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의 재소자 부실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0월31일, 서울 영등포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무기수 김모(42)씨가 직업 훈련 여교사를 상대로 강간, 살인미수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지껏 무기수인 신창원씨에게 징역 22년 6개월이 추가로 선고된 적은 있었지만 이번 사건처럼 ‘복역 중’인 무기수에게 무기징역이 ‘추가’로 선고되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탈주범 이낙성 사건이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 13일. 김씨가 치과 치료를 받고 오겠다며 훈련교사를 속이고 교육장을 빠져나오면서 시작됐다. 교도소 내에서 자격증을 따는 등 ‘모범수’로 통한 김씨에게 훈련교사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흔쾌히 허락을 했던 것. 하지만 이것이 ‘화근’이었다. 여자구경(?)이 흔치 않은 교도소내 환경은 ‘열혈남아’인 김씨에게 ‘지옥’과도 같았다. 김씨는 강간치상죄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가석방된 뒤에도 10여 차례 여성을 성폭행, 살해하려 한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추가로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같은 수법의 화려한 전과지만, 김씨는 복역 10년 째 별다른 말썽도 일으키지 않고 성실하게 생활했다.

‘성실’을 무기로 감형, 가석방, 특사 등을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산 것이다. 그러나 그 ‘성실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금까지의 소행이 ‘습관’이 됐던 걸까. 김씨는 컴퓨터 강사 A(30)씨에게 몹쓸 짓을 하게 된다. 김씨는 용접교육을 받던 도중 훈련교사에게 거짓말을 한 뒤 교육장을 빠져나왔다. 김씨는 1층 화장실에서 컴퓨터 강사인 피해자 A씨의 강의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강의가 끝나자 김씨는 2층 컴퓨터교육실에서 혼자서 강의 뒷정리를 하고 있던 A씨를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다급해진 김씨는 목을 졸라 살해하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A씨가 소리를 지르며 저항하는 바람에 교도관에게 붙잡혔다. 이때까지 한 시간 가량을 김씨는 교도관의 동행 없이 1층 교육장에서 2층 컴퓨터실까지 혼자 교도소를 활보하고 다녔다. 아무도 김씨를 제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또 김씨는 범행을 위한 흉기도 미리 준비해 몸에 지니고 있었지만 교도소 측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김씨는 상대방이 반항할 경우를 대비해 24cm 길이의 쇳조각과 유리조각, 철사, 비닐끈, 실끈, 면장갑 등의 범행도구를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김씨가 사전에 얼마나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해 왔는지 짐작케 한다. 동시에 교도소 내 재소자 관리가 얼마나 부실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교도소의 관리가 이처럼 허술한 것은 비단 ‘교도관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교도관의 열악한 처우개선을 위한 노력도 당연히 뒤따라야 하는 법.지난해 재소자의 폭력으로 교도관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교도관들의 근무환경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근무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재소자들을 관리하는 최일선에 있는 교도관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우선인 듯 하다. 법무당국에서는 이번 사건을 교도행정 전반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점 투성이’의 교도소가 교도관들의 근무 태만과 교도행정의 문제점에 대한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된 가운데 향후 교도소가 어떤 모습으로 대처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 영등포교도소 법무부 보안1과 관계자“재소자 감시 한계 있는게 현실”

- 김씨가 사용한 범행물건은 어디서 구할 수 있었나.
▲ ‘용접교육’의 작업도구가 대부분 쇳조각, 유리조각 등의 물건이다. 작업훈련 중 김씨가 하나씩 챙긴 것으로 알고 있다.

- 김씨의 범행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데.
▲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훈련장 안에 실습장(1층), 교육장(2층) 등이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에 재소자 개개인이 교육만 받는지, 교육 받다 실습하러 가는지 일일이 감시하는데 한계가 있다.

- ‘허술한’ 관리체제 때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현재 한 교도관이 몇 명의 재소자를 맡고 있나.
▲ 한 교도관이 적게는 20명, 많게는 100명까지 재소자들을 맡고 있다.

- ‘허술한’ 교도행정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
▲ 우리 입장에서는 수용자들의 인권이 중요하다. 따라서 강력하게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은 없다. 직업훈련 중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고 훈련을 받지 않을 수 없고 그들의 ‘자유’를 억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보안’문제는 개선토록 하겠다. 특히 이번 사건이 여교사와 연관돼 파장이 일고 있는 만큼 남자 교도관 동행, 비상 신호기 부착 등 보안책을 마련해 추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 쓰겠다.

# 탈주 200일째 ‘이낙성’은 어디에?‘밀항설’ ‘은신설’ 등 추측만 난무

청송보호감호소(현,청송제3교도소)를 탈출한지 200일이 넘도록 ‘꼭꼭’ 숨어있는 탈주범 이낙성(41)씨 행방이 묘연하다. 이씨는 지난 4월 치질수술을 위해 경북 안동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이씨는 새벽시간을 이용, 교도관의 감시 소홀을 틈 타 병원을 빠져나온 뒤 지금까지 종적을 감춘 상태다. 시간이 갈수록 이씨 행방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줄면서 제보도 끊긴지 오래. 그나마 접수되는 제보는 모두 ‘오인신고’로 판명 나 수사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때문에 ‘해외 밀항설’이나 ‘자살설’, ‘은신설’ 등 다양한 추측까지 난무하고 있다. 이렇게 수사에 진전이 없다보니 일각에서는 이씨의 탈주가 ‘제2의 신창원’ 사건이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시각까지 대두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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