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거리에서 취객들을 유인, 바가지 술값을 씌우는 일명 ‘삐끼’에 의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피해는 수십 년 전부터 계속 있어왔던 것이 사실. 실제로 취재진 역시 당한 적이 있으며, 대다수의 많은 남성들이 한번쯤은 경험했거나 주변에서 당한 이야기를 들었을 정도로 만연돼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성매매특별법 이후 더욱 지능적이고 교묘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속칭 ‘2차’를 나갈 경우 성구매자도 처벌을 받기 때문에 이를 빌미로 배짱을 부린다는 것. 이러한 바가지 술값에 의한 피해는 서울의 특정 지역을 넘어 수도권 인근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어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삐끼들의 기상천외한 수법에 대해 집중적으로 취재했다.





유흥전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서준씨는 일주일에 2~3번은 회원들의 하소연이 담긴 전화를 받는다. 삐끼들에게 속아 바가지 술값을 낸 후 이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게 전화의 주 내용이다. 하지만 이미 낸 술값을 되돌려 받기는 매우 힘들다는 게 그의 말이다. 또한 이들 조직이 워낙 은밀하게 영업을 하는데다 취중에 갔던 곳이라 다시 찾기도 여간 쉽지 않다고 한다.

20~30대 중반 취객이 표적

서울 지역의 삐끼들은 주로 종로와 신사동, 강남역, 천호동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유흥가 곳곳에서 출몰,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의 취객들을 집중적으로 유혹하고 있다. 또한 사창가 인근의 삐끼들은 성매매특별법이후 손님이 없어 단속을 피해 은밀히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의 영업방식은 대충 이렇다. 술은 삐끼 자신들이 서비스한다. 대신 2차비용만 부담하란 식으로 미끼를 던진다. 이들은 일단 취객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 미리 대기시켜 놓은 자가용에 태워 지정된 인근의 단란주점으로 데려간다. 심한 경우 강을 건너기도 하고, 거리가 먼 경우 한 시간 남짓되는 거리를 이동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종업원은 “이건 취객이 나중에라도 다시 찾아올 것을 감안, 가까운 거리도 빙 둘러서 가는 등 나름대로의 ‘잔머리’를 쓰는 것”이라며 “하지만 삐끼들의 경우 어디에서건 손님만 물어 가면 된다는 식의 영업 전략을 따르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단란주점들은 주로 이면도로의 허름한 건물지하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다. 강남 교보생명 사거리나 양재역 주변, 그리고 논현역 인근 등에 제일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일단 자가용을 탄 뒤에는 ‘운전하는 사람에게 팁으로 만원만 주라’고 말해 돈을 꺼낼 때 지갑 속의 현금을 확인하기도 한다. 이들의 전형적인 수법은 ‘1인당 20만원, 심하게는 10만원 정도면 양주를 마음껏 먹을 수 있고, 2차까지도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20만원의 돈으로는 그러한 서비스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계산할 무렵에는 처음의 말과는 다른 수백만원대의 금액을 치르게끔 한다는 것이다. 강력하게 항의하는 손님에게는 서너 명의 조폭을 연상시키는 건장한 직원들이 동원, 강압적인 분위기를 만든다고 한다. 심지어 술에 약을 타서 정신을 잃게 한 뒤에 직접 돈을 가져가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성관계 미끼 2차 유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객들은 왜 이렇게 삐끼들의 ‘뻔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는 것일까. 최근 강남역에서 삐끼에게 피해를 당했다는 김모씨는 “처음에 (삐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들은 상당히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접근해 나중에는 상대방을 ‘혹’하게 할 정도”라고 전했다.

김씨에 따르면 삐끼들은 자신을 업소의 사장이나 상무쯤으로 소개하면서 ‘업소를 새로 오픈하고 홍보도 하고 아가씨들의 수입을 맞추려고 그렇게 낮은 가격에 봉사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이후 ‘처음에만 이러는 거지 우리도 나중에는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것이다’라고 유혹한다는 것. 김씨는 “솔직히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언뜻 ‘밑지고 하는 장사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삐끼의 말에 상당부분 동조를 하게 됐던 것 같다”며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또한 바가지요금을 치르게 한 뒤에는 인근의 모텔에서 따로 준비된 아가씨와 성관계를 갖게 하는 소위 2차를 유도한다고 김씨는 말한다. 특정업소의 경우 룸 안에서 즉석에서 성관계를 맺도록 유도한 다음, 나중에 비싼 술값에 대해 항의라도 하면 신고할테면 해보라며 ‘성매매특별법 때문에 당신도 걸리게 되어 있다’며 되레 협박을 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팀단위로 움직이며 작업

이러한 악질적인 삐끼들은 보통 혼자서 단독으로 활동하기 보다는 3~4명이 서로 한 팀이 되어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또 수단과 능력이 남보다 탁월한 삐끼들의 경우, 수천만원대의 선불금을 받고 스카우트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때 삐끼들을 고용해 단란주점을 운영했던 이모 사장은 “손님이 현금으로 계산했을 경우 삐끼들에게 50%를 주어야 하고, 신용카드의 경우 40%를 주어야하기 때문에 바가지요금을 씌우지 않으면 안 되는 시스템”이라며 “손님을 많이 확보하지 못한 업주 측에서는 삐끼가 유일한 영업망이며 하루에도 수백만 원을 벌게 해주는 소중한 마케터”라고 전했다.

“당당하게 대처해야”

그렇다면 이 같은 삐끼들을 대처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에 대해 유흥사이트 운영자인 서준씨는 “우선 기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당황하거나 주눅 든 상태를 보여주지 말고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또한 112에 신속하게 신고하는 것도 절대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일부 업소에서는 아예 전파 방해기를 달아놓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일단 삐끼를 따라 허름한 단란주점에 들어갔을 경우라도 정신을 가다듬고 처음부터 핸드폰을 꺼내 통화가 가능한지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어쩔 수 없이 계산을 해야 한다면 반드시 카드로 하는 것이 좋다.

업소 측에서는 현금으로 하면 10% 정도 싸게 해준다고 말하지만, 이에 혹하는 것은 금물. 카드를 사용해야 기록이 남게 되고 나중에라도 업소를 추적하거나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업소들의 경우 전표에 나온 장소와 실제 영업장소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아예 밤거리의 삐끼들을 따라가지 않는 것이다. 최씨는 “삐끼들의 말에 속는 것은 일단 사람들의 마음속에 뭔가 공짜를 기대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라며 “세상에 절대로 공짜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삐끼의 어원은 ‘끌다’라는 의미의 ‘히키’일본말 대신 호객꾼이나 여리꾼으로 써야

유흥가가 몰려 있는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우리가 부딪치게 되는 첫 번째 사람은 아마도 업소 앞에서 이상한 가발·가면을 쓰고 화려한 복장을 차려 입은 채 소리를 지르며 지나가는 행인의 주목을 끄는 아르바이트생이거나, 평범하고 말쑥한 복장을 차려 입고 행인에게 슬쩍 다가가 업소를 소개하며 ‘찌라시’를 하나씩 돌리는 사람들일 것이다.

특히, 후자를 가리켜 젊은 층에서는 ‘삐끼’라 한다. 그 지역의 유흥가를 처음 가는 사람은 대개 ‘삐끼’가 인도하는 업소에 들러 시간을 보내게 된다. 요즘 들어 ‘삐끼’라는 말이 부쩍 널리 쓰이고 있다. ‘삐끼’는 원래 일본어 ‘히키[ひき(引き)]’에서 온 말이다. ‘히키’는 일본어 ‘히쿠[ひく(引く)]’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명사이다. 이 ‘히쿠’는 ‘끌다’는 의미를 가지는 말로 ‘客(きゃく)を 引く(ひく)’라고 하면 ‘손님을 끌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히키’는 ‘(손님) 끌기’라는 의미를 가지는 일본어이다. 이 점을 고려하여 “국어순화용어자료집”(1997, 문화체육부)에서는 ‘히키(삐끼)’를 ‘끌기’로 순화한 바 있다. 그러나 ‘삐끼’는 ‘손님을 끄는 행위’보다는 ‘직업이나 부업으로 손님을 끄는 행위를 하는 사람’을 지칭할 때 더 널리 쓰인다. ‘(손님) 끌기’라는 순화어로는 그 대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또한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삐끼’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슬쩍 다가가 업소를 소개하는 ‘찌라시’를 하나씩 돌리는 사람을 주로 가리킨다.

이전의 업소 앞에서 이상한 가발·가면을 쓰고 화려한 복장을 차려 입고 손님을 모으는 사람에게 ‘삐끼’라는 말은 쓰이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에게는 ‘여리꾼’이라는 고유어가 쓰인다. ‘삐끼’는 주로 젊은 층에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슬쩍 접근해서 업소를 소개하는 사람만을 가리킬 때 사용된다. 이유는 이러한 일이 신종 직업이나 부업으로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앞서 소개한 ‘여리꾼’이라는 고유어를 이 ‘삐끼’의 순화어로 사용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그렇지 않다면 ‘물건을 팔기 위하여 손님을 부르는 것’을 가리키는 ‘호객’을 사용해서 ‘호객꾼’이라는 새로운 말을 만들어 써도 괜찮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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