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바리(숙박업소에서 성매매 하는 행위)’ 영업을 하던 종로의 A여관이 발칵 뒤집혔다. 용의자 송모(36)씨가 성관계를 갖던 중 ‘너무 오래한다’고 짜증을 낸 윤락녀 윤모(45)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서울종로경찰서는 사건 발생 이틀 만인 지난 12일 조씨를 살인혐의로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서 밝히는 이 황당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송씨는 일정한 주거와 직업 없이 남산, 서울역, 종묘공원 일대를 배회하던 떠돌이로 알려졌다. 당초 송씨는 여관바리 여성을 유인해 성욕을 채우고 현금을 배앗을 계획이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또 처음부터 범행의도가 있었기에 기본 3만원 하는 화대에 2만원을 더해 5만원을 건넸다. 송씨는 지난 4월 10일 동대문 일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칼(재크나이프)을 구입한 후 여관이 밀집한 곳을 찾아다녔다. 이윽고 송씨는 저녁 7시 30분 경 종로구 낙원동 소재 ○○여관 ○○호실에서 업주에게 부탁해 ‘여관바리’ 윤씨와 성관계를 가지게 됐다. 송씨는 성관계를 갖던 중 ‘사정하지 않았음에도 사정했다고 우기며 더 하려면 돈을 더 내라’는 여관바리 여성을 칼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관바리 여성은 97년까지 보험설계사로 일을 하다가 생활고를 겪고 종묘공원 등을 돌아다니며 박카스 아줌마(성매매 종사자에 대한 은어)로 일하던 여성으로 알려졌다.

화대 2만원 더 주며 선심

송씨는 처음부터 화대를 줄 생각이 없었으며, 피해여성의 돈을 뺏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강도상해 및 절도 전과가 있던 송씨는 지난해 4월 출소했으며, 지하철과 쪽방 등에서 하루살이 삶을 살았다.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조사결과 송씨는 처음부터 화대를 줄 생각이 없었으며, 피해여성을 통해 성욕을 채우고 현금을 훔쳐 달아날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범행 당시 송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고 성기 삽입 후 사정하지 않았는데도, 피해여성이 더 하려면 돈을 더 내라고 한 말에 격분했다. 극도로 흥분한 송씨는 잠바주머니에서 칼(재크나이프)을 꺼내 송씨의 복부 등 전신을 9차례 마구 찔러 처참하게 살해했다. 그 후 시체가 발견될 것을 꺼려 베개와 이불 등으로 가리고, 현금 20만원과 피해여성의 휴대폰을 가지고 도망쳤다.

발 빠른 대처로 범인 검거

이 사건은 두 시간이 넘도록 방에서 나오지 않는 것을 의심한 여관주인이 방문을 두드리면서 밝혀졌다. 여관주인은 “사람이 죽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종로경찰서 강력2반 형사들이 현장에 급파됐다. 그러나 여관주인은 여관바리 영업을 한 것을 숨기려고 진술을 꺼려해 한동안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사건발생 후 주변을 배회하는 전과자의 소행이라고 단정 짓고 발 빠르게 수사망을 좁혀갔다. 특히 강력2반 박 경장을 비롯한 2명의 경찰들은 48시간을 종로 일대와 서울역 인근 지역을 돌아다니며 범인 송씨의 행적파악에 나섰다. 끈질긴 탐문 수사와 함께 강력 2반 형사들은 종로 쪽방 골목을 지나가는 행인을 상대로 검문검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사건발생 후 이틀이 지난 12일 19시30분 경 종로구 돈의동 114쪽방 골목길 입구에서 송씨를 살인혐의로 긴급체포할 수 있었다. 경찰관계자는 “순간적으로 가방을 메고 지나가는 40대 남성을 발견하고 검문검색을 하자 가방 속에서 피해자의 핸드폰과 칼(잭나이프)을 발견하게 됐다”고 전했다. 조사결과 범인은 범행사실을 순순히 시인했고,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배(어선)를 타려고 군산으로 내려가던 중 검거된 것으로 밝혀졌다. 자칫하면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이 경찰의 발 빠른 대응으로 검거에 성공한 것이다.


# 익명 여관바리 여성 인터뷰“사정 안했다고 우기는 진상들 많아”


▲ 여관바리 여성과 집장촌 여성들의 다른 점은.“그거야 뻔한 거죠. 집장촌 여성들은 미아리나 청량리 같은 곳에서 생활하는 애들이고, 우리들은 여관이나 모텔을 돌며 성매매를 하는 거고요.”
▲ 하루일과는.“영업시간은 따로 없어요. 업주들이 연락하면 가서 일하는 거죠. 특별히 하는 일 없이 그냥 잠자고, 일어나 화장하고, 또 영업하고… 그런 식이죠 뭐. 낮에는 일반인과 같아요.”
▲ 성관계 시 비용은. 성관계를 갖는데 딱 30분 안에 모든 게 끝나요. 대략 3~5만원 선부터 긴 밤은 15~20만원 선이죠. 뭐 초저녁부터 시작하면 웃돈을 주기도 하는데 대개는 부르는 게 값이죠. 돈이 없다 하면 깎아주기도 하고, 때로는 더 받기도 하고…
▲ 일하면서 제일 힘든 건 무엇인가요. 술 취한 남자들 상대하는 거요. 돈 주고 아가씨 샀으니까 하면서 함부로 대하는 남자들 많아요. 거칠게 다루고, 때리고, 욕하고, 무시하고, 행패부리고.
▲ 그 외에도 싫은 손님은.이젠 면역이 돼서(웃음)… 하지만, 사정을 했으면서도 안했다고 우기고 더 하려는 진상들은 정말 싫어요. 이외에도 안 씻고 더러운 몸으로 오는 사람, 일명 ‘해바라기’(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뒤집어 까고 그 안에 ‘바세린’을 주입)와 성기에 구슬을 박은 사람, 칙칙이(성인용품)를 바르고 온 사람도 싫은 손님중의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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