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나 연인끼리 파트너를 교환해 성행위를 하는 ‘스와핑’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일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에 따르면 현재 유명 포털 사이트 D사에 개설되어 있는 스와핑 카페만도 20여개이며, 회원들만 무려 1,500명이 넘는다. 특히 최근 스와핑은 단순히 파트너를 교환해서 즐기는 것을 넘어, 각종 변태적인 옵션이 곁들여진 행위들로 번지고 있어 이 시대 성모럴해저드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이제 대한민국에서 ‘스와핑’은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스와핑은 이미 지난해 3월 5,000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스와핑 사이트 ‘부부플러스’가 경찰에 적발되면서 최대의 사회이슈로 떠오른 바 있다.

당시 회원들중에는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들 및 사회지도층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스와핑 쓰나미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스와핑은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 스와핑 카페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이트측은 ‘스와핑’을 금칙어로 정하고 블라인드를 걸어 음란카페를 차단하고는 있지만, 이들 카페는 단속을 비웃는 듯 독버섯처럼 증가하고 있다. ‘공유’, ‘형님,형수님’, ‘부부모임’, ‘관전’ 등으로 포장되어 있는 이들 카페는 단속을 피해 수시로 주소를 옮기며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실정. 문제는 스와핑이 단순히 카페를 통해 이뤄지는 차원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무려 60만명의 회원을 보유, 국내 최대 규모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는 S사이트는 경찰의 단속으로 2004년 된서리를 맞았지만, 나날이 높은 수위의 음란물들을 게시하며 현재도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 스와핑은 특별한 이벤트를 원하는 부부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행위로 통한다. 스와핑은 성적 일탈이 아닌 무료한 일상의 활력소인 셈이다. “부평. 36살, 32살 부부입니다. 176,72/162,54. 전 피부과 의사고 부인은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둘다 외모, 매너 준수합니다. 소개, 사진 필수”

섹스 스킬 구체적 묘사

“28/25, 176/78 - 156/48, 대학원졸/유학파, 레즈 성향이 있는 여성이나, 마르지 않은 전문직 커플원함. 수원, 01X-XXX-XXXX”“강남. 결혼 3년차 부부입니다. 관전하실 분. 촬영가능한분. 이메일 연락 요망”회원들은 부부나 연인의 신상 소개와 함께 성관계 장면을 첨부해 스와핑 파트너를 구하고 있다. 섹스 스킬, 선호하는 행위, 성생활에 대한 묘사, 스와핑 경험까지 곁들여진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원한다고해서 스와핑이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스와핑을 원하는 이들중에는 외국생활이나 유학경험이 있는 이들, 엘리트층도 상당수인데, 이들은 ‘비슷한 수준’을 갖춘 사람들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스와핑을 즐긴다는 회계사 A(35)씨는 많은 커플들에게 연락이 오지만 적합한 스와핑 상대를 구하는게 어렵다고 토로했다. “흡족하지 않은 상대와는 분위기도 안날 뿐 아니라, 오히려 불쾌한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컨텍시 신중을 기한다”는 것이 A씨의 말이다. 성적 취향 및 행위에 대한 의견이 안맞아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사랑이라는 감정이 배제된 관계지만, 아무나는 싫습니다. 학력이나 수준이 비슷해야 돼요. 그동안 우리 부부가 만났던 커플들도 준수한 사람들이었습니다.”A씨에 따르면 기본신상은 물론 사진교환도 필수다.

그는 또 서로 원하는 섹스 스타일에 대해 충분히 교감이 이뤄진 상태에서 행위를 하기 때문에 단순히 동물적인 본능으로 난잡한 관계를 갖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스와핑은 까다로운 조건이 요구되는데 게시물들을 읽다보면 그 노골성과 대담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모 대학병원 레지던트라는 K씨는 “아내가 까다로워서 아무나는 안된다”며 “여자를 잘 리드할 수 있는 대졸이상의 건장한 남성이어야 가능하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는 또 “신체에 문신이나 흉터가 있거나 지나치게 과격한 행위를 하는 남성은 곤란하다”고 못을 박았다.

스와핑 통해 의형제 맺기도

일부는 자신의 스와핑 사진과 함께 리얼한 설명을 올리기도 한다. “최씨 부부와 우리 부부는 테헤란로 인근의 한 로바다야끼에서 만나서 술을 마셨다. 그리고 우리 네 사람은 우리 집으로 왔다. 적당히 취기가 오르자 내가 먼저 옷을 벗고 최씨의 와이프를 안았다. 내 와이프 역시 어느덧 최씨에게 안겨 있었다.”“내 아내가 낯선 남자와 관계를 갖자 질투와 분노가 섞인 묘한 감정이 솟구쳤다. 그러나 아내는 이런 나를 보고 더욱 적극적으로 남자의 요구에 응했다.”“박씨와 나는 내 ‘정숙한’ 아내를 노예처럼 괴롭히기 시작했다.

아내를 ‘형수님’이라 부르는 박씨는 요즘도 종종 우리집에 와서 즐기고 가곤 한다.” 이러한 경험담을 접하는 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한 회원은 “예전에는 펄쩍 뛰며 말도 못꺼내게 하던 아내가 평범한 부부들이 올린 스와핑 경험담을 읽고 ‘우리도 한번 해볼까’라는 말을 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합의하에 이뤄지는 스와핑이 몰래 바람피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회원은 “오랫동안 아내를 설득해서 한 부부를 만났는데,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부부여서 놀랐다. 동반으로 여행도 가고 ‘플레이’도 하고 의형제처럼 지낸다”고 고백했다. 이는 그간 일부의 빗나간 문화로만 여겨져온 스와핑이 우리사회 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을 방증한다.

2:1 섹스는 ‘기본’

그렇다면, 스와핑의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1:1 교환섹스는 가장 ‘정석’에 속하는 형태로 파트너 교환을 제외하고는 여느 부부의 성관계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정한 틀에서 탈피, 다양한 형태의 스와핑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1로 행해지는 스리섬(threesome)이 대표적. 남성 한명과 여성 두명, 혹은 그 반대로 이뤄지는데, 성비가 맞지 않는 특성상 동성간 섹스가 이뤄지기도 한다. 또 4명이 성관계를 갖는 포섬(foursome)도 빈번히 행해지고 있는데, 이는 작은 규모의 갱뱅 또는 혼음과 비슷하다.

일부는 직접 행위를 하지는 않지만 그들끼리 성 접촉을 즐기거나 타인의 섹스를 도와주는 ‘도우미’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룹섹스를 뜻하는 갱뱅은 다수가 일정 파트너 없이 무작위로 관계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스와핑을 원하는 이들이 신상을 드러내기를 원치 않는데다가 갱뱅 성향을 가진 이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일 역시 쉽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갱뱅이 이뤄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또 ‘난교’ 이미지 때문에 쉽게 응하지 않는 이들이 많은 편. 그러나 최근에는 10여명의 갱뱅을 원하는 이들도 찾아볼 수 있다.‘지켜보는 것’을 의미하는 관전은 직접적인 성접촉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면에서 독특하다. 관전은 스와핑 경험이 없는 커플이나 초보들이 선호하는 형태로, 성행위는 물론 일체의 스킨십도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관전은 은밀한 사생활을 타인 앞에서 드러냄으로써 흥분을 느끼고자 하는 이들과 ‘훔쳐보기’를 원하는 현대인들의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형태다. 관전은 함께 옷을 벗고 있어야 된다거나 옆에서 음란한 언어나 욕설을 해줄 것, 자위를 할 것, 혹은 성관계 장면을 촬영해줘야 된다는 식으로 조건이 붙게 마련이다.또 최근 파트너의 신체 일부를 묶어놓은 채 성행위를 갖는 본디지(Bondage) 스와핑도 행해지고 있다. 게시물 중에는 “그는 준비해온 노끈으로 내 아내의 팔과 다리를 묶었다. 내가 보는 앞에서 낯선 남자의 포로가 된 아내의 모습에서 적잖은 흥분을 느꼈다”는 식의 본디지 스와핑 경험담도 눈에 띈다. 가장 보편적인 본디지 플레이는 노끈이나 밧줄, 수갑 등으로 상대의 양팔이나 양다리를 결박하는 것이다. 강도가 심한 경우에는 여성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성적인 모욕을 가하거나 SM적인 가학행위도 이뤄진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전언이다.


# 한양대 신경정신과 박용천 교수“삐뚤어진 정신병”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정신과 박용천 교수는 “스와핑은 성도착증이며, 정상적인 방법으로 현실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는 일부 삐뚤어진 현대인의 정신병”이라고 말했다.

- 스와핑에 빠지는 사람들은 어떤 부류인가.
▲현실문제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해소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말초적인 자극을 통해 현재의 고통을 잊어보려는 ‘현실도피성 정신질환자’인 셈이다.

- 정신분석학적인 측면에서 스와핑을 분석한다면.
▲사회에서 터부시되는 반사회적 행위를 했다는 쾌감을 통해 일시적인 만족감을 얻으려는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스와핑 후에는 수치심, 절망감, 자멸감, 분노 등 더 큰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들은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 다시 스와핑을 하는 등 변태적 행위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 스와핑 후 부부 금실이 좋아졌다는 사람도 있는데.
▲일종의 ‘동지의식’에서 오는 일시적 자기합리화일 것이다. 어떤 문제를 안고 있던 부부가 ‘둘만의 비밀’을 공유했다는 이유로 관계는 일시적으로 친밀해질 수 있다. 그러나 스와핑은 ‘갈데까지 간’ 이들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부부관계가 지속적으로 좋아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은 이상 부부간에 존재하는 상호불신이나 배신감, 수치심 등은 멀지않아 다시 고개를 들게 된다.

- 그렇게 될 경우 어떤 점이 문제가 되나.
▲부부간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경우 스와핑은 서로에게 지울 수 없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결국 스와핑은 부부를 영원히 회복될 수 없는 관계로 전락시킬 것이다.

- 스와핑에 대한 입장은.
▲본인들의 개인적인 사생활이라고 주장한다면 어쩔 수 없다. 정신병이 있는 사람에게 법적인 처벌을 내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러나 공익에 반하는 경우에는 엄격한 제재가 가해져야 할 것이다. 언론 등 사회공기를 통해 이 행위의 반인륜성을 부각하고 스스로 제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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