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특별취재팀] 케이만군도와 버진아일랜드, 스위스 등 세계 10대 조세회피처에 주소지를 둔 재벌그룹 해외 법인이 1년 사이에 60%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등이 버진아일랜드 소재 법인에 대한 명단과 실체를 집중 폭로한 이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케이만군도로 재벌사들이 눈을 돌리면서 벌어진 현상으로 분석된다.

재벌닷컴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총수가 있는 40개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해외 법인 소재지 현황을 조사한 결과 ▲케이만군도 ▲버진아일랜드 ▲파나마 ▲버뮤다 ▲라부안(말레이시아) ▲모리셔스 ▲사이프러스 ▲스위스 ▲마샬군도 ▲바베이도스 등 10대 지역에 주소지를 둔 법인(무자본 선박지주회사 제외)이 86개사로 집계됐다. 같은 지역을 대상으로 2012년 말 조사 당시 나타난 54개사에 비해 59.3%가 증가한 수치다.

소재지별로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함께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손꼽히는 케이만군도 소재 법인 수가 2012년 말 18개사에서 2013년 말 41개사로 23개사가 늘어나 조사지역 중 가장 많은 증가세를 보였다.

현재 케이만군도에 법인을 두고 있는 국내 재벌그룹은 SK그룹이 29개사로 가장 많았고, 현대자동차그룹과 롯데그룹이 각각 3개사, 대림그룹이 2개사, 현대그룹·효성그룹·미래에셋그룹·세아그룹이 각각 1개 법인을 설립했다.

버진아일랜드와 파나마는 2012년 말 14개사에서 2013년 말 15개사로 각각 1개사씩 증가해 여전히 국내 재벌그룹의 인기 지역이었으며, 버뮤다도 2012년 말 2개사에서 2013년 4개사로 2개사가 증가했다.

동남아지역에서 가장 주목받는 조세회피처로 알려진 말레이시아 라부안 소재 법인은 2013년 대림그룹이 2개사, SK그룹이 1개사를 신규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모리셔스와 사이프러스는 전년과 같은 2개사를 기록했고, 유럽의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알려진 스위스는 2013년 삼성그룹과 GS그룹이 1개사씩 신규법인을 설립했다.

이 외에 태평양 중서부에 위치한 마샬군도와 중미 카리브해에 소재한 바베이도스 법인은 전년과 마찬가지로 1개사씩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룹별로는 SK그룹이 조사대상 10개 조세회피처 지역에 35개사의 법인을 둔 것으로 나타나 가장 많았고, 롯데그룹이 13개사로 그 다음이었다. 그 뒤는 ▲현대중공업 5개사 ▲대림그룹·현대그룹 4개사 ▲삼성그룹·현대차그룹·LG그룹·CJ그룹·이랜드그룹 3개사 ▲GS그룹·미래에셋그룹 2개사 순이었다.

1개사 법인을 가지고 있는 그룹은 ▲한진그룹 ▲두산그룹 ▲동부그룹 ▲효성그룹 ▲동국제강그룹 ▲세아그룹 등이 있었다.

한편, 조세회피처는 법인의 실제 발생소득 전부 또는 상당부분에 대해 조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법인의 부담세액이 실제 발생소득보다 훨씬 낮은 국가 또는 지역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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