했다. ‘A아트’의 사전 로비 및 담합을 위해서다. 공개를 요구할 때는 공개하지 않고 공개하지 말아야 할 때는 공개한 도청측 입장을 모르겠다” 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도청 신청사 건설 추진단은 “미술계에서 제기하는 의혹은 터무니없는 주장” 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도청 신청사 건설추진단의 한 관계자는 “조각품이나 그림, 설치미술 등 전 분야에 걸쳐 완벽한 작품성을 보여준 업체가 없어 심사의원들이 당선작을 내지 않고 추후 심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며 “공개심사원칙 때문에 최종 심사를 앞두고 명단을 공개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 심사 후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은 추후 이뤄질 최종 심사 결과에 미칠 영향 때문” 이라고 해명했다.이어 이 관계자는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들이 7시간 넘게 심사했을 정도로 심사는 공정한 절차에 의해 이뤄졌다. 현실적으로 재심사는 어렵다. 만일 심사결과를 취소한다면 더 큰 파장이 올 것 아니겠느냐” 고 반문했다.이번 사태와 관련, 대책위는 전주지검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며 도내 미술인과 연대한 규탄대회까지 고려중에 있다. 그러나 전북도청은 “심사가 어느 때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됐다”는 입장을 고수해 파문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건축물 미술장식제도’ 개선안 논란

‘건축물 미술장식제도’ 개선안을 놓고 미술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건축물 미술장식제도’는 일정 규모의 건물을 지을때 건축비의 0.7% 이상을 조각·그림 등의 미술품을 건물에 설치하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에 대한 개선안이 대두된 것은 미술시장과 공공환경을 살린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일부 작가 및 중개인의 독점과 담합, 불법 리베이트 같은 폐해가 심각한 양상을 보인데다 오히려 환경을 저해하는 문제점이 지적되어왔기 때문.개선안은 건축비의 0.7% 정도로 미술품을 구입하는 현행안과 더불어 건축주가 원할 경우 건축비의 0.5%를 기금으로 납부하면 공공미술센터가 기금을 관리해 공공미술을 펼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측은 “건축비용의 0.5%를 공공기금으로 내면 미술작품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불법 리베이트가 근절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문화관광부의 개선안에 대해 미술계는 “0.2%의 금액차이 때문에 공공기금 납부를 선택할 건축주가 많지 않은데다 또다른 형태의 리베이트가 생겨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미술계에서는 “현재 연간 500억원에 이르는 공공미술금액이 건축비의 0.5%로 바뀔 경우 연간 약 150억원이 줄어들 뿐더러 새로운 기구인 공공미술센터의 운영 및 관리가 또다른 잡음을 가져올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서 개선안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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