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주부들이 ‘재테크’의 달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 강남주부들은 자식교육에 물불안가리고 뛰어들면서 과소비를 일삼는 이미지로 굳어져 비난의 대상이 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강남주부들은 더 이상 돈 잘 버는 남편이 갖다주는 돈으로 백화점에서 값비싼 명품이나 사들이며 스포츠 센터에서 하루를 소일하는 ‘팔자좋은 여편네’가 아니다. 그들은 ‘재테크의 달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확실한 것에 과감히 투자한다”

올해로 30년째 강남에 살고있는 김미정(58)씨는 요즘 입이 귀에 걸렸다. 2001년초 구입한 대치동 아파트의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당시 3억 2,000만원을 주고 구입한 31평 아파트는 현재 평당 4천만원을 호가해 매매가 10억원을 넘어섰다. 평당가격만 따져보더라도 4년만에 무려 4배 이상 오른 셈이다. 당시 현금이 부족했던 김씨는 은행 융자를 끼고 대치동 아파트를 마련했다. 무리해서 아파트를 장만하는 과정에서 김씨는 남편과 적잖은 갈등을 겪어야했다. 내심 걱정도 많았다. 매달 줄줄이 빠져나가는 은행이자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이미 오를만큼 올랐다’는 대치동 집값이 더 오를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였다. 그러나 김씨는 “앞으로 한참 더 오를 것”을 확신했으므로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집을 사들였다. 김씨의 예상은 적중했다. 이는 강남 부동산의 흐름을 꿰뚫었기에 가능했다.

현재 김씨는 그동안 빌린 원금과 은행 이자를 제하고도 무려 7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거머쥐었다. 자동차 부품업을 하는 김씨의 남편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대략 연 8천~1억원 정도. 김씨는 남편의 수입을(한푼도 안쓴다는 가정하에) 꼬박 8년 동안 모아야하는 돈을 4년도 안되는 기간내에 벌어들인 셈이다.평범한 전업주부인 김씨가 강남 아파트를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내게 된 계기는 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 변두리 지역에 50평형대의 대형 아파트를 가지고 있던 김씨는 그 아파트가 더 이상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 다소 손해를 보고 팔았다. 그러고서도 은행 융자를 끌어들여 반포의 주공아파트 16평형을 무려 5억에 가까운 거금을 주고 구입했다. 이는 모험에 가까웠다. 50평대의 아파트를 팔고서도 모자라 은행 융자까지 끌어들여 산 아파트가 고작 16평이라니 일반 사람들이 보면 상당한 손해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김씨의 생각은 달랐다.

“선견지명이 돈을 부른다”

김씨가 과감한 결정을 하게 된 데는 반포단지만의 지역 특수성에 더하여 ‘재개발 효과’를 감지한 김씨의 선견지명이 있었다. 지역 브랜드는 물론이고 역세권과 환경권, 용적률 등 여러 가지 면을 따져봐도 ‘반포’만큼 주거단지로 최상인 곳은 없었다. 또 학군과 학원단지 등 교육환경에 있어서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즉 변두리의 대형 아파트보다 반포의 소형 아파트가 가치가 높다는 판단이 섰다는 것.그는 “반포 주공 아파트의 재개발 소문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있었지만 확정이 나지 않은 상태였다”며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좁고 허름한 이 아파트 단지에 정작 강남의 부자들은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의 평형만 따지고 가치를 판단하는 자체가 어리석다”는 김씨는 “모래속에 감춰져있는 진주를 발견하는 것이 진정한 재테크”라고 말했다. 당시 김씨가 주공아파트를 구입할 때 주변에서는 우려를 표했다. ‘재개발 플랜을 염두에 둔다해도 이미 오를만큼 올랐다’, ‘아무리 올라봤자 16평짜리가 5억이상 오르겠나’하는 것이 대세였다. 그러나 김씨는 같은 반포단지라도 가격은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포착했다.

이에 김씨는 주공 아파트가 타 아파트에 비해 대지지분이 훨씬 크다는 점에 주목, 과감히 계획대로 추진했다. 김씨의 예상은 적중했다. 주공아파트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요즘에도 인근의 한 아파트는 32평형이 4억원대에 머물고 있는 경우도 있다. 즉 같은 구역내에서도 평당 3천만원 정도의 가격차이가 나는 것이다. 현재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주공 아파트의 평균 시세는 16평형이 8억원에 상당하는 시세로 평당 4천만원이 넘는다. 이는 집값 높기로 유명한 강남에서도 거의 최고 수준으로, 김씨는 일반 월급쟁이들의 경우 수십년이 걸려야 모을 수 있는 돈을 가만 앉아서 벌어들인 셈이다. 한편 김씨가 주공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판 변두리의 50평대의 아파트는 여전히 3억원 대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 “아는 것이 힘, 하루가 짧다”
재테크 성공요인은?


그렇다면 김씨가 이처럼 재테크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김씨는 “강남 아파트에 필적할만한 재테크는 사실상 없다”고 단언했다. 김씨에 따르면 종잣돈만 잘 굴리면 여느 재테크보다 안정된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강남주부들을 세상물정 모르고 편하게만 사는 사람들로 몰아붙이는 것은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반상회나 모임에 나가보면 같은 돈으로 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연구하는 주부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고 전했다.김씨는 “부동산 관계자들이나 시중의 뜬 소문만 믿고 무턱대고 투자를 했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재테크에는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룰이 있다”며 “제대로된 ‘룰’을 따르기 위해서는 ‘아는 것이 힘’”이라고 강조한다. 주변의 말에 솔깃하기 전에 강남 부동산의 흐름을 꿰뚫어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 요즘도 김씨는 하루의 상당 시간을 부동산 관련 공부를 하며 보낸다. “더 좋은 물건을 잡기 위해서는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이 김씨의 말이다. 수시로 변하는 시세를 알아보고 부동산에 일일이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다보면 하루가 짧다. 또 틈나는대로 서점에 들러 앞으로의 부동산의 전망 및 관련법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김씨는 “수시로 부동산과 접촉하면서 각종 정보를 듣는 일은 나의 중요한 일과다. 낮은 금리를 이용해 돈을 돌리는 방법이나 각종 세금을 줄이기 위한 방법, 등록세와 취득세를 따져보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필수”라고 귀띔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