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스트레스 없는 인성 위주 평등 교육 실현하겠다”

낮은 지지율 채찍질로 삼아…‘균형’과 ‘안정’을 도모
자사고 해법 논란…교육부와의 갈등 순탄치 않은 행보 예고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6·4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가운데 줄곧 10% 중반의 지지율로 부진했던 조희연 진보진영 단일 후보가 선거 막판 보수 진영의 분열로 역전에 성공하며 116만여 명의 교육을 돌봐야하는 서울시 교육감에 당선됐다. 특히 조 당선인의 아들 성훈씨가 직접 “아버지는 한 점 부끄럼 없는 사람”이라는 피켓을 들고 서울 시내를 돌거나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남기는 등 지원사격에 나서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글로 파문을 일으킨 고승덕 후보의 딸의 행보와 대비되면서 조 당선인의 승리에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 <뉴시스>

조 당선인은 “아들의 도움이 순수하지 않게 보일까 봐 수없이 고민했는데 그 글이 승부사가 됐다”며 “앞으로 초·중학생들은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게 인성 위주 평등 교육을 실현해 보고 싶다”고 당선 소감을 전했다.

교육감직인수위원회를 꾸린 조 당선인은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채찍질로 삼겠다며 ‘균형과 ’안정‘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저를 지지하지 않은 60%의 의견도 수렴하겠다. 현재 교육의 80%는 그대로 유지된다”며 “문용린 후보의 좋은 제도는 받아들일 생각이고 손질이 필요한 자율형사립고 등 각종 중등교육 정책도 교육부와 상의해 안정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뜻을 밝혔다.

안정이 최우선, 자사고 불씨 여전

이처럼 조 당선인은 큰 변화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선거 초반부터 보수 진영과 대립하고 있는 자사고 해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뜨겁다.

이에 대해 조 당선인은 “현재 서울시교육청에서 2010년부터 운영된 자사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입시명문·특권 학교로 변질되고 돈이 없으면 못 들어가는 자사고가 공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임기 내에 일반고에 미친 자사고의 부정적 영향과 초·중학교에 미친 고교입학 경쟁 압력 등 부정적 영향을 검토해 자사고 전환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두 없애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건전한 자사고는 유지되고 현재 자사고 학생들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학부모들의 우려를 의식해 한 발짝 물러섰다. 또 자사고 폐지 문제는 교육부와 협의가 필요하다며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자사고 정책설문조사를 하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러나 조 당선인의 자사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여전하다. 그는 많은 학부모들이 평준화를 선호해도 기존 고교 서열화로 인해 어쩔 수없이 특권학교에 보내고 싶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고교 수준에선 평준화된 시스템에서 공부하는 게 교육적으로 올바른 결정이라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특히 조 당선인은 사회학 교수로서 “한국 사회에 만연한 과잉 경쟁은 상호관계를 적대적으로 만들고 사회 구성원들 내면성을 파괴하는 수준에까지 이른다”면서 “승자나 패자 모두 불행해지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보수단체들의 목소리도 경청

교육감으로서 앞으로 행보에 대해 그는 노후 시설 개선을 통한 ‘교육 안전’, ‘일반고 전성시대’, ‘혁신학교 확대’ 등 공약실현을 위해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혁신학교의 경우 각종 시험이 없어 경쟁시스템에서 아이들이 벗어날 수 있다며 적어도 초·중학생은 학교 수업이 즐거워야 하는데 토론과 참여수업이 강점인 혁신학교가 이를 만족시킨다. 현재 67곳인 서울 혁신학교를 200곳 정도 늘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조 당선인은 진보 교육감이라는 상징성에서 오는 우려에 대해 기존의 좋은 제도는 유지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20% 수준이라며 교육당국, 시민단체, 학교 현장 등을 돌아보며 여러 목소리를 청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보수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과의 대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와 더불어 조 당선인은 문 전 교육감이 추진했던 자유학기제를 비롯해 진로탐색 교육, 독서교육 활성화 등에 대해서는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박원순 시장과의 인연 ‘천군만마’

더욱이 조 당선인은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어 공약실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같은 대학의 동기이자 1994년 참여연대를 함께 만들어 초대 사무처장, 협동사무처장, 운영위원장을 맡는 등 오래전부터 손발을 맞춰온 사이다. 때문에 그간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교육청의 엇박자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두 사람은 지난 25일 ‘서울시 교육청 상호협력을 위한 간담회’를 통해 교육정책의 협력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조 당선인은 “박 시장이 과거 토건 경제 시장들과 달리 생활복지와 교육복지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양측이 새로운 교육협력 모델을 만드는 게 이 시대의 과제이고 염원”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 시장은 “서울을 교육특별시로 만들자”며 “서울 시민이 조 당선인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준 것은 서울 교육의 변화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화답했다.

이처럼 서울시 측과 시교육청의 갈등이 봉합되면서 조 당선인은 공약실천에 힘을 얻게 됐다. 하지만 아직 교육당국과의 첨예한 갈등을 예고하고 있어 그 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최근 법외노조 판정을 받은 전교조 문제를 놓고 조 당선인을 비롯한 진보 교육감 들이 교육부와 시각차를 드러내면서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다. 여기에 자사고 문제 역시 교육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또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성향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서울시교육감의 경우 보수 진영의 분열로 인해 어부지리 격으로 당선되면서 보수 교육관련 단체들과의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이에 사회학을 연구해왔던 학자로서 어떠한 해법을 내놓을지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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